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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입력 2021.09.01

질문 : 요즘 코로나 19로 집에서 기도를 많이 하게 되는데, 지금 하는 기도의 방법이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절과는 다르게 집에서는 기도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고민을 스님들께 여쭤보면, 다양하게 답변을 하셔서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어떤 방법이 좋은지요?

 


불자님들에게서 많이 질문받는 주제가 기도에 관한 것입니다, 기도의 방법이나 바른 기도에 대해서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기도의 방법이 표준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거든요. 불자님들 각자의 특성과 주변 환경을 고려하고, 또 신행하고 있는 사찰 스님들의 조언과 지도를 참고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래서 질문하신 것처럼 사찰마다 방법이 약간 차이가 납니다. 조계사에서는 유튜브나 SNS 등의 방법으로 기도, 신행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다양한 여러 방법 중에 제가 포교의 일선 현장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객관적인 답변을 두 번에 나누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기도의 의미부터 살펴봅니다. 기도는 절대 대상에게 소원을 비는 행위이자 의식입니다. 재앙을 소멸하고 복을 얻기 위해 염원하지요. 이것을 불교적으로 이해한다면 소원을 통해 불보살님의 가피(加被)를 얻는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계신 것은 중생구제(衆生求濟)를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부처님의 원력에 의지해서 어렵고 힘든 것을 이겨내고, 또 원하는 바에 대한 가피를 받고자 하는 믿음의 표현이 기도가 아닐까 합니다. 불교적 의미의 기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기복(祈福)으로서의 기도입니다. 재앙소멸이나 건강, 질병의 치료, 출세, 재물 등의 현세적 이익을 기원하는 것입니다. 대개 처음으로 종교(불교)에 입문하는 분들이나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도의 모습입니다. 출발은 누구나 이렇게 시작합니다. 외형적으로 기도하는 습관을 들이는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수행(修行)으로서의 기도입니다. 소원을 이루기 위해 불보살님의 무조건적 가피를 청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거기에 맞는 다짐을 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나의 발원으로 세우고, 몸과 마음의 정성을 다하여 노력하는 것이지요. 신행의 경력이 쌓일수록 수행으로서의 기도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기복으로 기도하는 분이 많은 것이 우리 불교의 엄연한 현실입니다. 기복의 기도에서 수행의 기도로 한 걸음 나아가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바른 신행을 하는 것이지만, 불교가 바르게 세워지는 중요한 초석(礎石)도 됩니다. 그래서 바르게 기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신행이지요.

 

바른 기도를 위해 먼저 몸가짐과 마음가짐 등의 여러 조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시간과 장소입니다.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사항입니다. 기도는 반복의 노력입니다. 그래서 일정한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것은 꼭 필요합니다. 시간은 하루 중 집중할 수 있을 때. 장소는 가능한 조용한 곳을 선택하면 되겠습니다. 매일 절에서 일정하게 기도할 수 있다면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만, 재가불자들의 하루 일과를 생각해 보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는 잠자기 전이나 일어나서 바로 하는 것이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중 주변 여건에 방해받지 않고 온전하게 몰두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가 많지 않으므로 취침 전후의 시간을 내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일정한 시간입니다.

 

가끔 기도를 바빠서, 또는 시간 내기 어려워서 힘들다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기도는 시간 날 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을 내서 하셔야 합니다. 기도하고자 마음을 내셨다면 기도는 여러분들의 생활 속에서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 합니다. 기도는 정성과 간절함인데, 동창회나 식사모임 등에 밀려서야 되겠습니까? 나에게 기도는 어떤 순위인지, 기도가 잘 되지 않는 분들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은 기도의 절차에 관한 것입니다. 이것도 역시 각자의 상황에 따라 정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절에서 기도할 때는 인례(引禮)하는 스님에 맞추어 따라하시면 될 것이고, 개인적으로 기도할 때는 자신의 방법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우선 절에서 하는 기도의 의식을 참고하여 삼귀의, 참회, 발원 정도의 내용이 들어가도록 순서로 정하시면 좋겠습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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