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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가피인연

배려하고 화합하며, 늘 부처님과 함께

  • 입력 2021.07.15

 

제26대 조계사 신도회 부회장단(1)

 

제26대 조계사 신도회(신도회장 김의정) 회장단 구성이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특히 부회장단은 수석부회장을 비롯하여 다섯 명의 부회장과 사무처 일곱 명의 소임별 본부부회장 등 총 열세 명이 든든하게 신도회를 떠받치는 기둥 구실을 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신도회 정미령 수석부회장과 김경숙·남재학·윤상희·이갑순·이영림(이상 가나다순) 부회장을 차례로 소개한다. 


■정미령(반야원) 수석부회장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미령 수석부회장은 여전히 바쁘다. 중소기업((주)IGS Korea) 주요 임원으로서 1년 넘게 계속되는 위기를 이겨내고자 숨찬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그간의 영업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지만 그나마 잘 버티고 있는 편이다. 어려운 일 앞에서 오히려 침착해지는 다부진 성격 덕분이기도 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안 된다’는 부정적인 생각은 전혀 안 해요. 힘들수록 ‘How to?’를 먼저 생각하죠.”
제25대에 이어 제26대 수석부회장 소임을 다시 제안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바빠서 못하겠다는 생각보다 두 번째인 만큼 어떻게 하면 전보다 좀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결론은 ‘화기통천(和氣通天, 화합의 기운이 하늘과 통한다)’이라 했으니, 자연스레 배려와 화합으로 소통하는 신도회를 만들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흘러갔다. 
그러기 위해서 누군가는 늘 귀를 열어 놓아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자신의 몫임을 깨달았다. 김의정 회장님을 잘 보필하고 회장단의 화합을 최우선으로 두고 노력하는 것, 보필과 화합이 정 수석부회장 스스로 정한 자신의 역할이다.
25대 때는 앞만 보고 힘껏 달렸다면, 이제는 회장님이 계신 덕분에 한 발 물러서서 여유롭게, 넓고 멀리 볼 수 있게 되어 좋다는 정 수석부회장. 그는 작년 11월, 회갑인 신축년을 앞두고 삼천배기도를 다녀왔다. 육십 평생 잘 살아온 것에 대한 감사의 기도를 부처님께 올리고 싶었다. 그리고 새로 태어난 마음으로 자신을 한 번 더 다잡고 싶었다. 3박 4일간 법흥사 약사전에서 매일 사분정근을 하면서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했다. 그리고 올해 신행 목표를 ‘심우 수행’으로 정했다. 
신도회가 주최하는 행사 중 정 수석부회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처님오신날 기념 바자를 앞두고 한창 바쁜 요즘, 정 수석부회장의 사업 능력이 또 한 번 빛을 발할 것 같다. 바자 수익금을 조계종성역화불사 등, 늘 이웃과 함께하는 상생을 위한 일에 기부하고 있어서 더 힘이 난다고 한다. 



■김경숙(호연) 부회장

김경숙 부회장은 아주 이른 나이, 중학교 3학년 때 불교를 만났다. 고향인 여수 석천사에서 불교학생회 활동을 시작한 뒤 줄곧 부처님 곁에서 멀어지지 않았다. 결혼해서 두 딸이 다섯 살, 일곱 살이 될 무렵, 어린이법회가 있는 절을 본격적으로 수소문했고, 발품을 판 끝에 조계사를 찾아냈다. 2003년 즈음, 조계사 어린이법회에 두 딸을 가입시켰다. 
조계사 불교대학총동문회 6대 회장, 신도회 교육본부장 등 주로 교육과 관련된 일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때 선재법등장(현재 어린이청소년지원팀장)을 지낸 인연 때문이다. 당시 일요법회를 마친 어린이들이 만발식당에서 점심밥을 먹으려면 큰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어른들 틈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걸 본 학부모들이 선재법등이란 이름으로 모여 직접 점심공양을 지어서 먹였다고 한다. 유아와 청소년이 200명이나 될 때였다.
유아, 초등, 중고등법회에 자녀들을 데려오는 열정 어린 열다섯 쌍의 부부를 비롯하여 어머니와 할머니들까지 똘똘 뭉쳐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때부터 조계사의 교육 환경에 관심을 갖고 살피기 시작한 김경숙 부회장은 불교대학총동문회 활동을 할 때 직접 장학회를 조직해서 현재 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편리한 교육시설과 실력 있는 강사 등 교육 환경이 좋아야 젊은 불자들이 찾아오겠죠. 포교도 되고요. 장학금은 좋은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아이들 학자금을 지원하는 데 쓰고 있습니다.”
현재 200여 명의 회원들이 매달 후원금을 낸다. 그 돈으로 작년 연말에는 총 1천만 원을 불교대학 재학생과 신도회 자녀들의 중·고·대학 등록금으로 지원했다. 교육본부장 재임 중에는 교육본부 소속 단체인 불교대학·대학원·총동문회가 함께 전자칠판 네 개를 교육문화센터 강의실에 기증했다. 김 부회장은 그런 일들을 찬찬히 살피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 일에 보람을 느끼니, 어찌 신도회 활동이 즐겁고 신명나지 않겠는가.


■남재학(수진) 부회장 

그날 하루만도 187번째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는 조계사 새내기 남재학 부회장. 희홍건영 공동대표인 남 부회장은 예원예술대 외래교수로서 관광학 관련 강의도 하고 있다. 부처님의 땅 경주 출신으로, 부모님이 아침과 저녁 두 차례씩 백일기도를 한 덕분에 태어나 모태신앙을 갖고 있다. 교리 공부를 체계적으로 한 적은 없어도, 법당에 앉아 있으면 마냥 마음이 편해지고, 염불소리에 머리가 맑아져 틈 날 때마다 골 깊은 산사를 찾아간 게 신행생활의 대부분이었다. 한마디로 조계사처럼 조직과 체계를 제대로 갖춘 도심 사찰은 처음이란 뜻이다.
“아직은 얼떨떨하지만, 부회장에게 주어진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성심껏 할 생각입니다. 마침내 부처님께 봉사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지난 2016년 국민안전처가 주관한 안전문화대상 시상식에서 국민포장을 받았을 만큼, 남 부회장의 삶에서 ‘봉사’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고아, 무의탁 장애인 및 어르신 대상의 목욕 봉사를 비롯해서, 집 도배 및 청소, 바다 쓰레기 수거, 해양 안전요원 활동 등, 봉사가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잠시 활동을 멈추고 있으나, 앞으로 어떤 봉사를 할지 깊이 모색 중이다. 
“조계사에서 보낸 짧은 시간 중에 대웅전 청소를 한 적이 있는데, 남자가 저뿐이어서 굉장히 서먹했어요. 맘에 맞는 남자 도반들을 만나서 함께 활동하고 싶어요.” 
남 부회장의 바람은 이 기회에 불가 인연에 맞게 봉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원적 사찰이 될 조계사 또한 지방의 작은 암자와 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곳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불교계의 든든한 맏형이 되기를 바란다. 



■윤상희(수선화) 부회장

최고가 아닌 최선을 다하는 소임자, 그런 도반이 되겠다는 윤상희 부회장은 조계사불교대학총동문회에서 활동한 기간이 길다. 불교대학 56학번 임원을 거쳐 총동문회 부회장 등 주로 동문회에서 활동해온 바, 신도회 부회장 소임이 조금은 낯설고 조심스러운 듯 보인다.  
“부회장 부촉장 받고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소박하게 같은 공간에서 신행하는 도반으로서, 서로 도움을 주고 따뜻한 공감대를 가질 수 있도록, 그런 역할을 하면 되겠구나 하고 정리했어요.”
윤 부회장은 딸 대학 입시 발원기도로 조계사와 인연을 맺었다. 대학 다닐 때 불교 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윤 부회장은 결혼 후 딸 학교 학부모 모임에 나갔는데, 임원 학부모 13명이 모두 불자였다. 마음이 통해서 함께 화엄성중 기도를 시작했다. 매일 500배를 하고 목동 집까지 가려면 다리가 후들거렸다. 
하루는 마당 권선각 봉사자가 윤 부회장을 부르더니, “봉사해볼 생각 없어요?”하고 물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화요일과 목요일에 권선각 봉사를 시작했다. 탑불사 권선도 하고 연등 모연도 하면서 보시를 권하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더불어 교리 공부의 필요성도 느꼈다. 불교대학에서 도반들을 만나 함께 활동한 것이 윤 부회장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 도반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았고, 마음 맞는 도반들과 함께 수행하고 봉사하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조계사의 역할이 그것이라고 생각해요. 불자 도반들의 화합과 소통의 공간, 수행의 공간이죠. 즐겁게 신행활동을 할 수 있는 수행처로서, 지금만큼만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이갑순(보광수) 부회장

조계사 신도번호 7520-0번. 40년간 조계사를 지켜온 토박이 신도인 이갑순 부회장은 인생의 반 이상을 조계사와 함께했다.  
“삶이 매일 평탄할 수만은 없지만, 조계사와는 좋은 기억만 있어요. 부처님의 가피지요.”
어려운 일은 있었지만 결과는 늘 좋았다. 특히 작년에 아들이 좋은 배필을 만났고, 딸은 결혼 8년 만에 임신해서 올 2월에 귀하디귀한 손녀를 낳았다. 불사금 모연을 할 때마다 서슴지 않고 불사금을 내어놓는 딸이고, 중학생 때부터 어머니인 이 부회장을 따라다니면서 108배를 곧잘 하던 아들이다. 아들은 어머니의 기도로 사법고시에 합격했고, 판사인 지금도 어머니와 함께 봉정암 기도를 다녀 그 횟수가 스무 번이 넘었다. 사위까지 포함해서 아들 딸 모두 이 부회장 말이라면 선뜻 믿고 따라주니, 더 바랄 게 없을 듯하다. 그러니 조계사와 함께한 반생이 모두 꽃밭일 수밖에 없다. 
“손녀를 봐줘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동부지역 본부장을 내려놨는데, 그게 제일 아쉬워요. 부회장 소임까지 마다하면 손녀 돌보는 일에 스트레스 받을까봐, 가족회의를 거쳐 수락했어요.”
이 부회장은 지역장과 지역본부장 등 지역 활동은 물론, 불교대학·대학원까지 마치면서 오랜 시간의 다양한 경험 덕분에 어떤 상황에도 흔들림이 없다. 든든한 회화나무 같은 이 부회장이 있는 곳에는 그래서 늘 따사롭고 온화한 기운이 가득하다.  


■이영림(관음행) 부회장

부회장단의 맏언니지만, 조계사 가족이 된 건 2014년이다. 조계사에서 뒤늦게 시작한 불교 공부에 어찌나 환희심이 나던지, 기본교육에서 불교대학원까지 5년이란 기간이 단숨에 지나갔다. 작년에는 포교사 시험에 합격해서 새터민 대상으로 봉사를 시작했는데, 코로나19로 중단되어 아쉬움이 매우 컸다. 
관악지역장을 지내고 남부본부장으로 활동하던 시절에 더 없이 소중한 인연들을 만났다. 관악구 지역모임 회원들과는 지역법회에 동참하고 서로 집안 대소사를 챙겨주는 등, 함께하는 시간들이 쌓여 가족 같은 사이가 되었다.  
남부본부장 소임 때 함께한 각 지역장들의 지지와 협조는 지금도 잊을 수 없을 만큼 따뜻했다. ‘나를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이익을 주는 사람이 되자.’라는 소신을 일관되게 실천한 결과였다. 또한 “베풀며 살아라.”라며 보시바라밀을 강조한 친정어머니의 생전 가르침은 이 부회장의 봉사활동으로 이어졌다.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의 사리회 팀장을 맡아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팀원들과 한마음으로 음식을 만들고 배식하는 활동을 해왔다. 
26대 신도회 부회장단이 조계사 신도회 임원이라는 공감대 안에서 서로 조건 없이 하심(下心)하고 배려하며 합심한다면 조계사 신도들을 위해 큰 몫을 해낼 것이라고 강조하는 관음행 이영림 부회장. 섬세하면서도 거침없는 봉사 정신과 그 실천력에 저절로 머리가 숙어진다. 

 

노희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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