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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 뉴스

조계사보 칼럼

[연재완료] 가피인연

행복한 인사, 따뜻한 설렘

  • 입력 2021.01.01

새 소임을 사는 스님들 

 

조계사에는 주지스님을 비롯해서 각 부서를 이끄는 소임자 스님들이 여럿 계시다. 신축년 ‘흰 소의 해’를 맞이해서 총무국, 신도국, 교육국, 포교사회국, 템플국 등으로 조직이 개편됨에 따라 각 부서의 국장 스님들도 바뀌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기에 한국불교 일번지, 조계사를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 신임 국장스님들의 소감과 다짐을 본지가 대신 전한다. 지면 사정상 존대어를 쓰지 못함을 양해 바란다.

총무국장 홍재 스님


행복한 조계사를 위하여  
총무국장 홍재 스님

가피를 통해 불자들께 인사 올리는 마음이 행복하다. 행정국장 소임을 회향하고 나서 새 소임을 맡게 되니 그간의 더없이 초라한 수행을 돌아보게 된다. 행복한 조계사를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손을 보탤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것 같다. 
코로나19로 심신이 지친 분들에게 어떻게 위안을 드려야 할지 안타깝다. 직접 마주 보고 눈길을 나눌 수는 없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서로 마음의 손길을 주고받으면서 부처님 닮은 지혜와 자비의 건강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기본적인 수행을 잘 챙기고 정진하면서, 헛된 욕심을 버리고 여유로워지기를 권한다. 
중생을 위한 대자대비행을 위없는 즐거움으로 삼는 것이 불자의 도리다. 중생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그 무거운 짐을 나누어질 수 있도록 깊은 신심으로 기도해야 한다. 그 기도를 통해 법당만이 아니라 일주문 밖 저잣거리에서도 수행하고 포교하는 것이 진정한 불·보살의 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삶, 보시와 자비를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의 길이다. 조계사의 지혜로운 도반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노전 정묵 스님


서로 탁마하며 살아가는 자리 
노전 정묵 스님

노전은 대중들과 함께 탁마하며 살아가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법당에서 부처님께 올리는 예, 즉 예불의 모든 부분을 총괄하는 것이 노전의 일이다. 
불자들이 바라고 구하는 기도를 많이 하는데, 그조차 소멸시켜 무애하게 살면 나와 주변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질 것이다. 누가 내게 좋은 말을 하면 그것을 바로 보고, 반대로 내 자신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염불도 인연이다. 조계사의 어떤 신도님 장례식장에 시다림을 간 적이 있다. 의식을 마치고 나오는데, 한 젊은 보살이 울면서 다가와 “제가 불자인데 경황이 없어서 스님을 청하지 못했다”면서 죽은 조카를 위해 염불을 청했다. 영가는 여학생이었다. 정성껏 염불을 마치고 절로 돌아왔는데, 그분들이 수소문해서 조계사로 사십구재를 의뢰했다. 그런데 재가 끝나도 가족들은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 극단적인 안타까운 모습에 연락처를 알려주고, 힘들고 지치면 찾아오라고 했다. 그 인연으로 전 가족이 조계사 신도로 등록해서 여법하게 공부도 하고 수계도 받았다. 그리고 자연스레 죽음도 받아들이게 되었다. 
모든 일에는 장애가 따른다. 기도도 마찬가지다. 날씨로 비유하자면 요즘처럼 추운 날 눈이 오거나 비도 오기도 하고, 맑아지기도 한다. 그런데 왜 눈이 오느냐 비가 왜 오느냐 탓하는 마음이 일어날 때가 있다. 그 일어나는 마음을 바로 보고, 바른 마음을 내서 실천으로 옮기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질 것이다.  
부처님 말씀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불제자로서, 모든 이들이 그 가르침을 잘 실천하고 행할 수 있기를, 또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인연에 건강하고 행복함이 가득 하길 축원 올린다.

신도국장 일학 스님


지역법회 활성화를 꿈꾸다 
신도국장 일학 스님

신도국은 서울과 경기권 32개 지역 불자들의 신행을 올바르게 이끌기 위한 조직이다. 32개 지역의 포교 및 지역 모임을 활성화하고, 법회와 행사를 주관하는 것이 중요 업무 중 하나다. 소임자로서 너무 중요한 직책을 맡고 보니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기도는 물론 보살행을 실천하며 늘 정진해야 할 것 같다. 
조계사는 대한민국 수도의 중심인 종로에 있고, 도량 안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이 자리 잡고 있어서 불교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는 곳이다. 모범적인 신행활동을 기반으로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잘 파악해서 포교해야 하는 등, 막중한 사명을 띠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조계사청년회 초청으로 생애 첫 강의였던 반야심경 강의시간에 내내 식은땀을 흘렸던 기억이 새롭다. 교육국장 소임 중에 다녀온 중국 성지순례와 고구려 유적지 탐방 때 지도법사로 동참했던 일도 떠오른다.  
코로나19 여파로 32개 지역법회 가운데 많은 지역의 활동이 침체되어 가는 듯해 안타깝다. 지역법회 불자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개선점을 찾아내고, 예전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힘쓰겠다. 특히 코로나19 종식 후 대면 법회가 가능해질 때를 대비해서, 지역별로 법회 장소를 점검하여 참석률을 높이는 일에 주력할 계획이다. 
모든 불자들이 한마음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고, 간절한 기도 발원으로 이 어려움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환한 모습으로 만날 날을 기다린다. 

신도부국장 신우 스님



신도들과 소통하고 기도하며 
신도부국장 신우 스님

신도국의 중요한 소임은 신행 생활의 부족한 부분을 살피고 채워가는 데 충실하고, 신도들과 긴밀히 소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앙승가대학 학인 시절에 조계사와 인연을 맺었다. 각종 행사에 참석하면서 조계사가 한국불교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어떠한지 실감했다. 매번 깊은 인연과 감동을 느끼며 소중한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한국불교의 선구적 역할을 하는 조계사 신도국 소임자로서 첫째, 불자들과 사중을 잇는 다리 구실을 하면서 소통에 힘쓸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편안하고 친근하게 다가가 경청하면서 그 안에 함께 녹아들어 어떤 의견도 겸허히 수용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스님과 신도들이 함께 수행 정진하고 원활하게 신행생활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도록 힘쓰겠다. 이미 조계사 불자들은 정진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좀 더 본질적으로 불교를 실생활에 뿌리내리게 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기복적인 중생의 업에서 벗어나 나누고 베푸는 보살의 업으로 바꾸어갈 수 있도록 불도를 향해 나아가는 데 안내판 역할을 하겠다. 
어둠이 짙으면 더 밝은 아침이 온다고 한다. 곧 만물이 소생하고 생장하는 봄이 온다. 어려운 시기 잘 이겨 내고 생명력 넘치는 날을 맞이하기를 기도 발원한다.  

교육국장 서안 스님


공부는 올바른 수행과 포교를 위한 것 
교육국장 서안 스님

조계사와 인연 짓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속가 아버님이 평생 교육자로 사셨고, 은사스님도 교육원장을 지낸 분이다. 때문에 교육국장이 내 업이 아닐까 생각한다.(웃음) 1997년 불교를 처음 만난 뒤부터, 늘 이 대단하고 보배로운 부처님 가르침을 어떻게 널리 알릴 수 있을까 고심해왔다. 전법은 여러 가지 신행 가운데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부처님이 어렵게 깨달은 진리를 세상에 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욱이 ‘한국불교 일번지’ 또는 ‘포교 일번지’인 조계사의 불자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특히 인터넷 영상시대에 걸맞게 3D 영상 등으로 쉽게 만날 수 있어야 하고, 또한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어야 한다. 
불교는 기본 교리가 매우 중요하다. 기본 용어를 이해하면 전반을 알 수 있고 인성도 바뀐다. 어설프면 오히려 지식만 쌓여 아상만 높아질 뿐이다. 바르게 알아야 남에게도 전할 수 있다. 그리고 불교를 사회에 전하는 것은 바로 신도들이다. 
출가 전에 한 시골 식당에 갔을 때의 일이다. 주인은 없고, 한 노인이 “주인이 곧 절에서 돌아온다”고 전했다. 잠시 뒤 회색 수행복을 입은 주인이 돌아왔는데, 어찌나 말과 행동이 차분하고 얼굴도 온화한지, 불자에 대한 좋은 인상이 깊게 남았다. 
말법시대를 맞이하여 온갖 질병과 자연재해 등이 세상을 위협하고 있다. 모든 재앙의 원인은 바깥이 아니라 바로 우리 마음 상태에 있다는 것을 부처님 가르침에서 깨달아야 한다. 자신을 바꾸는 것이 곧 세상을 구원하는 일임을 알고, 불교 공부에 매진하기를 바란다.

 

포교사회국장 상범 스님


일주문 안팎의 포교와 회향 
포교사회국장 상범 스님

포교사회국은 안으로는 유아, 어린이, 청소년, 성인 등 각 연령층에 맞게 포교하고 지원하며, 대사회적으로는 공익법인 행복나눔 가피 봉사단과 함께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재소자 교정교화 및 경찰 불자 양성 등의 지원사업을 하는 부서다. 한 가지 일도 잘 해내기 어려운데 두 가지 분야를 맡게 되어 조심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조계사는 그간 불자들 대상의 포교를 해왔지만, 앞으로는 비불자들까지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 일반 대중들은 아직도 불교를 옛날 이미지로 인식하고 있어, 스님들이 IT 기기를 다루면 몹시 낯설어 한다. 이제는 불교가 현재, 이곳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현대인들의 삶의 의지처임을 알려야 한다. 불교의 대사회적 활동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찾아오기를 기다리기보다 먼저 다가가야 한다. 조계사에서 3년째 소임을 보면서 갖게 된 확신이다. 
조계사의 대사회적 활동은 상, 중, 하 가운데 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특히 연령대에 맞는 활동의 장 마련과 지역사회 소외계층을 직접 찾아가서 도움을 주는 활동은 한국불교의 맏형에 걸맞은 수준이다. 다만 일반인 대상의 포교 프로그램 개발과 고연령층을 위한 비대면 법회 활성화가 남은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재가 수행자는 불교 교단 사부대중의 한 기둥이다. 재가 수행자로서, 조계사 신도라면 기도와 함께 수행을 해야 한다. 절, 염불, 사경 등 자신에게 맞는 수행법을 찾아 스스로 갈고 닦아야, 부처님의 어엿한 제자라고 할 수 있다. 

 

템플국장 혜원 스님



바른 믿음의 길목 
템플국장 혜원 스님 

처음 인사드린다. 템플국장 소임으로 조계사에 방부 들이면서 설렘으로 새해를 맞고 있다. 이 설렘이 조계사를 찾아오는 모든 분들에게 전달되어 친근하게 다가가는 템플스테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조계사는 서울 사대문 안의 도심 사찰로서, 한적하고 정적인 템플스테이 이미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느껴질 것이다. 도심 사찰의 단점을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 아늑하고 친근한 느낌의 장점으로 바꾸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오히려 도심에 있어서 교통이 편리하고, 상대적으로 더 한적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한옥 호텔을 연상시키는 쾌적한 숙소, 웅장한 대웅전 예불, 절 마당에서 보는 아름다운 야경, 가볍게 차를 나누는 가피 등의 가까운 편의시설, 정갈한 사찰음식 등을 부각시킴으로써 최고 인기 있는 템플스테이 사찰을 만들고 싶다.
조계사 템플스테이 프로그램 중 단 한 개만 꼽으라면, 단연코 다도를 추천한다.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모든 번뇌와 걱정이 사라져 마음이 여유롭고 편안해질 것이다. 이 밖에 108배와 108염주 꿰기 등, 젊은 층과 어르신들 모두 편안히 동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비롯해서 특색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템플스테이는 신행활동을 위한 ‘바른 믿음’을 다지는 준비과정이다. 사찰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 처음부터 올바른 믿음을 내기가 쉽지 않다. 템플스테이에서 사찰 예절과 사찰생활 등을 익히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한층 더 불교와 친근해지는 체험을 통해 바른 믿음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신행활동과 템플스테이의 교집합이 다양한 불자층을 만들고, 신심을 더 돈독하게 해줄 것임을 믿는다.  
한 걸음 한 걸음 차근차근, 도심 속 마음 따뜻한 템플스테이 하면 ‘조계사’가 떠오를 수 있도록 힘쓰겠다. 소통과 공감의 현대적 템플스테이가 되도록…….


 

노희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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