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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보 칼럼
부모님의 공덕으로 부처님을 만나다
“장손 집에 아들이 없으면 우짜노. 양자라도 들이든지 이거야 원….”
새벽 댓바람 곰방대를 물고 툇마루에서 헛기침을 하시며 중얼대시는 할아버지의 성화에 어머니는 칠거죄악 죄인이 된 마음으로 저며오는 가슴을 쥐어짜시며 장독 항아리에 정안수를 떠 놓고 천지신명과 삼신할머니께 아들 하나 점지해달라고 두 손바닥이 닳도록 빌고 또 비신다.
그 모습을 보신 아버지께서도 딱하고 속이 상하시는지 연신 할아버지께 다 팔자소관이시라며 역정을 내신다. 나름 그 상황을 유추를 해보면 그나마도 두 분의 금실이 좋으셨으니 참 다행이다.
다음날, 무작정 잡아끄는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마을 뒤편 산자락 중턱에 위치한 조그만 천년고찰 암자에 도착하신 어머니는, 그날로부터 매일 새벽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부처님께 새벽예불을 드리는 것이 일과가 되었고 그로부터 정확히 117일째가 되던 날 회임의 기운을 느끼고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지만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새로운 생명의 잉태는 기쁨도 잠시 이미 내리 두 딸을 출산하신 전과가 있는 터라 두 분의 마음은 또다시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혹여 또 딸이면 어떻게 하지…. 하루하루를 노심초사하시던 어머니는 그로부터 10개월이 흐른 유월의 어느 새벽녘 온 세상을 호령하듯 우렁찬 함성이 들리고 출산의 고통에 기진맥진인 어머니는 사내아이라는 옆집 산파 아주머니의 말에 공중부양을 하듯 벌떡 일어나서 만세삼창을 하셨다. 그간의 서러움에 대성통곡을 하니 제일 먼저 눈치 빠른 할머니께서 애썼다며 위로를 하시고는 지난 것은 다 잊자 하시며 축하의 미역국 정찬 한 상으로 위로를 하셨다지만.
이후 이 아이가 자라면서 고부간의 갑·을 관계가 조금 바뀌었지만 천사표인 어머니는 그렇게 힘들게 잡은 권력을 한 번도 써먹지 못하고 며느리로서 할 일을 했다는 자긍심을 안고 평생 효부로 살기를 택하셨고 그 효도의 후문은 아직도 마을에 전해진다.
아들을 얻고자 노심초사 살아오신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지극정성으로 부처님께 고마움과 아들의 발복을 위해 축원을 드리셨으며, 부처님과 사찰 관련 일이라면 최우선이라는 것을 몸소 실천을 함으로써 이후 성장한 자식들이 귀감으로 삼고 있다.
고향에 계시던 아버지는 지방병원에 국가검진으로 위암진단을 받으시고도 사랑하는 아들과 딸들이 걱정 할까봐 혼자서 전전긍긍 하시다, 결국 아들이 알고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모셨지만 치료시기를 놓처 백약이 무효라 아버지의 쾌유를 위해 동학사에서 밤을 새워 천배와 함께 직접 꿰어서 만든 염주를 아버님 목에 걸어 드렸더니 환하게 웃으시며 생을 마감하셨다.
그 후 어머니께서는 아들이 만든 염주를 매일 108번을 돌리시며 기도정진 하셨고 불국토에 전입신고를 하시는 그 순간까지 그 염주를 두 손에 꼭 쥐시고 어머니 또한 이승과의 인연을 마감하셨다. 후일에 그 염주를 산소에 고이 묻어드렸다.
부모님의 공덕으로 건강하게 잘 성장한 아들은 관광경영학 박사 학위 취득 후 대학교수를 역임하다 지금은 건설사업가로 활동중이다.
또한 부처님과의 인연을 중히 여기며 작고 가난한 절집(사찰)과 부모와 사회로부터 버림받고 소외된 모든 인연들과 해양환경을 위해 봉사하고 노력을 하다 보니 국가로부터 그 공적을 인정받아 훈장에 비기는 ‘대한민국 국민포장’을 수상하였다.
그 많은 인연들이 연줄이 되어 현 조계사 임명직 부회장 제안에 대해 지금까지 부처님이 좋아서 형식 없이 얽매이지 않고 내 마음 닿는 대로 부처님을 찾아뵈었기에 불자로서의 내공이 약한 저로서는 자신이 없어 망설임과 고민이 많았지만 이 또한 부처님과의 인연임을 반 강제로 깨닫게 해준 수선화(윤상희)부회장님의 고마운 마음을 받아 공수래공수거의 심정으로 더욱 더 부처님의 자비에 기도와 봉사로 정진할 것을 다짐 해 봅니다.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남아선호를 중시하던 아버지의 둘째 딸로 태어나 늘 하대를 받던 누이 역시 박사학위를 취득하여 현재 유명 요리연구가로 활동 중이며, 늘 아들을 최고로 여기던 집안에 그 아들이 낳은 손자 3형제에게 한없이 이쁘게 내리사랑을 주셨던 아버지 어머니 그 손자 3형제 역시 부처님의 은덕과 할머니 할아버지의 공덕으로 잘 성장하여 모두가 불자로서 각자 공직자와 사업가로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장손의 손부 또한 미국의 유명 음악대학원에서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오늘의 자식, 손자, 손부들의 이 모든 행복과 영광을 부처님과 아버지 어머니께 바칩니다.
- 아버지 어머니께 -
아버지 어머니 화내지 마시고 잘 들어 보세요.
요 즘 에 는 요 ..
아들도 좋지만 딸이 더 좋답니다.
하지만 저는 딸이 없어요. ㅠㅠ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불기 2565년 7월 30일
남재학 (수진, 조계사 신도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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