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조계사보 칼럼
밀린다왕문경(4)
이번에는 불교에서 가장 전통적이고 중요한 물음인 무아설과 윤회설 사이의 관계설정에 대한 것입니다. 가장 일반적인 논란의 형태는 무아설과 윤회설이 상호 모순적이라는 주장과 양립이 가능하다는 두가지 주장 사이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밀린다왕문경을 통하여 무아설은 윤회의 관념과 모순되지 않는다는 부분을 설명했습니다.
왕은 물었다.
나가세나 존자여, 살아있는 자와 죽은(死滅) 자는 동일합니까, 또는 다릅니까.
동일하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습니다.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대왕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대는 일찍이 갓난애였고, 유약한 애였고, 꼬마였고, 등에 업혀 있었습니다. 어릴 적 그대가 어른이 된 지금 그대와 같습니까.
아닙니다. 어릴 적 나와, 지금 나와는 다릅니다.
만일, 그대가 그 어린애가 아니라면, 그대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또 선생도 없었다는 것이 됩니다. 어릴적 어머니와 어른이 되었을 적 어머니가 다릅니까. 지금 배우고 있는 자와
이미 배움을 마친 자가 다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나란 존재는 분명히 어려서 성장하여 어른이 되고 결국 늙게되고 마침내는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이런 과정를 잘 살펴보면 5세때, 10세때, 30세때, 50세때, 80세때의 모습은 각각 다르지만 나란 존재의 인식은 동일시 합니다.
그렇기에 나가세나 스님께서는 실체가 없으면서도 연속성이 가능하다는 즉 무아와 윤회의 양립성을 인정되는 표현을 “동일하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인도인의 사고방식중에 언어로 흔하게 사용하고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표현되는 말이 노 프라블럼(No Problem)입니다.
인도를 여행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고,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가 생겨도 인도인들은 노 프라블럼이라 합니다. 죽을 뻔했다가 살아나도 이미 살아났으니 노 프라블럼인 것입니다. 오토바이와 자동차 접촉사고가 나도 오토바이 운전자가 일어나서 걷게되고 다시 운전해서 갈수 있으면 그것으로 노 프라블럼. 즉 “살았으면 된 것이지 더 이상 무엇이 문제야.” 라는 인도인의 사고방식입니다. 하지만 그 사건 상황속으로 들어가서 인도인들의 그 말을 듣는 그 순간에는 어떻게 이런 상황중에 이런 대답을 태연하게 할수 있는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그 소리 노 프러블럼(No Problem)입니다.
예화를 소개하자면 인도성지순례를 다녀온 분이 쓴 글인데 그분은 기차역에 도착해 열차를 기다려야 했던 일을 소개했습니다. 일반열차라면 이해하겠다. 그러나 일종의 전세열차인 ‘대반야열차’는 사정이 다르다. 열차는 역사 인근에 정차해 있다가 우리가 올 시간에 맞춰 플랫폼으로 나오기만 하면 된다. 열차에서 내려 인근 성지를 둘러본 후 다시 열차가 있는 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매번 열차를 기다렸다.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기도 했다.
기타를 타려고 줄서있는 인도 사람들
기타를 타려고 줄서있는 인도 사람들
원명스님 (조계사 부주지)
저작권자 © 미디어조계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