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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가피가 만난 사람

수행, 그 깨달음의 거울을 닦다

  • 입력 2021.08.01

제26대 조계사 신도회 수행본부 

 

잠시 마스크를 벗고 촬영하였습니다.

조계사 신도회 수행본부(부회장: 만법심 임성자)는 수행팀과 동문팀, 그리고 자율선원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대표 수행법인 간화선을 배우고 실참하는 선림원의 재학생과 졸업생, 그리고 화두로 참나를 찾아가는 자율선원 수행자들을 뒷바라지하는 것이 이 세 개 팀의 주요 소임이다. 본인들 또한 선객으로서, 한여름 무더위도 잊은 채 화두 참구에 여념이 없는 수행본부 임원들을 만났다. 

조계사의 신도 교육 체계는 매우 알차고 촘촘하다. 기본교육으로 출발해서 경전반, 불교대학, 불교대학원, 그리고 선림원(禪林院) 순서로 이어진다. 특히 선림원은 대부분의 신도 대상 교육과정이 교리 위주인 데 반해, 간화선, 화두선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실참한다는 점에서 불교계를 통틀어 유일하면서도 매우 높은 단계의 신도 교육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2년제 4학기 과정의 선림원은 2011년 설립되었으며, 당시에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참선 교육기관으로서 도심 사찰에서 사회지도자 및 전문경영인들에게 ‘간화선(看話禪)’을 보급하고, 함께 수행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설립 취지였다. 물론 일반 대학이나 불교대학을 졸업한 사람으로서, 참선 입문과정(3개월)을 수료해야만 입학할 수 있다. 선림원은 2011년 3월 1기생 40명이 입학해서 2년 뒤인 2013년 2월, 30명의 졸업생이 배출되었다.

 

 

간화선의 체계적 교육과  대중화가 목표

이처럼 선림원에 대한 설명이 길어진 것은 수행본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수행본부 세 개의 팀 가운데 수행팀(팀장: 대철 이학구)이 선림원의 총학생회와 같은 조직이다. 선림원 1~2학년 재학생 전원이 대상이며, 그들의 참선 수행을 비롯해서 그와 관련된 활동을 주관하거나 지원한다. 
더불어 수행본부 동문팀(팀장: 항안 주정화)은 선림원 졸업생 모임과 같은 성격이다. 선림원 2년 과정을 마친 500여 명의 졸업생 가운데 실참정진반에서 참선 수행하는 동문 수행자들이 주요 대상이다. 실참정진반 입선과 방선의 죽비 신호 등, 관리와 운영에 관련된 크고 작은 일을 주정화 팀장과 임원들이 담당한다.  
자율선원팀(팀장: 자재성 오정선)은 교육관 4층의 시민선방 ‘수행원’에 방부 들인 사람들이 대상이다. 일반 선객들이 주로 방부를 들이므로, 선림원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큰 틀에서는 무관하지 않다. 하안거와 동안거를 지키고, 그 외의 시기에는 한 달 단위로 입방하고 퇴방한다. 


수행본부 부회장 임성자(만법심)

수행본부는 수행단체를 관리하는 본부의 특성상, 다른 본부에 비해 독립적으로 기획하거나 주관하는 활동이 많지 않다. 일 년에 두 차례, 전체가 함께 하는 수련회를 빼면 사중의 큰 행사에 동참하고 지원하는 일이 거의 전부다. 그마저 작년과 올해는 취소되거나 축소되었으니, 임성자 부회장은 그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일 년에 두 차례씩 하던 수련회를 올해도 못 가게 될 것 같아요. 수행과정에서 철야정진 등의 집중 수련을 통해 얻는 게 무척 많은데, 그게 아쉽죠. 수행에 힘도 생기고 여러 가지 체험도 할 수 있는데…….”   
선림원 11기 출신인 임 부회장은 불교대학 59학번이다. 수행본부의 초대 부회장(중보 정몽훈)과 2대 부회장(대광 임종순)의 뒤를 이어 임기 2년의 3대 부회장을 맡았다. 짐이 무거울 수밖에 없지만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올해 4월, 선림원 동문들의 전용 수행공간을 마련해서 실참정진반을 개설한 것이다. 그간 마땅히 화두 들 공간이 없어서 이리저리 떠밀려다니면서도 수행본부가 사중에 끈질기게 건의한 덕분이다. 현재 선림원 출신 선객들의 화두가 이곳에서 익어가고 있다. 
참선 공부 5년차인 임 부회장은 그 전 10여 년간은 기도와 봉사로 신행을 닦았다. 일주일에 두 번씩 봉사하고, 300일 기도 등을 통해 마음을 다스렸다. 그러던 중에 한 도반의 권유로 선림원에 입학했다. 양천지역장을 겸하고 있던 터라 선림원 2년 동안 화두에 깊이 들지 못했고, 어떤 체험도 없으니 졸업하고도 내놓을 살림이 없었다. 정신이 번쩍 들어 졸업 후에 본격적으로 참선에 몰두했다. 그런데 용맹정진 중에 몸이 부서져 내렸다. 
“3일 만에 오온(五蘊)이 터지는 걸 체험했어요. 세상이 밝아지고 마음도 편안해져 환희심이 가득 차올랐어요.”
자녀들도 “엄마가 달라졌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젠 참선이 재밌다. ‘나’가 없음을 깨달으니 끈질긴 집착도 힘이 없어졌다. 어느덧 “봉사도 수행이고 기도”임을 깨달았다는 그의 입술에서 한암 선사의 시가 춤을 춘다. 

“보현은 찻잎 따고/ 문수는 차 다리고/ 관음은 차를 권하니 ……(중략)…… 돌장승도 일어나/ 춤을 둥실둥실 추네.” 

 


수행팀장 이학구(대철)

수행팀은 선림원 1학년(주·야간반)과 2학년(주·야간 및 토요반) 총 5개 반 재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선림원을 학교에 비유하면, 한 학교의 총학생회와 같은 조직이 수행팀이다. 
매달 넷째 화요일에 수행본부 회의를 마치면 바로 그 다음주 화요일에 수행팀 회의가 열린다. 수행팀 회의에는 140여 명의 팀원을 대표해서 이학구 팀장과 삼직, 5개 반 반장 등이 참석하고, 이 자리에서 사중 공지사항과 수행팀 자체 일정 등을 공유한다.
수행팀의 중요 활동은 일 년에 두 번, 학기별로 실시하는 철야정진과 성지순례다. 1학년과 2학년생이 모처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니 만큼, 각별히 신경 쓸 일이 많다. 
선림원 2학년(야간반)인 이 팀장은 불교대학 60학번으로, 불교대학 학생회 신행부장과 대학원 학생회장으로 활동했다. 선림원에서 가장 막내라서 수행팀장을 맡았다고 말하지만, 조계사와의 인연은 짧지 않다.
“75~76년 초등학생 때 어머니를 따라 몇 번 조계사에 와봤어요. 81년 고2 때 종교를 가져야겠다고 결심하고 조계사 중고등법회에 가입했어요. 서울지역 연합수계법회 때 석주 스님께 계를 받았는데, 그때 법명을 지금 쓰는 겁니다.” 
대불련 활동도 하고 군법당에도 다녔던 청년의 신심은 힘든 사회생활에 지쳐 잠시 흩어졌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정갈하게 양복을 갖춰 입고 성경책을 낀 채 부지런히 걸어가는 한 신사와 마주친 순간,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절에 가야겠다’라고 마음먹고는 곧바로 조계사를 찾아왔고, 불교대학(60학번)을 거쳐 재작년 불교대학원을 마쳤다. 
작년 봄, 미뤄두었던 참선 공부를 하려고 선림원 문고리를 잡았다. 참선 입문 1년째, 아는 건 별로 없지만 자신이 달라진 건 알겠다는 이 팀장. 화를 비롯해서 차오르는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수행팀이 주관해서 성도재일 삼천배 철야정진도 추진하고 싶고, 개인적으로 포교사 활동도 하고 싶다는 이 팀장. 종교적으로 성취하고 싶은 게 있다면 꼭 참선을 하라는 당부가 무척 믿음이 갔다.  


동문팀장 주정화(항안)

실참정진반은 올해 4월에 개설된 선림원 동문들의 수행 프로그램이다. 월·화·금요일은 아침 10시~저녁 9시, 수·목요일은 오전 10시~12시가 수행 시간이다. 선림원 동문이 주축이지만 재학생과 참선 입문반 수료자들도 함께 활동한다.
현재 선림원 동문밴드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팀원은 150여 명. 주로 참선 공부에 관한 내용이나 정보를 주고받는다. 주정화 팀장이 가장 신경을 쓰는 건 한 달에 한 번씩 여는 정기법회, 즉 선지식 초청법회다. 매달 셋째 금요일 저녁 7시, 안심당 3층에서 열리는 이 법회에는 30명 안팎의 팀원들이 참석한다. 방장스님이나 제방의 선원장 스님을 초청해서 법문을 듣고 실참도 진행한다. 참선 도중 떠오르거나 막혔던 의문들이 선지식들의 수행 체험담에 저절로 풀어지기도 한다.
“올해 우리 팀의 활동 목표는 실참정진반의 동참자를 늘리는 일입니다. 팀의 역량을 이 일에 집중해서 좀더 많은 동문들이 참선으로 자기 내면과 소통해서, 자신도 행복하고 사회도 행복해지는 길을 찾아가게 하는 겁니다.”
행복해지려면 지금과 달라져야 하고, 달라지려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주 팀장의 지론이다. 어렵지 않단다. 초보자라면 짧게 3~5분으로 출발해서 조금씩 늘려가라고 조언한다. 
주 팀장은 참선을 하려고 절에 다녔다고 한다. 화두를 잡은 지 5년쯤 되자 비로소 “참 좋구나!”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자율선원 재무와 수행팀장을 겸할 때도 매주 월·화·목요일마다 아침 7시에 집에서 나와 자율선원에서 화두를 들던 주 팀장의 일상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화두 수행이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기 때문이다. 

 

자율선원팀장 오정선(자재성)

“30년간 기도만 했는데, 참선 공부를 하고 나니 기도가 염불선처럼 잘 돼요. 기도 덕분에 참선도 잘 됩니다.”
기도와 참선을 병행한다는 오정선 팀장은 올해로 참선 공부를 시작한 지 8년차에 접어들었다. 기도한 기간에 비하면 참선 공부를 한 시간은 3분의 1도 안 된다. 하지만 그 길이가 힘의 세기를 결정하는 건 아닌가 보다. 
기도와 참선을 병행한 덕에 달라진 것이 많다. 몸은 건강해져서 집 근처 우장산역에서 종각역까지 오가는 동안 금강경을 독송해도 힘들지 않아요. 복식호흡을 해서 마음도 느긋해졌고, 성격이 봄바람처럼 부드러워졌다며 가족들이 무척 반긴다.
오 팀장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매일 자율선원 선방인 ‘수행원’에서 화두를 들면서도, 초하루나 재일은 꼭 지켜 오후에는 법당에서 기도한다. 참선과 기도를 병행하는 오 팀장의 신행이 많이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한 우물만 파야지!” 하면서 화두에 몰두하라는 사람도 있다. 
자율선원팀은 시민선방 ‘수행원’ 입방자들을 가리킨다. 수행원은 하안거와 동안거를 제외한 기간에는 한 달 단위로 방부를 들인다. 결제기간에는 약 60명, 평소에는 40여 명의 수행자들이 자율선원팀원이 되는 셈이다. 오 팀장은 선방인 수행원을 관리하고, 선객들이 화두 정진에 어려움이 없도록 정갈하고 조용한 수행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쓴다.

자율선원 선방은 일주일 내내 문을 연다. 오전 6시 반부터 오후 9시까지, 죽비 없이 50분간 수행하고 10분씩 포행한다. 참선복을 입어야만 선방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자율선원팀 나름의 규칙이다. 
기도에 대한 부처님의 가피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는 오 팀장은, 그 은혜를 불자들에게 회향한다는 마음으로 팀장을 맡았다고 털어놓는다. 화두 참구로 자칫 예민해지기 쉬운 선방 분위기를 큰소리 없이 잘 이끌어갈 수 있고, 선객들끼리 잘 화합하는 것도 아마 이런 오 팀장의 마음이 그들에게 잘 전달되기 때문인 것 같다. 




 

노희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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