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전은 기원전 2세기 후반에 서북 인도를 지배하고 있었던 그리스 국왕인 밀린다(Milinda) 왕과 나가세나(Nagasena) 스님이 불교의 교리에 대하여 문답한 후, 왕이 출가하게 된 과정을 대화형식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스적 사유와 불교적 사유의 대비라는 점에서 중요시되며, 부파불교의 입장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내용은 ‘밀린다 왕’과 ‘나가세나 스님’의 전생 이야기를 기술하는 부분, 두 사람이 3일간 대화를 하는 동안 서로 스승과 제자가 되기에 이르는 부분, 밀란다왕이 불교 교리에서 어려운 문제들을 질문하여 ‘나가세나 스님’에게 답을 구하는 부분, 그리고 수행자가 지켜야 할 규칙을 비유로써 밝히는 230여 개의 질문이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왕이 그리스적 사유 방법으로, 불교 신자가 아닌 입장에서 질문하고 있다는 점에서 초심불자나 비불교자에게도 매우 친밀감을 주며, ‘나가세나스님’은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해 풍부한 비유로써 명쾌하게 답하여, 불교의 입장을 번잡한 사고(思考)나 설명방법에 의하지 않고 해답해 주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전생적인 부분에서 시작되는 부분이 인도적이면서 또한 불교적인 윤회인 순환적 사고가 깊이 배어 있습니다.
나가세나스님과 밀린다왕의 해후(邂逅)란 제목으로 만나는 부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오랜 뒤의 어느날, 밀린다 왕은 사군으로 조직된 무수한 병력을 시외에서 사열했다. 사열을 끝낸 뒤 쾌락론자. 궤변론자들과 토론하기를 바란 왕은, 높이 솟은 해를 쳐다보고 나서 신하들에게 말했다.
“날이 아직 훤하다. 이처럼 일찍 시내에 들어간들 무엇하겠는가. 현자든 수행자든 바라문이든 또는 교단이나 학파의 지도자든, 대중의 조사이든 심지어 부처라든가 정등각자라고 자칭하는 사람까지도 누구든 나와 토론하여 나의 의문을 풀어줄 사람은 없을까.”
한편, 한 바라문을 난문으로 물리친 밀린다 왕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정말 전인도는 빈 껍질이다. 정말 왕겨와 같다. 대론하여 나의 의심을 없애 줄 수 있는 출가자나 바라문은 한 사람도 없구나.”
그러나, 밀린다 왕은 주위의 요나카(그리스) 군중들이 아무 두려움 없이 침착해 있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아니다. 이 요나카 군중들이 조용히 있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나와 대론할 수 있는 박식한 비구가 있을 거야.”
그래서 밀린다 왕은 요나카 인들에게 물었다.
“신하들이여, 나와 대론하고 나의 의심을 없애 줄 수 있는 다른 박식한 비구가 있는가.”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그리고 거만하게 인도 철학과 불교를 우습게 여기고 큰소리친 왕에게 드디어 그렇지 않다던 스님의 이름을 듣게 되자 그 순간에 불안감을 넘어 두려움에 젖어 든다고 인도 특유의 장황한 기법으로 서술하게 됩니다.
“대왕이여,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나가세나라는 장로가 오고 있습니다. 그 분은 박식하여 유능하고 지혜로우며, 용기있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많이 들었으며, 담론에 뛰어나고, 말솜씨가 시원시원합니다. 부처님의 정신과 가르침을 해설함에 있어서나 이단자를 굴복시킴에 걸림이 없고, 자재한 능력을 가진 아주 훌륭한 사람입니다. 그 분은 지금 상케이야 승방에 살고 계십니다. 대왕이여, 그 곳에 가서 그 분에게 질문을 해 보십시오. 그 분은 대왕과 대론하여 대왕의 의문을 풀어 줄 수 있을 줄로 압니다.”
밀린다 왕은 나가세나에 대한 소개의 말을 듣자, 갑자기 두렵고 불안하여 머리 끝이 오싹했다. 그리고 그는 데바만티야에게 다그쳐 물었다.
“정말 그러한가.”
그때, 밀린다 왕은 그 대회중을 멀리 바라보자, 다시 두렵고 불안하기 시작했다. 밀린다 왕은 마치 코뿔소에게 포위 당한 코끼리와 같이, 가루라새에게 포위 당한 용과 같이, 뱀에게 쫓기는 사슴과 같이, 고양이를 만난 쥐와 같이, 무당에게 쫓기는 개구리와 같이, 표범에게 쫓기는 사슴과 같이, 고양이를 만난 쥐와 같이, 무당을 만난 악마와 같이, 새장에 갇힌 새와 같이, 그물에 걸린 물고기와 같이, 임종을 맞이한 천자와 같이 부들부들 떨며 두려워 하고, 불안해 하다가 공포의 괴로움으로 정신을 잃을 뻔했다. 그러나, 적어도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하는 것만을 피해야겠다고 정신을 가다듬은 다음, 용기를 내어 데바만티야에게 말했다.
“데바만티야, 나에게 어느 분이 나가세나 존자인가를 가르쳐 줄 필요는 없다. 일러 주지 않아도 나는 나가세나 존자를 알아낼 수 있다.”
이 경전은 처음부터 많이 불교적인 입장 그리고 나가세나 스님 쪽에 치우쳐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굳이 왜 이렇게 과장된 묘사와 치우친 부분으로 경전이 이루어졌는가? 이런 의문스러움을 가지고 경전을 계속 살펴 보겠습니다.
“오라. 그대들이여,
와서, 그대의 머리를 빛나게 하고
그대의 마음을 기쁘게 하라.
그리고 모든 의심의 실마리를 풀어 주는 이들
미묘한 질문과 해답에 귀를 기울이라.”
아래 문구로써 2021년을 시작하고, 밀린다왕문경으로 마음산책의 출발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모든 것은 하나부터 시작합니다.
한 자루의 촛불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고,
한 번의 웃음이, 우울함을 날려 보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희망이, 당신의 정신을 새롭게 하고,
한 개의 별이, 바다에서 배를 인도 할 수 있고,
한 사람의 삶이, 세상의 차이를 가져다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