조계사신도회의 일원인 우리는 부처님의 참된 제자로서 조계사와 삼보를 외호하고 정법을 수호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덕목을 실천할 것을 다짐합니다.
‘하나. 부처님을 향한 굳건한 신심과 원력을 바탕으로 불자 오계를 지키고 육바라밀행을 실천하겠습니다. - 중략-
하나. 행복한 도량 아름다운 봉사문화를 가꾸어가기 위하여 선후배간에 존중과 배려로 대하며 권리와 의무는 동등하기에 매사 솔선수범하겠습니다.’
<조계사 신도회 실천 덕목 중에서>
조계사신도회 회장단 정기회의가 열리고 있는 회의실, 참석자들이 한 목소리로 ‘조계사신도회 실천덕목’을 합송하고 있다. 신도회 회의나 모임 때면 시작을 알리는 신호처럼 맨 먼저 합송하는 일곱 가지 항목의 이 실천덕목은 조계사신도회가 지켜야 할 실천 강령이며 다짐이다. 25대 신도회 정미령(반야원)수석부회장은 신도회 활동의 시작과 끝이 이 실천덕목에 들어있다며 힘주어 설명한다.
“정법을 수호한다! 그 안에 다 들어있어요. 신도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행동강령이…. 이것만 잘 지켜도 조계사 신도로서는 물론 불자로서도 그 행이 여법하고 단체화합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제 25대 조계사신도회(이하 신도회)는 2019년 1월 1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회장단과 자문위원단을 비롯한 사무처와 10개 본부 82개팀 30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가졌다. 임기는 2년, 올 연말 신도회송년회의 자리에서 지난 2년간의 활동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25대 회장단은 총 13명으로 수석부회장(반야원 정미령), 사무총장(혜명심 김문주), 부회장(대법성 박상미), 북부지역본부장(수월행 김석자), 서부지역본부장(관음정 김명옥), 남부지역본부장(관음행 이영림), 중부지역본부장(성월심 이현경), 동부지역본부장(보광수 이갑순), 소임본부장(법성화 홍순분), 교육본부장(금강수 김경숙), 포교본부장(명선지 백승금), 사회본부장(지명화 김영희), 수행본부장(대광 임종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회장단의 소임을 회향한 자문위원단(위원장 법수향 박영환)6명이 도움을 주고 있다.
신도회 회원은 2천여 명인데 매월 정기적으로 임원회비나 팀 회비를 내고 팀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신도들을 회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신도회의 활동 내용은 매우 다양한데 조계사 곳곳에서 매일 150여 명의 봉사자가 활동해야 될 만큼 신도회의 활동량은 녹록지 않다.
신도회의 모든 일은 사무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신도회 사무처는 6개 부서와 4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중의 모든 행사에 신도회가 조직적으로 참여하여 조계사가 원만하게 운영되기 위한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역본부(북부, 서부, 남부, 중부, 동부) 소속 회원들은 서울과 수도권의 32개 지역에서 매달 한차례 지도법사 스님을 모시고 정기법회를 가지며 사중행사 동참, 친목 도모, 애경사 함께하기 등을 하며 명실상부 ‘우리동네 작은 조계사’의 별칭에 걸맞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임본부(대웅전관리팀 등 사중 19개 봉사단체) 소속 회원들은 조계사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전각 관리등 사중의 곳곳에서 매일 회원들이 돌아가며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교육본부(불교대학동문회 소속팀을 포함 교육지원관리팀 등 11개팀) 소속 회원들은 기본교육을 비롯하여 불교대학, 불교대학원, 문화강좌, 어르신들의 교양대학인 백송대학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포교본부(포교사팀 등 7개팀) 소속 회원들은 사중의 대내외 행사에서 포교에 관한 활동에 직접 참여하거나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사회본부(의료전법팀 등 6개팀) 소속 회원들은 의료봉사와 교도소, 경찰청법회등 대사회적인 활동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수행본부(선림원 수행팀 등 3개팀) 소속 회원들은 조계종의 수행인 간화선을 집중적으로 실참 수행하는 선림원과 일반 신도들이 수행하는 자율선원의 수행이 여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매해 약 50개 사중 행사 동참,
이웃과 함께하는 조계사로 발돋움
25대 신도회 출범식에서 주지 지현 스님께서는 “어르신들은 편안하고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아름답고 신명나는 도량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라고 약속하셨다. 수행도량, 포교도량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미래를 향한 도량으로 가꾸어 가시겠다는 말씀이었다.
이를 위해 조계사는 몇 해 전 매입한 을유문화사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2019년 ‘선재어린이집’을 개원하였고, 부처님오신날 연등축제, 부처님오신날 신도회 바자회, 어버이날 효잔치, 연꽃축제, 국화향기나눔전, 가을 김장나누기행사, 동지 팥죽나누기 등 이웃과 함께하는 크고 작은 행사를 해마다 50여개 개최했다.
그 가운데 도농 상생을 목표로 출발한 6월의 연꽃 축제와 국화향기나눔전인 ‘시월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라’ 행사는 올해로 열 번째를 맞았는데 주변 직장인들은 물론 서울시민들에게도 인기가 높을 뿐만 아니라 먼 곳에서도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이 많을 만큼 외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주요한 행사로 자리 잡았다.
국화축제 기간에 신도회 소속 단체들이 조를 짜서 금박공양 올리는 봉사, 국화꽃 판매 봉사, 국화빵 굽기 봉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극복과 모든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염원하는 마음도 함께 국화꽃 향기나눔전에 담아내었다.
이밖에도 대웅전 청소(매월 1회), 만발공양간 봉사(매일)등 정기적으로 하는 봉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해마다 11월 중순에 사중 스님들과 신도회원들, 일반 신도님들이 울력에 동참하는 김장 나누기 행사를 통해 사중 김장과 종로구 관내 취약계층 1천 가구에 김치를 전달했는데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대중이 모이는 행사를 할 수 없어 부득이 취소되어 신도회원들 뿐만 아니라 종로구청에서도 많은 아쉬움을 전해왔다.
또한 5월에 사중과 종로구 관내의 80세 이상 어르신 350분을 초대하여 카네이션꽃을 달아드리고 사중에서 준비한 선물과 함께 직접 준비한 음식을 대접하며 사중의 무용단, 민요팀, 어린이밴드의 공연도 관람하시는 ‘어버이날 효잔치’를 열어 드렸는데 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가을 국화축제 기간에 열기로 잠정 연기했다가 그마저도 무산되어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임원 보수교육(연 2회), 임원단합대회(연 1회)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12월에 신도회가 주축이 되어 사중의 전체 스님과 전 종무원, 산하단체의 직원들까지 참여하는 신도회송년회가 무산될 것 같아 모든 신도회원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정미령 수석부회장은 올해를 보내며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행사로 ‘어버이날 효잔치’가 코로나19로 끝내 열리지 못한 것을 꼽는다.
“관내 어르신들께 직접 요리한 음식을 대접하고 사중의 무용단과 합창단 공연도 보여드리면 일어나서 춤도 추시며 무척 즐거워하셨어요. 많은 어르신들이 흥겨워하시는 모습을 법당 안 부처님께서 따뜻한 미소로 바라보시는 것만 같았던 정경이 가장 눈에 밟혀요.”
그런데 지난 5월에 3일간 열렸던 부처님오신날 신도회 나눔바자회는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예년 못지않은 성과를 올려 모두에게 무척 고무적이었다.
“오히려 작년보다 수익금이 더 늘었어요. 종무소 앞마당과 백주년기념관 아래 주차장에 본부별로 14개 부스를 설치하고 생활용품과 회원들이 직접 만든 감자전등 먹거리를 판매했어요. 처음엔 다들 걱정을 하며 시작했는데 회원들의 열성적인 동참과 신도님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모든 비용을 제하고 4천2백여 만원의 순수익금이 남았어요. 수익금은 전액 사중의 불사금으로 전달했죠.”
“수익금도 중요하지만 바자회를 준비하며 진행하는 동안 각본부들 간에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협력하게 되고, 회원들 간에 화합이 이루어지는 것이 소중한 결실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조계사신도회는 1963년 출범했다. 1963년은 조계종 전국신도회가 조계종단의 대표 신도단체로 종헌, 종법상 인정을 받고 문교부에 단체등록을 함과 동시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동안 활발한 활동을 하며 조계사의 위상을 높이는데 큰기여를 한 조계사신도회는 종단에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함께 우여곡절을 겪으며 23대에서 24대로 오기 전에 몇 년간 활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현 스님께서 조계사 주지 스님으로 오시면서 스님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2017년 1월 제 24대 신도회가 출범하며 다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예기치 않게 발생하여 올해가 다가도록 수그러들지 않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행사들이 취소되고 그에 따라 신도회 활동도 축소 되었지만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신도회 회원 수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사실은 조계사신도회의 저력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앞으로 조계사신도회가 조계사는 물론 우리나라 불교의 발전을 위해 더욱 튼튼하게 성장해가기를 기원한다.
잠깐 인터뷰_ 조계사 신도회 정미령 수석부회장
세세생생 보살도를 행하리!
반듯하고도 정중한 언행으로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있어도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 정미령(반야원)수석부회장의 첫인상이었다. 짐작대로 ㈜아이지에스코리아라는 회사를 남편과 함께 설립해서 30년 넘게 운영해온 능력있는 사업가다.
“조계사는 체계적인 불교교육을 받고 싶어서 다니게 되었어요. 기본교육 수료후에 경전반을 거쳐 불교대학과 불교대학원 과정을 모두 마쳤는데 불교대학 다닐 때는 24대 학생회 회장도 지냈어요. 내친김에 포교사시험도 보려고 했는데 한 도반이 ‘포교사활동도 좋지만 본인의 능력을 살려 경제인으로 활동하라’고 권했다. 2018년 신도회 교육본부장을 거쳐 2019년 25대 신도회 수석부회장 소임을 맡게 되었다. 경영자의 마인드로 신도회 조직운영에도 경제적인 판단력과 감각을 살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활동을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앞으로는 사찰도 수익사업이 있어야 포교와 전법을 보다 원활하게 펼쳐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의 꿈은 ‘세세생생 보살도 실천’이다. ‘자작자수(自作自受, 자기가 짓고 자기가 받는다)’라는 가르침. 연기법(緣起法)의 가르침을 좋아한다는 정미령수석부회장. 고등학교 1학년 때 불교학생회에 입회하고, 이후 신행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만난 여러 인연들 또한 자신이 맺어 놓은 것이기에 외면하거나 소홀히 하지 않는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중의 여러 행사가 축소되거나 취소되는 탓에 효 잔치가 무산되고, 매달 진행될 예정이었던 ‘주지 스님과 함께하는 화엄성중가피성지순례’가 단 한번 다녀오고 멈춰버린 것이 특히 안타깝다고 하며 임기 중 절반이 속수무책으로 지나간 것 같아 못다 펼친 계획들이 아쉽다고 한다. 26대 회장단에 바라는 점 또한 새롭게 기획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그 아쉬움과 닿아있다. 첫째 신도회 바자회에 관해 ‘바자회의 취지를 살리는 범위 내에서 상품의 질과 참여도를 더욱 다양하게 늘렸으면‘ 하는 것이다. 둘째는 신도 교무금 납부 캠페인 등을 적극적으로 펼쳐 인식을 바뀌게 하고, 셋째는 회장단 보수교육을 통한 리더쉽 교육 도입과 유투브를 적극 활용하여 문화활동을 다양하게 공유하기 등이다.
항상 ‘이웃과 함께하는 조계사’를 발원한다는 정미령 수석부회장. 잠시 멈춰야 했던 시간들이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한 도약의 시간이 되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