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는 많은 동물 중에서도 인간의 삶과 가장 가까운 동물로 가축이라고 하는데요, 그 옛날 농경시대부터 농사일을 돕는 든든한 일꾼으로 논밭을 갈고, 우유를 만들고, 수레를 끄는 일까지 인간들의 삶에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우리 불교에서도 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牛)를 통해 수행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데요, 그 대표적인 것이 곽암선사의 십우도(十牛圖)와 보명선사의 십우도(十牛圖)가 있습니다. 우리 조계사 대웅전 뒷면 벽화에도 바로 이 십우도가 그려져 있어서 우리에게는 아주 익숙한 그림입니다.
십우도는 인간의 온갖 번뇌를 소에 비유하면서 산 속에서 소를 찾아서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 뒤에 소도 잊고, 자신도 잊어버리는 과정을 통해 해탈 열반 경지에 이른 뒤에 비로소 보살행을 실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먼저 곽암선사의 십우도를 보면
① 심우(尋牛) ② 견적(見跡) ③ 견우(見牛) ④ 득우(得牛)
⑤ 목우(牧牛) ⑥ 기우귀가(騎牛歸家) ⑦ 망우존인(忘牛存人) ⑧ 인우구망(人牛俱忘) ⑨ 반본환원(返本還源) ⑩ 입전수수(入廛垂手)로 표현되는 10가지 장면입니다.
이것은 동자가 소를 찾기 위해 고삐를 들고 산속을 헤매는 공부를 시작하는 과정부터 소발자국을 찾는 과정, 소를 발견하는 과정, 소를 찾아 끌고 가는 과정, 거친 소를 길들이는 과정,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 본래 자리로 돌아오니 소는 없고 피안에 도달하는 과정을 지나 동자가 지팡이에 큰 포대를 메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는 장면으로서 비로소 깨달음을 얻고 중생제도를 펼치는 과정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반면 보명선사의 십우도(十牛圖)는
① 미목(未牧) ② 초조(初調) ③ 수제(受制) ④ 회수(廻首)
⑤ 순복(馴伏) ⑥ 무애(無碍) ⑦ 주운(住運) ⑧ 상망(相忘)
⑨ 독조(獨照) ⑩ 쌍민(雙泯)으로 표현하는데, 곽암선사의 십우도와 내용은 비슷하나 용어가 다르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보명선사의 십우도에서는 원래 청정무구한 흰 소가 검은 소가 되어 있지만, 점차 흰 소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그것은 탐·진·치로 말미암아 오염된 성품을 정법으로 닦아 청정한 지혜를 발하게 하는 자력수행의 과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 불교는 소를 통해서 깨달음의 과정과 경지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 십우도의 장면들을 우리 조계사에서는 대웅전 벽화로 만날 수 있고, 또 조계사 국화축제 ‘시월국화는 시월에 핀다더라’에서도 국화꽃송이로 십우도를 장엄하여 전시한 바가 있어서, 특히 우리 조계사 신도님들은 이 십우도의 가르침을 가까이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은 처음 겪어보는 코로나팬데믹으로 어렵고 힘든 시절을 보냈습니다. 우리 조계사는 비교적 무탈하게 잘 견뎌내었습니다만, 앞으로도 방심하지 않고 여일하게 긴장의 고삐를 더욱 단단히 해야겠습니다. 특히 비대면시대에 적합한 수행과 기도, 포교방향을 잘 설정해서 우리 신도님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올해는 신축년(辛丑年)입니다.
거친 길도 뚜벅뚜벅 힘차게 걸어가는 소의 발걸음처럼, 우리도 힘을 내어 무소처럼 걸어야겠습니다. 우리의 삶을 더욱 맑고 밝게 해주는 튼튼한 새집을 짓는 신축(新築)의 자세로 2021년 새해를 희망으로 맞이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