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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사색의 뜰

선(禪)의 숲(林)에서

  • 입력 2021.06.01
 제가 지역장 봉사를 맡고 있을 때입니다. 


불교대학원에 입학원서 접수를 하고, 개학을 기다리고 있는데 불대 도반 언니가 선림원에 가서 참선공부를 하자고 하였습니다. 그때 도반 언니의 말에 의하면 ‘나는 누구인가?’를 알아야 육바라밀의 참의미를 알고, 진정한 보살도를 행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이를 위해선 불자로서 참선 공부가 필요하다고 나를 설득하였는데 묘하게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을 겪었습니다. 도반 언니의 강력한 추천으로 선림원으로 진학을 정하고 불대 59기 도반 세 명과 함께 선림원 11기에 입문했습니다.

 

처음에는 지역장 소임을 맡고 있으면서 참선공부를 하니 공부가 되지도 않고 마음이 들떠있는 상태여서 당연히 체험 성취도 못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참선 공부에 지루함을 느꼈습니다.
또 일 년에 한두 차례 대종사님이 계신 선원(선방)에 수련회를 가는데 저는 사중행사가 지역과 겹쳐서 수련회도 참석을 못하고 졸업을 했습니다. 나름대로 아쉬움을 안고 졸업을 하려니 뭔가 내놓을 살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졸업 후 본격적으로 참선공부를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처음에는 욕심을 내어 참선 공부를 하는데 기초공부가 안되어 화두 체험 공부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는 도반이 일주일 철야용맹정진에 참여한다기에 저도 그곳을 찾아갔습니다. 전국에서 수백 명이 모여서 수행정진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용맹정진 3일 만에 오온(五蘊)이 터지는 체험을 맛보았습니다. 정말 체험을 하고 나니 세상이 밝고 마음이 편안하고 환희심이 가득하여 세상이 경이로웠습니다. 그리고 둘이 아닌 너와 나는 하나다. 불이문의 이치를 깨닫고부터는 하나를 잡으면 극락이요. 놓치면 지옥인 것을 생생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견성을 찾기 위하여 화두공부를 하고 있으나 무명으로부터 수없이 침입당하여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도돌이표와 같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를 알기 위하여 참선을 하고 있지만 무수히 현상에서 놀아나고 본질인 ‘공’, 나는 누구인가? 한 생각에 묻혀 깨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답답한 감옥 느낌입니다. 본질인 너를 찾아야 나의 실체를 알 것인데 아직도 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공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분심이 일어나 화두에 몰두하고 있다가도 본질은 어느 순간 숨어버립니다. 업장소멸 청소를 다 못하여 어두운 거리 속에 또 다른 나를 찾고자 헤매고 있습니다. ‘이뭣고’라는 화두로 나를 찾고 나의 집을 찾아서 해탈의 문을 건너 도솔천을 향해 얼씨구절씨구 지화자 좋다 춤을 추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과정 속에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저는 참선공부를 하면서 진정한 봉사 의미를 되새겨 봤습니다. 어느 지역장님이 무심코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봉사를 많이 하면 눈이 멀어진다” 툭 던진 말에 ‘봉사를 오래 하면 안 되는구나!’하고 의문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1년 후 어느 날 수행본부 전 고월 동문팀장님이 “죄를 짓는 사람은 당연히 죗값을 치려야 하고 곁에 같이 있던 사람도 죗값을 치러야 한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의문을 품고 있던 봉사의 뜻이 순간 제 뇌리에 솟구쳤습니다. “눈으로 보이는(아상) 봉사는 눈이 멀어지고 보이지 않는 봉사는 밝은 봉사자이다”라는 생각의 알음알이를 한 것 같습니다. 실제 봉사를 하면서 본인 아상을 높이고 본인 생각으로 봉사를 한다면 죄(업)를 짓는 봉사다. 순수한 의도가 없고 보여주기 위한 봉사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봉사도 수행이고 기도다’라는 십여 년 전 대보살님들의 말씀이 그때는 무슨 말씀인지 몰랐습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섬기라는 뜻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우리 조계사는 ‘기도’, ‘봉사’를 기본원칙으로 행하고 있습니다. 조계사 보살님들의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불보살입니다. 그만큼 지극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기도를 드립니다. 그리고 어떤 봉사도 마음에 걸림이 없고 두려움 없는 마음으로 봉사를 합니다. 기도를 통하여 부처님의 혜안을 보고 수행을 더하여 나의 업장을 녹여내는 것이 나의 공부이고 나의 도량입니다. 조계사는 우리들의 성지이고 안식처입니다. 우리 봉사자들도 조계사 신도님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지극한 마음으로 친절한게 봉사하는 것이 진정한 공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봉사하는 소임자로서 더욱 조계사 신도님들의 편의를 위해 정성껏 수행할 것을 스스로 다짐해봅니다.

저는 조계사 선림원 내에 일반 선방이 있었으면 하는 간절한 소원을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선림원장스님께 일반 선방이 절실히 필요함을 말씀드렸는데 부처님 가피로 올해 안심당이 개방되어 너무 기쁘고 주지스님과 선림원장스님께 지극한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조계사 안심당(선방)이 있으므로 우수한 산문들을 지원하고 자아를 체험하는 소중한 장소로 널리 알려질 것 같습니다. 안심당 선방에서 참 나를 찾는 체험을 한번 권하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최고의 선방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활용 부탁드립니다.

“보현은 찻잎 따고/ 문수는 차 다리고/ 관음은 차를 권하니/ 감로차 겁 밖의 향기/ 너도 한잔 나도 한잔/ 드시는 이마다/ 무명업장 녹아지고/ 타파칠통(打破漆桶)/ 하하 좋을시고/ 돌장승도 일어나/ 춤을 둥실둥실 추네” <한암 선사의 시>


 

임성자 (만법심, 수행본부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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