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일이었다. 아들이 무언가를 들고 와서 “어머니, 이 공로패 거실에 놓을까요?” “뭔데?” “저희들 유치원 다닐 때 어머니가 절에서 받은 공로패예요.” “아~” 패를 보는 순간 잊고 살았던 35년 전의 옛일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쳤다. ‘맞다.’ 삼보에 귀의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그냥 절이 좋아 시어머님께서 다니시던 절에 적을 두고 다니던 때 였다. 절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이 생긴다 하여 집 근처 유치원을 마다하고 무작정 입학을 시켰다. 아이들도 순순히 잘따라 주었다.
노란색 상의에 노란 모자를 쓰고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알지도 못하는 반야심경을 선생님따라 큰소리로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를 외치던 아이들, 우리집 거사님도 말로는 종교가 없다고 하면서도 양복 안주머니에 반야심경을 넣고 다니셨다. 이렇게 우리가족은 하나의 불심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아마도 부처님과의 인연이 있었나 보다.
그러나 불교에 대하여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 하였던 관계로 교리에 대한 이해도 부족함이 많았으며, 이에 대한 궁금증도 많았다. 그러던 차 17년 전인 2003년 11월에 친구와 공평아트홀에서 열리는 불화전시회에 갔다가 근처에 있는 조계사에 들르게 되었다. 종로구에서 태어났지만 조계사에 가 본적은 별로 없었다. 부처님께 삼배를 드리고 경내 곳곳을 다니다 보니 마음이 평온해지고 행복해 짐을 느꼈다. 꾸밈없고 거짓이 없는 마음이며, 깨끗하고 맑은 마음이었다.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부처님의 향기였다.
이때 조계사 불교대학 현판이 눈에 들어 왔고 평소 불교 교리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었는데 적당한 계기를 찾지 못했던 차에 잘됐다 싶어 기본교육과정에 등록을 하였다. 불교예절, 부처님의 생애, 불교의 수행법, 불교문화의 이해 등을 배우면서 부족했던 교리에 대한 이해를 넓혔고 그 후 불교대학, 대학원을 거치면서 신심을 보다 더 심화하고자 노력하였으나 아직 부족함이 많아 아쉽기만 하다.
해인사의 새벽예불, 조계사 대웅전에 삼존불을 모시고 처음으로 3천배 용맹정진에 참여했던 일, 안심당 불사를 위해 5대 적멸보궁을 삼보일배로 동참하여 회향했던 일, 불교대학 졸업여행으로 중국 구화산에서 지장보살님을 뵙고 반야심경을 암송할 때 감격했던 일은 지금도 너무 생생하여 아름다운 추억으로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흐르는 물보다 빠른 것이 우리의 삶인 것 같다. 우리 모두가 느끼는 것이지만 매일같이 반복되는 많은 일상에서 삶은 기쁨, 행복만으로 점철된 것은 아닐 것이다.
가끔은 화가 나는 일, 가슴 아픈 일도 있으며, 고통스럽고 괴로워 눈물을 흘리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 불자들은 참 나를 찾는 일에 소홀해서는 안될 것이다.
바쁘다고 하여 자신을 돌이켜 보지 않고 차분하게 사색 할 틈도 없이 산다면, 이는 의미도 보람도 없이 사는 것이다. 바쁜 나머지 양심이 없어지는 인간성이 자취를 감추고 사라져 버린 오늘의 현실에서 우리 불자들은 심호흡을 하고 참 나를 찾는데 수행 정진해야 할 것이다.
전 세계 인류에게 미증유의 대재앙을 가져온 코로나19로 얼룩진 2020년 경자년도 지나갔고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2021년에는 상서로운 흰소의 신성한 기운을 받아 행복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조계사 가족 여러분!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