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로 우리의 일상들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 어느덧 1년이 넘어가고 있다. 그 영향으로 일상을 잃어버렸다고 할 만큼 사람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강요받게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변화가 우리를 힘들게만 하는 것은 아닌 거 같다.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일까. 1년에 한 두 번은 앓았던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한해를 지나왔다.
딸애는 졸업식도 없이 대학을 졸업하고 큰애는 한동안 격일제로 재택근무를 하더니 이젠 매일 출근 도시락을 가지고 다닌다.
구십이 넘으신 친정 어머님과도 좀 더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부정맥이 있으신 데다 식욕이 없으셔서 병원을 자주 오가시던 어머님도 외출은 안 하시지만 가족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으니 나도 이것 저것 요리를 하게 되고 요리를 좋아하는 어머님은 오히려 함께하는 가족들을 자주 보게 되어 식욕도 나고 건강해지신 것 같다.
코로나 시대에 우리의 생활 방식들이 내면을 더 보게 하고 가족들과의 관계를 따뜻하게 할 기회를 주는 듯하다.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시간을 두고 많이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요즘 나는 화상으로 진행하는 수업이나 워크숍 등에 익숙해졌다. 그로 인해 오프라인 수련 문화에 버금가는 효과를 보고 있다.
용타스님이 진행하시는 동사섭 행복마을의 수심장, 화합장, 지도자과정, 깨달음 학당 등도 줌을 통해 서로 화면 속 얼굴을 보면서 하고 있고 해리팔머가 창안한 아바타 수업에서도 줌으로 능력향상 워크숍이나 아바타 코스, 마스터 코스 등 비대면으로 여러 과정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는 학생들이 학교를 올 수 없으니 화상을 통해 수업을 하고 있다. 처음 수업에 몇 번 빠지던 것과 달리 점점 몰입되어 소중한 강의들을 듣고 있다. 함께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일 때 좀 더 집중이 되긴 하지만 요즘은 교수님 얼굴만 보고도 금방 집중이 된다.
그 중에서도 최근 들어 더욱 바빠진 나에게 굉장히 도움이 되는 것은 유튜브를 통해 수시로 열어볼 수 있는 조계사 실시간 기도 정진이다.
사시예불, 신묘장구대다라니 108독송기도, 성도재일 철야정진 등 어떻게 보면 바쁜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 같다.
익숙한 조계사 법당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며 아무 때나 부처님을 바라보며 예경하니 스님의 기도 소리에 저절로 집중되면서 시공간을 뛰어 넘어 한 공간에서 기도하는 느낌을 받는 놀라운 체험들은 감동스럽다. 아이러니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수행하고 기도할 수 있다는 깨우침을 준 코로나에 감사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어떤 인과로 이곳에 왔을까. 무엇을 가르치려고 이곳에 온 것일까. 인간들이 거짓말과 양설, 악구 등등 말로 인해 서로에게 상처 주는 일이 심해져서 입을 닫게 하려고 코로나가 출현했다는 말들이 꽤 설득력(?) 있게 들린다. 코로나를 미워하니 저항하면서 자꾸 변이를 일으키고 안 가는 건 아닐까. 코로나로 인해 상처 입고 아픔을 겪는 많은 사람들을 모두 보듬어주고 좀 더 주변에 사랑과 관심을 쏟으라는 가르침은 아닐까?
중고등 법회를 다니면서 시작한 불자의 길을 통해 많은 혜택을 받아왔다. 불법 속에 녹아 있는 자비행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우선 나와 주변이 행복하고 편안하다. 나와 주변의 부족함을 보기보다는 감사와 칭찬거리를 보려 하고 부처님을 닮고자 하는 자비심으로 내 안에 이미 있는 것을 누리고 행복해하고 감사할 줄 알아서 늘 마음이 풍요롭다.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이 나의 집착과 번뇌 때문임을 알고 알아차린 순간 바로 본래로 돌아가는 부처님 법을 알게 된 소중한 인연에 감사드린다.
나의 어떤 것도 다 수용하고 사랑해주는 나의 부모님, 무엇이든 나를 믿고 지원해주는 나의 남편, 나의 탐욕을 여과 없이 드러내게 하는 나의 스승인 예쁜 우리 아이들이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 돌이켜보니 내 생에 최고의 행복 마중물은 불교를 만난 것이다. 부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