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조계사 뉴스

조계사보 칼럼

[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입력 2021.05.01

질문>사찰 순례에 동참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스님들이 함께 발우 공양을 한다는 큰 방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찰의 건물이 많은데, 큰 방은 무슨 역할을 하는 곳인가요? 큰 방으로 쓰는 건축물에는 생소한 이름의 현판이 붙어있던데 어떤 의미인지요? 일반 불자들도 참배하거나 출입을 할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답변>우리나라 절에는 건축물이 많은데, 크게 분류해 보면 세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주문(一柱門)이나 사천왕문(四天王門) 같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문(門)들, 법당과 같이 예배와 신앙, 의식의 장소가 되는 여러 전각(殿閣)과 스님들이 거주하며 사무와 행정을 관장하고 의식주를 해결하는 생활 장소인 요사(寮舍)가 그것입니다.

 

질문하신 큰 방도 요사에 속하는 건물로 주로 법당 앞이나 좌우에 위치합니다. 꼭 장소가 정해진 것은 아니고, 요즘은 필요한 공간에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요사를 요사체라고도 하는데 참선 수행의 공간도 주로 이곳에 있고, 드물지만 학인(學人)들이 경전을 공부하는 공간도 있습니다. 전각들이 대웅전, 극락전, 관음전, 지장전과 같이 각각 다른 불보살님을 모시고 이름도 다르듯이 요사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중에 가장 중요한 곳이 질문하신 큰 방, 바로 대중방이라 불리는 곳입니다.

 

출가 생활은 대중(大衆)이 함께 하는 생활이 기본입니다. 모든 대중이 함께 공양(供養)하고 정진(精進)하는 큰 방은 그런 기능이 주로 이루어지는 장소입니다. 출가한 스님들의 수행에서 공양과 정진은 대중이 모두 같이 일하는 울력(運力), 부처님 전에 의식을 올리는 예불(禮佛)과 함께 수행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곳은 대중들과 더불어 생활하는 장소이기 때문에 항상 대중들을 배려하여 양보하고 자신을 낮추는 하심(下心)의 중요한 공부과정을 배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 큰 방은 절에서 거주하고 있는 스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크고 작은 사찰의 주요 행사를 의논하거나 알리는 일, 대중에게 허물을 묻거나 벌을 내리는 대중공사(大衆公事) 같은 중요한 일도 이루어지는 장소입니다.

 

큰 방으로 쓰이는 요사의 이름도 다양한데요. 보통 정진의 의미로 선(禪)과 관련된 이름이 많습니다. 지혜의 칼로 무명(無明)의 번뇌를 베어 버린다는 뜻의 심검당(尋劍堂), 깨달음의 집, 열반의 집이라는 뜻의 적묵당(寂默堂), 선에 대해 공부하고 정진한다는 의미의 설선당(說禪堂)과 수선당(修禪堂), 부처님을 뽑는다는 뜻으로 선불장(選佛場) 등이 많이 쓰입니다. 

 

특이한 이름도 있습니다. 경기도 화성 용주사(龍珠寺)의 대중방은 나유타료(那由他寮)라고 합니다. 불교에서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수가 나유타인데 훌륭한 수행자가 많이 배출되기를 이름에 담은 것 같습니다.

 

옛 전통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절도 현대 문명사회의 발달 속도에 맞추어 가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 현대화되어 변해가고 있습니다. 또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사상이나 생활 방식도 예전과는 다르지요. 그래도 그나마 전통이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 절입니다. 그런 절에서도 부처님 당시부터의 대중 생활 전통이 가장 잘 살아 있는 곳이 대중방 같은 곳입니다. 스님들의 입문서이자 필독서인 <사미율의(沙彌律儀)>나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 같은 책에서는 큰 방에서의 엄격한 생활에 대해 중요하게 언급하며 출가 생활을 익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질문하신 것처럼 우리나라 절에서 일반인들은 물론, 우리 불자들도 들어가 보기 쉽지 않은 곳이 큰 방이고 요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입을 금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님들의 생활공간이자 수행공간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출입을 하지 않고 부득이하다면 반드시 조심스럽게 출입하셔야 합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저작권자 © 미디어조계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