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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입력 2021.08.01

조계사 석가불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125호


질문> 조계사 교육프로그램 중에 불화반 과정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재가자들에게도 불화 교육의 문호가 열려 있는 것 같아 좋은데요. 예전에 다른 불교국가를 순례해 보면 우리나라처럼 탱화나 괘불과 같은 불화를 보기가 어렵던데, 불화는 우리나라 불교만의 특징인가요?

 

 

 

답변>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불자님의 질문처럼 현재 전 세계 불교권의 국가 중에서 불화(佛畵)의 전통이 살아있는 나라는 별로 없습니다. 아직도 전통이 남아있는 대표적인 나라는 우리나라와 티베트 정도입니다. 티베트의 그림은 만다라(曼陀羅)라고 불립니다. 만다라는 깨달음의 체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기하학적 그림과 도형을 말하는데 티베트에서는 이 만다라를 예배의 대상이나 수행의 도구로써 중요하게 여깁니다. 만다라는 다음 기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불화의 기원에 대해서는 부처님 당시의 유물이 없으므로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율장(律藏)의 하나인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잡사(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雜事)>에 

<금강경>에서 등장하는 급고독장자인 수닷타가 부처님을 위해 기원정사(祇園精舍)를 세우고는 거기에 어떤 벽화를 그려야 하는지를 부처님께서 묻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에 부처님께서 여러 신중(神衆)과 본생(本生)에 관한 내용을 그려 넣으라고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이미 부처님 당시에도 불화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팔상도(八相圖)라고 해서 부처님의 일생을 여덟 개의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이 빔비사라 왕의 아들인 아자타삿투 왕 시절에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불화는 삼국유사에 신라의 원효스님 등의 열 분의 존상(尊像)이 그려졌다고 전하지만 작품이 현재 남아있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불화는 특히 고려 시대의 불화가 유명합니다.

 

불화는 불교와 관련된 교리, 신앙, 경전 상의 모든 내용을 압축하여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전통적으로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는 신앙의 대상을 인격화하여 그림으로 표현한 존상화가 많다는 점입니다. 부처님과 여러 보살님을, 중생들의 불심(佛心)에 따라 나타나는 화현(化現)의 모습으로 그렸던 것이지요.

 

 

둘째로 불화는 원근법(遠近法)을 쓰지 않습니다. 이것은 불화의 세계가 시공(時空)을 초월한 세계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셋째는 주로 청·황·적·백·흑의 오색(五色)을 이용해서 그립니다. 어떻게 색을 조화시키느냐에 따라 상징성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넷째는 자연주의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을 씁니다. 불화는 감상의 대상으로서가 아닌 신앙생활과 밀접하게 관계되는 실용화로 기능을 합니다. 

 

말씀드렸듯이 불화는 경전의 내용을 압축하여 그림 이야기 형태로 만든 것으로 불교 경전이 다양한 만큼 불화 역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 중  벽에 거는 그림을 총칭해서 탱화(幀畵)라 하는데 탱화의 탱은 틀에 그림을 붙이는 것, 걸개, 서화를 세는 단위를 가리킵니다. 탱화는 대개 후불(後佛)탱화로 나타나는데 위치에 따라 상단(上壇)탱화, 중단(中壇)탱화, 영단(靈壇)탱화, 등이 있습니다. 상단탱화의 그림은 불보살님, 중단은 불법의 수호신들인 신중을 그리고, 영단은 정토(淨土) 신앙을 근거로 우란분재(盂蘭盆齋)의 내용인 감로(甘露)탱화를 둡니다.

 

불교미술과 문화는, 불교 그 자체로 봐야 합니다. 예술의 측면에서 고려되는 건 아닙니다. 불심의 표현으로 봐야겠지요. 특히 불교의 아름다움이란 불심의 이해와 체험에서 다가오기 때문에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예배의 대상이 되어 신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감동을 일으킬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화도 마찬가지로 예배와 중생들을 교화할 목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감화를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그래서 예술적인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종교적인 성스러움, 고통을 벗어나서 진정한 기쁨을 증득(證得)하는 내용의 교화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입체적으로 조각된 불상이나 보살상에 비해 평면적으로 그려진 그림이란 점이 다를 뿐 탱화나 불화를 모시는 것도 본질적으로 불상을 모시는 것과 똑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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