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더운 여름이자 그리고 가을이 시작되는 8월입니다.
코로나가 7월이면 진정되고 조금씩 자유로운 활동이 시작될 것이라는 강한 희망이 어느 결에 사라지고 오히려 더욱 확장되어 활동제약이 심화되었고 이로인한 경제적인, 정신적인 어려움이 크게 실감되는 7월이었습니다.
평생 자유롭게 기도하고 수행했던 그 법당이 막히고 공양간에서 먹던 공양이 중지되는 이러한 삶을 살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2년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철큰스님께서 생전에 수행하는 스님들께 법문중에 인용하고 추천한 조사어록 중에 신심명을 특히 강조하셨던 부분이 문득 떠오릅니다.
신심명(信心銘)은 중국 선종(禪宗) 초조 달마조사 스님과 2조 혜가대사 스님의 법을 이은 3조 승찬대사(僧璨大師)스님께서 깨달음에 대한 요체(要諦)를 사언절구 게송으로 줄여서 간략하게 말씀하신 것으로, 중국에 불교가 전해진 이후 문자로써 최고의 문장이라는 평을 받은 시문(詩文)이요 수행 지침서라고 불려지고 있습니다.
그 신심명 첫구절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至道無難 (지도무난) 도에 이르기는 어렵지 않다.
唯嫌揀擇 (유혐간택) 오직 고르고 분별함을 싫어하니
但莫憎愛 (단막증애) 다만 미워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洞然明白 (통연명백) 분명하게 꿰뚫으리라.
수행에 대한 부분을 승찬스님께서는 간단하면서도 명확하게 말씀했습니다. 수행이란 것은 어떠한 조건이 좋고 어떤 방법이 가장 뛰어나거나 적절한지 또한 어떠한 내용이 적합한지를 따지고 분석하는 것이 아닌 지금 하고 있는 그 수행이 가장 중요하고 적절하며 더욱 중요한 것은 꾸준히 지속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가르침을 주신 것 같습니다.
밀린다왕문경에서 나가세나 스님께서는 수행에 대해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왕은 물었다.
나가세나 존자여, 그대들이 출가 수행하는 목적은 괴로움이 사라지고
다시 다른 괴로움이 생기지 않도록 함이라고 그대는 말씀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출가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출가 수행은 미리부터 노력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입니까. 아니면,
때가 왔을 때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까.
장로는 대답했다.
때가 왔을 때 비로소 노력한다 함은 실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미리부터 노력함이야 말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대왕이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왕은 목이 말랐을 때 비로소 물이 마시고 싶다고 우물이나 저수지를 파게 합니까.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때에 닥쳐 비로소 노력함은,
실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오, 미리 노력함이 바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대왕이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왕은 배가 고팠을 때 비로소 음식을 먹고 싶다고 밭을 갈아 곡식을 심고 가꾸어 거둬들이게 합니까.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때에 닥쳐 비로소 노력함은, 실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오, 때에 앞서서 노력함이 바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또 한번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대왕이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왕은 전쟁이 터졌을 때 비로소 참호를 파고,
성문을 만들고, 망탑(望塔)을 세우고, 보루(堡壘)를 쌓게 하며,
식량을 실어 들이게 합니까. 그때야 비로소 상술(象術)과 마술(馬術)과
전차술과 궁술과 검술 등 전술을 익히게 합니까.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때에 닥쳐 비로소 노력함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이오,
때에 앞서서 미리 노력함이야말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이것을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였습니다.
자기에게 복되는 일을 미리부터 해 치울 것,
마부와 같은 생각을 하지 말고,
슬기로운 사람은 깊이 생각하며 매진할지어다.
마부가 탄탄한 대로를 버리고,
울퉁불퉁한 지름길을 가다가,
마차 축을 부러뜨리고 낙담하는 것처럼,
정법(正法)을 등지고 잘못된 길을 따라 가다가,
사마(死魔)의 입에 떨어져 비탄에 잠긴다.
바닥 난 노름꾼이 파경에 처할 때처럼.
잘 알겠습니다. 나가세나 존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