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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입력 2021.07.01
 질문 : 살다 보면 주변의 여러 가지 일들이 뜻대로 되지 않아서 괴로울 때가 많습니다. 
항상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부처님 경전을 읽다 보니 어리석음이 모든 행위의 근본 번뇌라는 표현이 있던데, 제가 그런 것 같습니다. 어리석음과 지혜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답변 : 어리석음은 탐냄, 성냄과 더불어 불교에서 말하는 근본 번뇌의 제1 원인입니다. 보통 삼독(三毒)이라고 말하는데 이러한 번뇌의 작용이 우리에겐 독약과도 같은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욕심과 성냄의 피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반면에, 어리석음에 대해서는 그 심각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욕심내고 성내는 것도, 모른다는 어리석음으로 인해 그렇게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리석음은 그냥 잘못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문제가 큽니다. 잘못은 고치면 되지만 어리석음에 물들면 고치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수행자들은 어리석음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번뇌라고 얘기합니다. 
 
예를 들어 신발이 크다고 발을 줄이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도박은 자기도 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인해 계속한다지요? 입지도 못할 옷을 잔뜩 사서 매일 다림질만 하는 건 어떻습니까? 살지도 않을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 때문에 고민하는 것은 사회적, 윤리적으로도 잘못한 일이고, 자신도 망치는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어리석음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면, 지금 받고 있는 고민과 고통을 덜어 낼 수 있습니다. 잘 아는 것을 지혜(智慧)라고 합니다. 지혜의 소중함을 느낀다면, 지혜를 계발(啓發)하는 공부를 하셔야겠지요.
 
질문하신 것처럼 가끔 ‘마음이 무겁다, 가볍다’라는 표현도 씁니다. 마음이 무거운 것은 번뇌 망상으로 인해 마음이 어두운 상태고, 마음이 가볍다는 것은 집착과 욕심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때 쓰는 표현입니다. 언제나 마음이 가벼운 상태가 좋지 않겠습니까? 하기 어려운 면도 있겠지만 지혜를 얻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불교에서는 수행(修行)이라고 하듯이 스스로 노력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가끔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에 부딪힐 때가 있습니다. 인욕(忍辱)하면서 참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만, 사실은 자기가 지은 인연을 안다면 훨씬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자기가 지었던 인연을 안다면 억울하다는 생각보다는 잘못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 않겠습니까? 억울함보다는 참회(懺悔)에 대해서 생각하겠지요. 그럴 때 우리는 지혜롭다고 합니다. 
 
어떻게 지은 인연을 알 수 있나요? 진리를 공부하고 알아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알아지는 것이 아니라 수행을 통해서 알아가야지요. 그중에서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자기를 잘 관찰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어떤 성인(聖人)께서 ‘너 자신을 알라’라고 말했는데 참으로 의미 있는 말씀입니다. 자기 자아의 순간적인 식(識)을 어리석음에서 지혜로 바꿀 수만 있어도 좋은 공부가 됩니다. 순간의 괴로움이 즐거움이 되고, 미혹이 깨달음으로 바뀌는 경험은 부단한 자기 관찰을 통해서 가능합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하는 노력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세상에 깃들어 있는 궁극적인 이치를 알지 못하면 인간은 스스로 여러 가지 현실에 얽매여 바른 삶을 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무명(無明)이라고 합니다. 이치에 밝지 않으면 생각이 전도(顚倒)되고, 사견(邪見)을 지녀서 악행(惡行)을 짓게 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무명을 없애는 지혜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신 것이지요. 마음을 내셔서 불교에 대해 좀 더 깊이 공부해보는 인연을 지으시기 바랍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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