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조계사 뉴스

조계사보 칼럼

[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입력 2021.01.01
 새해에는 불자로서 바른 신행을 위해 좀 더 공부하고 정진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질문드리려고 하는데요. 
흔히 불교를 깨달음의 종교라고 합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진리를 공부하다 보면 과연 우리 같은 중생이 그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듭니다.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삶 속에서 깨달음의 가르침을 실현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가능합니까?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인도 부다가야의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고 납월 8일(음력, 12월) 성도(成道)하셨다고 하지요.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지칭하는 용어들이 다양합니다. ‘해탈하셨다’,‘열반을 증득(證得)하셨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개념만으로도 현실의 우리의 삶에서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진리의 내용은 무엇일까요? 경전에서 전하는 그 내용은 삼법인(三法印)과 사성제(四聖諦), 팔정도(八正道)로 대표되는 연기법(緣起法)과 중도(中道) 등입니다. 불자라면 누구나 배우고 이해해서 스스로를 성찰하는 진리의 가르침으로 삼아야 하지요. 하지만 경전의 많은 부분에서 깨달음의 내용보다는 깨달음에 이르는 방법들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불자들이 스스로 노력해서 깨달음을 얻는 것이 부처님의 진정한 뜻이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불교의 가장 큰 특징은 깨달음에 있습니다. 불자들의 궁극적인 목적도 스스로 깨달음을 이루는 것에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내용을 알아나가는 것은, 그것이 수행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불교를 믿는 사람들은 깨달음의 ‘참 맛’보다 복을 얻는 ‘단 맛’에 몰두해 있습니다. ‘부처님은 그렇게 되셨지만 나 같은 미천한 존재가 어떻게 그렇게 될까?’ 하는 생각으로 신행을 한다면 우리에게는 아무런 발전이 없습니다. 변화도 없습니다. 불자는 부처님을 닮아야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이해와 그것에 대한 체험이 삶 속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질문처럼 일상의 생활 속에서 깨달음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우선 깨달음은 자신을 잘 살피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아는 것입니다. 지식은 풍부할지 모르지만, 견해가 바르지 못하면 풍부한 지식이 어리석은 지식으로 바뀝니다. 지식(知)에 병(疾)이 들면 어리석음(痴)이 됩니다. 병은 자신을 잘 모를 때 생깁니다. 우리는 자신이 틀렸을 때 틀린 줄 알아야 합니다. 모를 때는 모르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화가 났을 때는 화난 것을 알아차려야 하지요. 이렇게 자신을 살펴 늘 깨어 있게 해야 합니다.
생각해 보면 사람들 대부분은 깨어 있지 못합니다. 화가 나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욕심에 눈이 멀기도 한다고 하지요. 그러다가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후회합니다. 자기가 한 일인데도 말이지요. 대부분의 우리 모습은 깨어 있지 않습니다. 깨어 있다면 스스로에게 경고도 하고 조절도 해 나갑니다. 그러면 괴로움도 좀 줄고 오히려 복을 짓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지 않을까요? 이것은 언제나 할 수 있는 깨달음의 공부방법 중 하나입니다. 
  
또 있습니다. 깨달음의 본질은 스스로 알아버리는 것입니다. 옳고 그름의 시비(是非)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나에 대해, 사람들에 대해, 세상의 이치에 대해 아는 것입니다. 우리가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깨달았다는 것은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불안과 의심, 번뇌가 사라졌다는 의미입니다. 
 작은 깨달음은 자기의 순간순간의 번뇌가 사라졌음을 의미하고, 정각(正覺)이라는 부처님의 깨달음은 모든 번뇌가 사라졌다는 의미입니다. 작은 깨달음의 체험은 우리도 언제나 합니다. 잘 몰라서,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뿐입니다. 작은 깨달음의 경험이 내 삶에 조금씩 쌓여간다면 그것은 큰 깨달음의 기초가 됩니다. 아무리 작은 경험이라도 그것이 모이면 어느 순간에 내 마음은 헤아리기 힘든 미묘한 도리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깨달음은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실현됩니다. 

일상에서 깨달음을 얻는 방법은 많을 것입니다. 수행이 부족한 제가 그 답변을 완전하게 드릴 수 없어 안타깝지만 노력을 통해서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자신의 환경과 처지에 맞게 수행합시다. 그래서 여러분들도 부처님께서 얻으신 깨달음의 ‘참 맛’을 저마다의 삶 속에서 만끽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저작권자 © 미디어조계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