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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사색의 뜰

운명처럼 다가온 불교 인생을 바꾼 부처님의 가르침

  • 입력 2021.05.01

나에게 있어 불교는 운명처럼 다가왔다.

결혼 전에는 카톨릭 신도로서 교리교육을 받고 신앙생활을 했는데 결혼과 함께 절을 찾게 되었기 때문이다. 구의동 영화사 신도였던 시어머니의 인도로 불자로서 신행생활을 시작했다. 신심이 돈독하신 시어머니께서는 나를 법회에 데리고 가서 큰스님들의 법문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셨다. 불교가 깨달음의 종교이며, 행복을 가져다주는 종교임을 알게 되었고, 한 발 한 발 다가설 수 있었다.

 


처음에는 원찰을 북한산 노적사로 정하고 신행생활을 하였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허리협착증이 발병하면서 산길을 많이 걸어야 하는 노적사에서 대중교통이 편리한 조계사로 재적사찰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누구나 인생 속에서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게 마련이다. 연로하신 친정어머니가 치매에 걸리면서 간병인이 필요하게 되었다. 어머니 돌보는 일을 남에게 맡길 수 없어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6년간 간병을 전담했다. 화곡동에 사시던 어머니를 위해 내가 살고 있던 신림동집에서 가족 동의하에 어머니와 둘이 함께 생활하였다. 이때 90세와 82세의 어르신 두 분을 돌보는 요양보호사 일을 함께했다. 매일 아침, 점심 그리고 오후 6시까지 돌면서 세 분을 케어했다. 한가족이라는 마음, 부처님을 모시는 마음으로 진심을 다해 실천했다. 어르신들을 위한 케어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회향했다. 

 

본격적인 신행생활과 사찰봉사는 조계사 관음전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매월 지역법회에 빠짐없이 동참했고 그 인연으로 관악지역장으로 선임되었다. 지역장 소임을 담당하면서 동시에 불교기본교육, 불교대학 과정을 이수하고 포교사 고시에도 합격했다. 올해 3월에는 불교대학원 과정도 마쳤다. 남부지역 본부장 소임을 맡으면서 열심히 봉사했고, 현재는 조계사 제26대 신도회 부회장 소임자로 활동 중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집안일, 불교공부, 사찰에서의 봉사로 앞만 바라보고 정신없이 달려왔다.  “지금, 여기서가 아니면 언제 어디서 복을 지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늘 조계사 부처님께 의지하면서 원력을 세웠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 덕분인지 부처님의 한량없는 가피를 입었다. 

 

때때로 봉사가 ‘힘들게 느껴지고 괴롭다’는 생각이 일어나면 <숫타니파타>의 ‘고귀한 축복경’을 독송하면서 마음을 다잡곤 하였다. ‘어리석은 자와 사귀지 않으며 슬기로운 님을 섬기고 존경할 만한 님을 공경하오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조계사에서 많은 출·재가 선지식들을 만날 수 있었고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분수에 맞는 곳에서 살고, 일찍이 공덕을 쌓아서 스스로 바른 서원을 세우니 이것이야말로 더 없는 축복입니다.”

 

온 가족이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과 원만한 가정이 있고 삼보를 외호하겠다는 서원을 세워 그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인생 최대의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조계사 불교대학에서 공부하고 불자오계를 수지하며 소임을 맡아 봉사하고 도반들과 법담을 나눌 수 있는 오늘이 내게 가장 행복한 날이다.

 

삼보에 공양을 올릴 수 있고, 어려운 이웃에게 베풀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지 않는 인생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친정어머니와 이웃의 어르신들을 간병한 공덕의 산물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서원하는 일들 모두 장애 없이 원만 성취된 것은 부처님의 한량없는 가피를 받은 것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들어서서 돌이켜보니 나의 인생사도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면서 마음 근육이 많이 튼튼해진 것 같다. 그래서 세상살이에서 부딪히는 일이 있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집착과 분별심도 어느 정도 가라앉은 것 같아 행복하게 느낀다. 조계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무한한 진리의 세계에 발을 디디게 해 준 고마운 사찰이다.

 

그리고 내가 만난 도반들은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의 길을 함께 걸어주는 보살 행자이다. 나는 아직 부족한 것도 많고, 더욱 정진해야 할 입장이나, 언제 어디서나 감사한 마음으로 불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한다. 앞으로도 육바라밀과 불자 오계를 더욱 잘 지키도록 노력하고 점검하며 재가불자로서 손색이 없는 삶을 살 것을 다짐해 본다. 그리고 한 사람이라도 더 불자가 될 수 있도록 포교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원력으로 살아 가 리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면 어디서든 실패하지 않고 모든 곳에서 행복의 기쁨을 누릴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이영림 (관음행, 신도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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