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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입력 2021.06.01

질문 : 아내와 함께 절에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심 불자입니다. 스님들께 배운 바른 신행을 하는 불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행사 때와 다르게 평소에 법회에 참석해 보면, 동참하는 불자의 숫자가 생각보다 적은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답변 : 우리 불교가 내세우는 ‘자랑스런(?)’ 두 개의 지표가 있습니다. ‘1700여년의 역사’와 ‘2000만 신도’입니다. 역사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므로 일단 접어두고, 2000만 신도에 대해서는 보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불교신도를 절 집에서는 불자(佛子)라고 합니다. 놈 자(者)를 쓰지 않고 아들 자(子)를 쓴 것은 법화경 가르침처럼 ‘종불구생(從佛求生)’이기 때문입니다. 중생이 부처님을 따라 존재한다는 뜻이지요. 말씀하신대로 지금까지 우리는 그저 불교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면 모두 불자라고 했습니다. 1년에 한 번도 절에 나오지 않아도, 부처님오신날에 등 한 번만 달아도, 부모님이나 가족이 절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도, 거기에다가 막연히 불교가 좋은 사람들까지도 모두 불자라고 지칭했지요. 불자의 기준이 애매모호하고 너그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이나 큰 행사에 참석하는 많은 불자들이 평상시 기도와 법회의 불자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은 왜 일까요? 모두가 생각해 보아야 할 대목입니다. 불자의 기준 같은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지난 몇 년 동안 조계사와 도심에 있는 절에서 포교하고 정진하면서 느꼈던 점을 기초로 해서 불자의 기준에 대해 몇 가지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첫째는 반드시 삼귀의(三歸依)와 오계(五戒)를 수지해야 합니다. 불교에 입문했으면 신도로서의 정체성과 일상의 삶 속에서 지켜야 할 점들을 생활하며 실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 시작을 삼귀의를 통한 결심과 오계의 내용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지요. 일정기간 동안 교육을 통해 수계한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신도기본교육’과 같은 과정에 동참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입니다.

 

 

조계사 기본교육 수료식

둘째는 질문에서 지적한 것처럼 정기적으로 기도와 법회에 참여하는 문제입니다. 불자에게 기도와 법회는 자신이 생활하면서 지은 잘못을 참회하고 바른 신행의 실천을 이끌어주는, 꼭 필요한 신행활동입니다. 불교는 맹목적인 믿음을 강조하는 종교가 아니라 스스로의 공부, 정진, 깨달음을 중시하는 종교입니다. 때문에 항상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익히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바른 불자라고 할 수 없겠습니다. 
 
셋째는 어느 정도의 금액을 사찰이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보시(布施)하는 생활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사찰은 신도들의 희사금(喜捨金)에 의해 운영되고 유지되는 곳입니다. 그러한 재정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전해주기도 합니다. 그것은 결국 사찰의 활발한 활동으로 이어지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삶의 희망과 새로운 목표를 제시해 줍니다. 우리들의 작지만 정성스런 보시가 큰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넷째는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그저 좋은 말씀을 듣는 것으로만 안주하지 말고, 기도와 법회의 동참으로 배우고 또 배움으로써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부처님 가르침이 되도록 스스로 노력하셔야 됩니다. 
 
마지막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가까운 이웃들에게 베푸는 생활입니다. 부처님께서 제자들에게 당부하셨던 전법교화(傳法敎化)가 바로 그것입니다. 부처님의 진리가 인연이 있는 분들에게 전해지는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부처님 진리의 삶이 펼쳐지는 불국토(佛國土)를 이루는 시작입니다. 불자의 의무이기도 하지요. 

이상의 5가지 조건은 상당히 객관적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초심 불자가 처음부터 모두 지키며 실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선 한가지만이라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면 점점 바른 신행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또한 이러한 기준이 불교에 입문하는 불자들에게 신행 지침이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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