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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잘 알지 못하는 걸 알게 하는 것
제26대 신도회 법수향 박영환 자문위원장
2001년경, 제17대 신도회 임기가 시작될 즈음, 신도회 자문위원회가 처음 구성되었다. 신도회 활동을 오래한 전임 임원들 중에서 신심 깊고 덕망 높은 신도들에게 사중 대소사를 자문받고자 함이었다. 한 집안의 웃어른이 많은 연륜과 다양한 경험으로 가정을 화목하게 이끌듯, 신도회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굵직한 사중 일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이 자문위원들의 소임이다. 지난 25대 신도회에 이어 다시 오늘에 이른 여섯 명의 자문위원들. 아주 오래된 도반 사이인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법수향(法秀香) 박영환 자문위원장을 만났다.
제26대 신도회 법수향 박영환 자문위원장
제26대 신도회 자문위원회 신년하례
언뜻언뜻 부는 바람 자락이 아직 매서운 한기를 몰고 다니는 신축년 정초. 부처님께 세배를 드리려는 불자들로 말미암아 경내가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삼배만 올리고 바로 나와야 하는 대웅전 앞에는 늘어선 줄이 제법 길었다. 경건하고 간절한 그 마음이 서로에게 닿는 듯, 향 올리고 촛불 밝히는 손길마다 정성이 지극하다.
절집에서는 설날 아침 일찍, 법당에 나아가 부처님께 세배를 올린다. 통알(通謁)이라고 하는데, 삼보(佛·法·僧)의 은혜에 감사하는 새해 의식이다. 불보살님의 가피로 나라와 국민이 평화롭고 평온하기를, 모든 중생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하는 새해 첫 기도인 셈이다.
아침공양을 마치고 나서는 사중 어른스님들께 세배를 올린다. 이를 통알과 구별해서 세알(歲謁)이라고 한다. 이 자리에서 어른스님들께 세뱃돈을 받거나 드리기도 하면서, 서로 덕담을 나눈다. 절집의 오래된 전통이다.
신도회의 자상한 웃어른인 자문위원회
코로나19로 인터뷰조차 조심스러운 시기. 때마침 자문위원들이 주지스님께 세배 드리러 모인다기에 “저도요!” 하고 그 세배단 시간에 맞춰 약속을 정했다.
주지스님과 신축년 첫 인사를 나누는 자리인 만큼 긴장할 법도 한데, 역시 백전노장(?)들은 달랐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설날 있었던 일이며 자녀들 이야기, 총무원장스님 신년사 내용 등, 주제도 가지각색이다. 좋아하는 트로트 가수의 찐팬으로 활약한 이야기에 까르르 웃고, 한 암환자의 삼보일배 순례담에 감동받는다. 옷고름을 고쳐 매주고 매무새도 살펴주면서 지루할 틈 없이 화기애애하다. 친정집 거실에 모여 앉은 사이좋은 자매를 보는 것 같다.
코로나19 발생 전에는 신도회 전체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배를 드렸지만, 올해는 단체별로 각각 20분씩, 주지스님과 새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주지스님은 “차 한 잔도 못 내드리는 채로 새해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라고 안타까워하면서, 새해 덕담과 함께 올해 할 일에 대한 당부 말씀을 전한다.
“신도회 어른인 자문위원님들이 잘 이끌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여러분이 계셔서 든든합니다. 새해는 코로나19로 조심스런 상황이지만, 주변 건물 정리 문제나 활용방법 등을 함께 고민하고 풀어 나가야 합니다. 할 일이 무척 많습니다.”
그렇게 면담을 마친 직후, 자문위원회는 신도회 사무처로 자리를 옮겨 새해 첫 모임을 가졌다.
제26대 신도회 자문위원회
제26대 신도회 임원 부촉
노희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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