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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가피인연

무소의 뿔처럼, 게으르지 않고 정진하는 또 하나의 길

  • 입력 2021.05.04

제26대 조계사 신도회 사무처  

 


열정적인 신행의 허브, 신도회 사무처

조계사 마당의 십층 진신사리탑을 거쳐 남쪽 출입문 밖으로 나가면 골목길 건너편에 불교대학 건물이 나온다. 그 건물에 들어서서 1층 오른쪽에 조계사 신도회 사무처가 자리 잡고 있다. 제26대 조계사 신도회(회장 김의정) 회장단과 사무처 임원들이 ‘게으름 없는 정진’을 열정적으로 실천하며 봉사하는 공간이다.
올해 1월 출범한 제26대 회장단은 11개 본부(5개 지역본부, 소임본부, 문화본부, 교육본부, 수행본부, 포교본부, 사회본부)와 본부별로 각각 팀을 두어 그 팀이 73개에 달한다. 
이번 신도회 사무처는 김의정 신도회장과 김진여심(법수) 사무총장을 비롯해서, 총무부장(선정화 안순이), 재무부장(현재 윤미경), 봉사부장(능인화 이대순), 교육부장(묘법화 김점희), 홍보부장(진법 이재림), 신도관리부장(청운심 황도경), 문화부장(각연 노미희), 염불봉사단장(연심화 안소연) 등, 여덟 명의 부서장을 중심으로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 임원들은 짧게는 8년, 길게는 40년이 넘는 시간을 조계사에 적을 두고 교리 공부와 기도, 봉사로써 마음 밭을 가꿔온 사람들이다. 기본교육부터 시작해서 경전반, 불교대학, 불교대학원 등의 교육과정을 마치려면 최소한 5~6년은 걸린다. 신도들 사이에 “조계사에서 봉사하려면 공부를 무지 많이 해야 한다”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이런 사무처 임원들에 의해 신도회 회비 관리, 행사 기획 및 진행, 행사 홍보, 자원봉사 교육, 사중 안팎의 봉사활동 등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게 결정되고 이루어진다. 이처럼 신도회의 중심축으로서, 신도회의 모든 것이 여기서 비롯되고 여기로 결집되는 허브와 같은 곳이 사무처다

총무부장 안순이 (선정화)


재무부장 윤미경 (현재)


신도관리부장 황도경 (청운심)


홍보부장 이재림 (진법)

여덟 개 부서, 열 개 팀의 하루

사무처의 하루는 매일 아침 9시, 그날 당번이 문을 열면서 시작된다. 그 다음에 도착하는 사람이 진여심 사무총장인데, 9시 반에 출근(?)해서 오전은 대부분 사중 회의나 회장단 회의 및 부서별 회의에 참석하는 것으로 보낸다. 사중 행사와 각 부서의 일을 공유하고, 협력하고 조율하기 위해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주일 내내 직장인처럼 출근하는 것이 임원들의 일이다. 오히려 봉사이기 때문에 더욱 철저해야 한다는 게 그들의 한결같은 마음가짐이다.   
“요즘 들어 특이하게, 봉사 지원 경쟁률이 높아졌어요. 코로나19로 행사가 줄어든 탓인지, 행사 공지를 올리면 기다렸다는 듯 봉사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줄이 나서네요.”
봉사 지원자가 많은 것도 그렇고, 부처님오신날 연등 접수가 다른 해보다 약 한 달 이르게 마감된 것도 그렇고, 진여심 사무총장이 이끄는 신축년 사무처의 출발은 ‘매우 맑음’이다.

 

봉사차장 최병순 (진성화)

봉사부와 염불봉사단의 팀원이 많은 이유

현재 신도회 회원을 2천여 명으로 보는데, 매달 임원회비나 팀 회비를 내는 사람만 정회원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총무부(부장 안순이)는 회원 관리를 비롯해서 각 부서의 업무를 총괄하여 균형을 맞추고, 사무총장을 보좌한다. 재무부(부장 윤미경)는 회장단 회비와 팀 회비 등을 관리하고 지출하는 부서다. 
윤 재무부장은 지난 24대 회장단 때부터 재무부장을 맡아 왔다. 유일한 연임으로, 저녁에 집에 가면 가업인 회사의 재무 일을 처리해야 한다. 요즘 회사 법인세 신고 기간이라 한가하지 않지만, 사무처 새 소임자들과 손발을 맞추기 위해 매일 자리를 지키고 있다. 4년 전, 재무 차장을 맡은 지 3개월 만에 재무부장으로 고속 승진한(?) 그는 “하루만 재무 일을 봐주면 된다는 말에 엉겁결에 이 일을 맡았지만,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화기애애하기를 바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봉사부(부장 이대순)와 염불봉사단(단장 안소연)은 다른 부서에 비해 팀원 수가 많은 조직이다. 그만큼 활동량이 많다는 뜻이다. 
봉사부는 일의 특성상 차장(진성화 최병순)을 두고 있고, 365일 봉사하는 부서다. 하는 일에 따라 법회계수팀(팀장 무상심 서명숙)과 만발계수팀(팀장 성덕행 함평희)으로 나뉘는데, 법회계수팀은 법회 동참 인원을 세는 일을 하고, 만발계수팀은 만발식당에서 공양하는 인원을 센다. 각각 여섯 명과 열여덟 명의 팀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대순 봉사부장은 지역 모임 지역장(2년)과 봉사부 차장(4년) 등, 신도회 활동만 18년을 넘긴 베테랑 봉사자다. 경력이나 연륜으로 맏언니로서 다른 부장들을 여유롭게 품어준다. 아무리 봐도 최고 맏언니로 손색이 없다. 최병순 차장 또한 지역 모임 지역장 출신인데, 계수팀으로 활동 중이어서 법회나 기도는 마음을 비운 지 오래다.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1시간씩 기도하는 것으로써 아쉬움을 달랜다.  

염불봉사단(단장 안소연)은 현재 80여 명이 활동하는 염불 봉사단체로, 사무처에서 팀원 수가 가장 많다. 2014년 염불봉사팀으로 출발(팀장 여천 김성우)해서 활동하다가 3년 뒤인 2017년 염불봉사단으로 재창단(단원 23명)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교육본부의 목탁교육(3개월)을 받아야만 단원될 자격이 생기는데, 수습기간 한 달을 거쳐 노전 스님의 면접을 통과해야만 염불봉사단 단원으로 활동이 가능하다. 
단체 염불이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틀리면 너무 티가 난다. 때문에 매주 토요일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다 같이 목탁 치는 연습을 한다. 특히 단장, 총무, 재무, 교무, 서기 등 임원만 21명인데, 염불 조문 봉사 때는 20명~25명이 단체 법복을 갖춰 입고 한 목소리로 염불을 한다. 
봉사를 시작한 지 5년차인 안소연 단장이 그간 염불로 모신 영가는 1백 위가 넘는다. 
“코로나 전에는 일 년에 30여 차례 염불 봉사를 했어요. 보통 오후 1시~5시, 유가족이 원하는 시간에 가는데, 천수경, 거불, 금강경, 장엄염불 등 45분~50분이 걸려요.”
염불 봉사가 얼마나 큰 포교이며 조계사를 알리는 큰 기회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확실히 느낀다는 안 단장. 즉각 눈에 띄는 외형적인 성과가 있는 한편, 봉사자들 스스로도 신심과 만족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교육부장 김점희 (묘법회)



문화부장 노미희 (각연)

교육부 및 문화부 신설의 의미

교육부(부장 김점희)는 2년 전 25대에 문화부와 함께 신설되었다. 자원봉사자 교육이 가장 큰 활동이다. 기본교육을 마치고 나서 수강해야 하며, 사중에서 봉사하려면 반드시 수료증이 있어야 한다. 1년에 3~4회 열리는데, 5회까지 늘릴 예정이다. 한 회에 30명 안팎이 수강하며 올해는 3월 13일에 개강했다. 
김점희 부장은 2011년 불교 기본교육을 받기 위해 조계사를 찾아왔고, 불교대학과 대학원을 마치고 신도회 활동을 시작했다. 
조계사에는 유독 일 년 내내 행사가 끊이지 않는다. 연꽃 축제, 국화 축제 등등, 사중의 큰 행사 때 문화부(부장 노미희)가 맡은 일은 인원 배치, 봉사자 관리 등 행사를 원활히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련 부서와 협조하는 일이다. 더불어 신도회 자체 문화행사를 비롯해서 연등 만들기, 바자회, 송년회 등의 이벤트를 기획하고  지원하는 일이다. 
문화부와 교육부의 신설은 신도회 내부에서 교육과 문화 부문의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문화부장 소임을 고사했던 노미희 부장은 “배움이 모자라면 가서 배우자. 이것이 인연이다.”라는 각오로 뒤늦게 사무처에 합류했다. 그런데 힘든 자리인 줄만 알았는데, 와서 보니 너무 중요한 자리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홍보부(부장 이재림)는 만발공양간 입구 게시판 등 사중 게시판 관리와 《가피》지 ‘신도회동정’란 원고 작성 담당이다. 신도회 본부별 활동과 행사 등을 취재하고 정리해서 알리는 일이 홍보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재림 홍보부장 역시 막차로 사무처에 합류한 막내 중 하나다. 불자가 된 지(2014년)는 오래지 않으나, 템플스테이 인연으로 문득 작은 깨달음을 얻었으니, 참 귀한 만남이 아닐 수 없다. 
“홀로 참가한 낙산사 템플스테이에서 한 비구니스님의 ‘일체유심조’ 설명을 처음 듣고 무척 감동받았어요. 그 뜻을 더 깊이 배우고자 조계사를 찾아왔어요. 공부하면 할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껴요.”

신도관리부(부장 황도경)는 이번 26대에 처음 생겼다. 신도 기본교육을 마친 불자들이 자기에게 맞는 길을 찾아가도록 이끌어주는 게 역할이다. 사경, 염불, 봉사, 명상 등 여러 가지 수행법을 소개함으로써 새내기 불자 스스로 자기 수행법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다. 신도 기본 교육을 통해 연간 배출되는 5백여 명의 새내기들이 대상이다. 
황 부장은 사무처에서 가장 젊은이 축에 든다. 나이도 그렇지만 성격도 쾌활해서 늘 주변인들을 즐겁게 해준다. 벌써  ‘분위기 메이커’로 인정받은 그는, “불교계의 서울대학에 잘 오셨다.”라며 새내기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걸로 유명하다. 그 단순한 말 한마디로 할 일을 다한 것일 수도 있다. 황 부장의 발원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모든 사람이 즐겁고 행복하도록, 전 국민의 불자화를 이루겠다.”


26대 신도회 사무총장 법수 김진여심

잠깐 인터뷰_ 26대 신도회 사무총장 법수 김진여심

안정과 화합, 
지금 이대로 나아가기를

조계사 신도회 사무총장 김진여심(법수). 그 이름에 대해 아는 바 없이 들으면, 왜 법명을 두 개나 쓸까, 의아해진다. 이제는 유명한 일이 되었겠지만, 본명 대신 법명(진여심)을 당시 호적(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린, 그 사건의 주인공이다. 
얼마만큼의 확고한 신념이면 그럴 수 있을까? 오래 전에 만난 뒤로, 가끔 ‘나도 그럴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되돌아오곤 한다. 그 일 하나가 많은 것을 짐작케 하는데, 이번 만났을 때도 그는 여전히 그런 사람이었다. 

조계사 신행상담실(7년), 조계종승려복지회 팀장(종단, 3년),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자원봉사, 가피봉사단 부단장, 불교여성개발원 가족지원센터장, 신도회 총무부장(4년) 등이 그간 해온 일들이고 지금껏 하고 있는 일이다. 그 길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변함없이 그의 삶을 지탱하고 있었다. 불교와 봉사. 

 

삶의 두 개의 기둥, 불교와 봉사

올해 사무총장을 맡고부터 그는 아침에 집에서 나오고 저녁에 들어가는, 직장인 같은 생활을 반복했다. 그것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그럼에도 김 총장에게서는 한 가지 잡념도 읽을 수 없다. 지금 이 안정된 속도로 신도회가 커지고 발전하기를 바라는 것일 뿐.
부단장으로서 함께 이룬 행복나눔가피봉사단 봉사의 빛나는 성과 앞에서도 그저 담담하고 조심스럽다. 올해 서울시공모사업에 채택(3월 5일)되어 1년에 30채를 수리해줄 수 있게 되었다. 수리 대상을 지역본부에서 추천받기로 한 점도 대단히 참신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올해 계획을 물었다.
“신도회가 안정된 흐름을 타고 있어, 지금 속도로 발전해 나아가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그 마음 그대로 고요히 흐르고 있을 것 같다.




 

노희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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