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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다왕문경(9) 업의 존재에 대한 증명
밀린다팡하 Milindapanha, 나가세나비구경
왕은 물었다.
나가세나 존자여, 그대들(佛子)은 ‘지옥불은 자연불(自然火)보다도 훨씬 더 강열하다. 자연불 속에 던져진 조약돌은 하루 동안 태워도 녹지 않지만, 큰 집채 만한 바위도 지옥불 속에 들어가면 순식간에 녹아 버린다’라고 말합니다.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또, 한편 그대들은 ‘지옥에 태어난 생명체(有情)는 수십만 년 동안 지옥불 속에서 타더라도 녹아 없어지는 일이 없다’라고 말합니다. 나는 그런 말도 믿지 않습니다.
장로는 대답했다.
대왕이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암상어와 암악어와 암거북과 암공작과 암비둘기들은 단단한 돌이나 자갈이나 모래를 먹습니까.
존자여,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그 돌이나 자갈이나 모래는 뱃속에 들어가면 녹아 버립니까.
그렇습니다. 녹아 버립니다.
그렇다면, 뱃속에 든 그들의 태아(胎兒)도 녹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어째서 녹지 않습니까.
존자여, 업의 제약(制約)에 의하여 녹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지옥에 태어나는 생명체는 수천 년 동안 지옥(의 불) 속에 있어도 숙업의 제약에 의하여 녹지 않습니다. 지옥에 있는 생명체는 거기서 태어나 거기서 성장하고 또 거기서 죽습니다. 대왕이여,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그는 악업(惡業)이 소멸될 때까지는 죽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불교적인 입장에서 지옥이란 개념에 대한 부분을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옥’이란 용어는 본래 산스크리트어 ‘나라카’(naraka)를 의역한 것으로 불교가 중국에 들어오기 전에는 사용되지 않던 말입니다. 그리고 ‘나라카’를 음역한 것이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극한 상황’의 뜻으로 사용되는 ‘나락’(奈落)입니다.
불교의 육도윤회설에서는 생물이 그 행위(업)에 따라 천(天), 인(人), 아수라, 아귀, 축생, 지옥의 여섯 세계를 윤회한다고 말합니다. 이 윤회하는 여섯 세계 가운데 가장 아래층에 있는 것이 지옥입니다. 불교 경전에 따라 지옥의 종류와 형태가 조금씩 다르게 설명되고 있는데, 대체로 장아함경의 설명이 전통적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장아함경에서는 8종류의 대지옥(大地獄)이 있고, 각 대지옥에는 다시 16종류의 소지옥(小地獄)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도한 지옥(地獄)의 종류로서 팔열팔한지옥(八熱八寒地獄)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팔열팔한지옥은 최종단계의 지옥이며 심판을 받는 도중에도 각 관문마다 지옥이 구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팔대지옥은 죄의 무게에 따라 차이가 있어서 최초의 지옥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죄에 해당되고, 죄가 무거울수록 그 다음의 지옥에 가서 태어나게 되며, 가장 극악한 죄를 지으면 무간지옥에 가서 태어난다고 말합니다.
다시 한번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대왕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암사자와 암호랑이와 암표범과 암캐들은 단단한 뼈나 고기를 먹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들은 그런 것을 먹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것은 뱃속에 들어가면 녹아버립니까.
그렇습니다. 녹아버립니다.
그들의 뱃속에 든 태아도 녹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어째서 녹지 않습니까.
존자여, 숙업(宿業)의 제약에 의하여 녹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지옥에 태어난 생명체는 수천 년 동안 거기 있어도 숙업의 제약에 의하여 녹지 않습니다.
지옥 중에서도 특히 불에 관련된 지옥을 언급하고자 합니다.
조계사 시왕도의 지옥모습
원명스님 (조계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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