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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원명스님의 마음산책

밀린다왕문경(2)

  • 입력 2021.02.01

밀린다팡하 Milindapanha, 나가세나비구경 

 

 2021년은 불기 2565년이며 신축년입니다. 음력을 사용하는 우리나라는 음력 설을 지내야만 참다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2월에 음력 정초 설날이 있기에 신축년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신(辛)은 흰색을 뜻하기 때문에 신축년(辛丑年)은 흰 소의 해 하얀 소띠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흰 소는 신성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축년의 의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신성한 기운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종식 시켰으면 좋을 듯 싶습니다.
소의 해는 여유와 평화의 해이며 시간적으로 음력 12월을 가리킵니다. 이것은 소의 발톱이 두 개로 갈라져서 음(陰)을 상징하며 소의 성질이 유순하고 참을성이 많아서 씨앗이 땅 속에서 싹터 봄을 기다리는 모양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직하고 성실한 성격이 특징인 소는 온순하면서도 끈질기고 힘은 세지만 사납지 않고 주인에게 순종합니다. 이러한 소의 천성은 은근과 끈기, 여유로움을 지닌 우리 민족의 기질과 잘 융화돼 선조들은 특히 소의 성품을 아끼고 사랑해 왔습니다.
‘천천히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속담처럼 끈기 있게 꾸준히 노력해 결국 성공에 이르는 사람 중에 소띠가 많다고 합니다. ‘근면’과 ‘성실’이 소와 소띠 사람들의 공통점이라는 것입니다.
“고생했쥐? 반갑소!” 이런말이 생각나는데, 쥐띠 해에 코로나 때문에 힘겨웠으나 소띠 해에는 해결의 기미를 만난다는 기원이 담겨 있으니 모든 분들의 어려움이 꼭 해소되었으면 합니다.
 
밀린다 왕이 말하였다. 
나가세나 스님, 나와 대론(對論)하겠습니까? 
나가세나는 왕의 물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임금님, 현자(賢者)로서 대론을 원한다면 나도 응하겠습니다. 그러나 제왕의 권위로써 대론을 원한다면 나는 응할 뜻이 없습니다. 
나가세나 스님, 현자로서 대론한다 함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대체로 현자의 대론에 있어서는 문제가 해명되고 해설되고 서로 비판되고 수정되고 반박당하는 경우가 있다 할지라도 현자는 결코 성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제왕으로서 대론한다 함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제왕은 대론에 있어 대개 한 가지 것을 주장하고 한 가지 것만을 밀고 나가며 그의 뜻을 따르지 않는 사람에게는 왕의 권위로 벌을 주라고 명령합니다. 
알았습니다. 저는 제왕으로서가 아니라 현자로서 스님과 대론하겠습니다. 

나가세나 스님은 묻고 답하는 방식에 있어서 어떤 입장과 지위를 갖고 대하는지 묻는 방식에 관하여 먼저 언급했고, 밀린다 왕은 나가세나 스님의 말씀대로 하겠다고 하면서 두 분은 서로에게 존중과 신뢰를 확인하고 동등하면서도 치우치지 않는 방식으로 대담이 시작됩니다.
 
밀린다 왕의 공식적인 이름은 메난드로스 1세 소테르(Menander I Soter)라고 하며 그는 인도 북서부 사갈라를 수도로 세운 헬레니즘계 왕조인 인도-그리스 왕국의 국왕(재위: 기원전 165/155–130)이다. 팔리어로는 밀린다(Milinda)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 그는 박트리아의 왕으로 펀자브를 정복하고 서쪽의 카불 강 계곡에서 동쪽의 라비 강까지, 북쪽의 스와트 강 계곡에서 아라코시아(헬만드 주)까지 이르는 인도 아대륙에 그의 제국을 세웠습니다. 고대 인도의 기록자들은 그가 파탈리푸트라(지금의 파트나) 메난드로스 1세의 얼굴을 새긴 동전으로 남하하여 갠지스 강 계곡의 동쪽 멀리까지 왔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그리스의 지리학자 스트라보는 “알렉산더 대왕보다 더 많은 부족을 정복했다.”고 기록하였습니다. 오늘날 그 지역에서는 메난드로스 1세의 얼굴을 새긴 동전이 많이 출토되어, 당시 상업의 번창과 그의 왕국이 존속했던 기간을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동전에는 청년기에서 노년기까지의 메난드로스의 초상화가 새겨져 있으며, 또한 불교의 상징인 법륜도 새겨져 있습니다

그럼 질문하겠습니다. 
밀린다 왕은 나가세나 존자를 향하여 질문을 시작했다. 
존자는 어떻게 하여 세상에 알려졌습니까? 그대의 이름은 무어라고 합니까? 
대왕이여. 나는 나가세나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나가세나 존자여, 머리털이 나가세나라는 말씀입니까? 
대왕이여, 그런 말씀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대의 몸에 붙은 털이 나가세나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손톱, 살갗, 살, 힘줄, 뼈, 뼛골, 콩팥, 염통, 간장, 늑막, 지라, 폐, 창자, 창자막, 위, 똥, 담즙, 담, 고름, 피, 땀, 굳기름(脂肪), 눈물, 기름(膏), 침, 콧물, 관절액(關節滑液), 오줌, 뇌 들 중 어느 것이 나아가세나라는 말씀입니까? 아니면 이들 전부가 나가세나라는 말씀입니까? 
나가세나 존자는 그 어느 것도, 그것들 전부도 모두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나가세나 존자여, 물질적인 형태(色)나 감수작용(受)이나 표상작용(想)이나 형성작용(行)이나 식별작용(識)이 나가세나입니까? 
나가세나 존자는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아니’라고 대답했다. 
존자여, 나는 그대에게 물을 수 있는 데까지 물어 보았으나 나가세나를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나가세나란 빈 소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앞에 있는 나가세나는 어떤 자입니까? 존자여, 그대는 ‘나가세나는 없다’고 진실이 아닌 거짓을 말씀하였습니다. 

이 부분의 대화는 불교에 핵심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존재론에 관한 본질적인 부분을 가지고 아주 날카롭게 밀린다 왕은 철학자로써의 면모를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모든 만남에 있어서 기본적인 통성명을 하고 인사를 나누는 과정인데도 불구하고 왕은 마치 중국 당나라 시대 선종 불교가 한창 꽃을 피우던 그 시절에 선사 스님께서 찾아와 법을 묻는 선객에게 인사 나눌 틈도 내주지 않고 냉혹할 정도로 세차게 선객을 제접하던 그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게 느껴집니다. 과연 나가세나 스님은 이렇게 날카롭고 냉혹하게 던져지는 물음에 어떻게 답했을까요?


 

원명스님 (조계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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