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뉴스
조계사보 칼럼
자비 나눔으로 만들어가는 행복한 사회
제26대 조계사 신도회 사회본부
잠시 마스크를 벗고 촬영하였습니다.
조계사 신도회 사회본부(부회장: 지명화 김영희)는 불교의 대사회적 회향을 실천하는 부서로서, 여섯 개의 팀이 있다. 이들은 붓다맘봉사팀, 사회복지전법팀, 사회활동지원팀, 약사의료전법팀, 일자리나눔팀, 장애인전법팀(가나다순)으로, 자비 나눔의 대상을 일주문 밖 비불자들에게까지 넓힘으로써, 조계사의 위상과 불자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사회본부 김영희(지명화) 부회장
사회본부는 25대 신도회가 출범(2019)할 때 기존의 포교사회본부에서 분리, 올해로 3년차를 맞이하는 젊은 부서다.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고 외연을 넓히기 위한 주지 지현 스님과 조계사 사부대중의 눈 밝은 의지가 사회본부라는 미래지향적 조직을 탄생시켰다고 볼 수 있다.
종로구 관내의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홀몸어
르신 등의 어려운 이웃과 노인복지시설, 장애인복지시설 등, 사회복지시설을 지원하는 사령탑, 즉 조계사의 대사회적 봉사활동을 총괄하는 것이 사회본부의 역할이다.
특히 ‘불교계 유일’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붓다맘봉사팀, 약사의료전법팀, 일자리나눔팀, 장애인전법팀은 유감없이 눈부시게 활약하고 있으며, 불교의 사회적 활동영역을 획기적으로 넓혔다는 호평을 듣고 있다.
초대 부회장으로 부촉되어 3년째 사회본부를 총괄하고 있는 김영희(지명화) 부회장은 “대외활동을 전혀 할 수 없는 지금이 사회본부로서는 최대 고비이지만, 반면에 조직을 재점검하고 팀원들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라며 희망을 내려놓지 않는다.
사회본부는 매달 1~2차례 월례회의를 갖는다. 김 부회장은 늘 임원들에게는 책임감을, 팀원들에게는 이타심을 갖고 봉사할 것을 당부한다.
어머니의 불심을 이어받아서 딸과 함께 조계사 신도가 되었고, 손자를 돌보면서 불교대학을 마쳤다는 김 부회장은 동작지역장과 남부권역장을 거쳐 사회본부의 수장이 된 지금을 ‘멋진 회향’의 순간이라고 말한다.
붓다맘봉사팀 박부득(정일화) 팀장
붓다맘봉사팀은 영등포 쪽방촌 주민을 돕는 봉사단체다. 1988년경 30명의 불자들이 모여 (사)쪽방도우미봉사회로 활동하다가, 2015년부터 붓다맘봉사팀이란 이름으로 조계사 소속이 되었다. 창립 초기에는 한 달에 한 번, 쪽방촌 주민 30명에게 현금 3만 원과 쌀 한 봉지씩 나눠주었다. 2016년부터는 영등포 쪽방촌에 법당과 조리실을 마련해서, 매주 목요일 점심에 직접 국수를 삶아 300~500명의 주민들에게 무료로 배식해왔다. 현재는 도시락으로 대체해서 전달하고 있다.
붓다맘봉사팀은 정회원 12명, 일반 회원까지 40명~50명이 활동 중이다. 잔치국수 무료급식 외에도 주민 위안잔치(10월) 개최, 가양동과 등촌동 임대아파트 주민들에게 수산업협동조합이 보내주는 생선 분배(1주일 4~5차례) 등의 활동을 한다.
23년째 쪽방촌 봉사를 하고 있는 박부득(정일화) 팀장은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봉사 손길이 아쉬웠지만, 지금은 물질적 후원이 더 필요하다고 털어놓는다. 크게 욕심도 없고 어지간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이지만, 육수용 멸치를 열 상자씩 보내주는 독지가 가족 이야기를 할 때는 눈가가 촉촉해진다. 몇 년째 보내오던 멸치가 갑자기 끊긴 지 5개월가량 되었을 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고 한다. 자기 아내가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붓다맘봉사팀에 멸치를 계속 보내주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것이다. 그 남편도 암 투병 중이어서 요즘은 딸이 대신 보내주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있는 한, 박 팀장과 붓다맘봉사팀원들은 오래도록 그 길에 의연히 서 있을 것 같다.
사회복지전법팀 조영자(여래행) 팀장
80여 명의 팀원이 활동하는 ‘사회복지전법팀’(이하 사회복지팀)은 ‘봉화회’(조계종사회복지재단)라는 봉사단체의 새로운 이름이다. 조계사 소속이지만 조계종 총무원과 사회복지재단, 조계사 등을 활동무대로, 50~60명의 팀원들이 적극적으로 봉사하고 있다.
매월 음력 초하루(오후 1시)에는 정기법회를 열어 스님의 법문을 듣는다. 사회복지팀은, 조계사 생일 축하편지를 전담해서 발송하는데, 1만 통이 넘는 분량이다. 또한 새해 달력 포장 및 발송, 종로경찰서 법당 관리 및 법회 동참, 서울경찰청기동대 법당의 연등 장엄, 관욕의식 및 봉사, 서울노인복지관 배식 봉사 등, 실로 열 손가락을 다 꼽아도 부족할 정도로 하는 일이 많다.
작년에는 종로경찰서 법당에 50여 개의 연등을 달아서 장엄했다. 그 밖에 사중의 각종 봉사에도 40여 명의 팀원이 너나없이 동참한다.
조영자(여래행) 팀장은 1983년 처음 조계사에 왔을 때, 법당과 마당이 기도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것을 보고 크게 감동했다. 얼마 후에 우연히 두 달에 걸쳐 진행되는 가사 불사에 동참하게 되었는데, 그 인연으로 여러 번의 큰 가피를 입었다. 몸무게가 40킬로그램밖에 안 나갈 만큼 허약했던 조 팀장이 조계사에 다니면서 건강해졌고, 신기한 꿈을 꾸고 나서 병도 씻은 듯이 나았다. 가장 기꺼운 일은 아들과 남편 등, 가족들이 조계사 도반이 된 것이다. 아들은 청소년법회 27대 회장을 지냈고, 남편은 거사법회에 참석하면서 매일 아침 9시면 빠짐없이 기도를 올린다.
15대 신도회에서 총무를 지내고 16대 부회장으로 활동했던 조 팀장은 정옥진(법계심) 초대 팀장의 뒤를 이어 7년째 사회복지팀 팀장을 맡고 있다. 올봄에 갑자기 쓰러져서 두 달간 눕지도 못한 채 의자에 앉아서 지냈는데, 어느새 외출을 할 정도로 회복되어 주위를 놀라게 하고 있다. 힘이 있을 때까지 봉사로써 회향하고 싶다는 조 팀장에게, 부처님이 주시는 선물인 것 같다.
사회활동지원팀 이화영(본불심) 팀장
사회활동지원팀(이하 사회지원팀)은 남부교도소 교정교화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설립 당시 남부교도소와 구치소 법회를 조계사가 지원하고 있었는데, 담당 스님과 법회에 동행해서 법회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팀의 주요 역할이었다.
2019년 11월 부촉장을 받은 이화영 팀장은 40대~60대로 이뤄진 총 16명(주말 7, 주중 9)의 팀원들과 함께 사회지원팀을 운영하고 있다. 팀원들 대부분이 불교대학원까지 수료한 학구파들로서, 뜻이 잘 통하는 좋은 도반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 팀장은 남편 직장을 따라 내려간 대구에서 불자가 되었다. 낯설고 물 설은 대구에서 10년의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열심히 불교대학을 다니고 포교사 시험을 봐서 포교사 8기에 합격했다. 호스피스 포교를 선택해서 대학병원에서 3년간 호스피스 봉사로 경험을 쌓았다. 요즘 들어,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불교에 흠뻑 젖어 지냈던 그 시간들이 자신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었는지, 깊이 느끼고 있다.
서울로 올라와서 ‘봉사를 하려면 큰 절로 가자’는 생각으로, 2009년 조계사를 찾아왔다. 안양지역장을 회향하고 사회지원팀을 맡게 되었다. 코로나 시국이 안정되면 먼저 ‘교정교화활동’으로 묵은 시간을 털어내겠다며, 교정교화활동에 대한 의지를 가다듬고 있다. 절에서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어서, 이 팀장은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약사의료전법팀 심재화(정선화) 팀장
조계사의 첫 한방의료봉사는 2012년 4월 22일, 도심포교 100주년 기념관 2층 제2법당에서 시작되었다. 당시는 의료전법팀에서 의료봉사를 주도했다. 이날 찾아온 환자가 98명, 서툰 봉사자들을 당황시키기에는 아주 충분한 인원이었다. 그만큼 한방의료봉사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였다.
코로나19 발발 전까지 약사의료전법팀(팀장: 심재화, 이하 약사의료팀)의 한방의료봉사는 매달 넷째 일요일 오후 1시~오후 4시, 안심당 지하 1층에서 이뤄져왔다. 현재는 작년 3월부터 중단된 한방의료봉사가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답답한 상황이다.
약사의료팀은 40여 명의 정회원으로 움직이고 있다. 50세~60세가 젊은 축에 속할 만큼,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팀원의 고령화를 걱정하고 있다. 한 차례의 의료봉사에는 한의사 5명을 포함해서 최소한 20여 명의 봉사자가 필요하다. 늘 100명~120명의 환자들이 한방의료 치료를 받으려고 줄 서 있다. 접수(3명~4명)와 안내, 침 뽑고 소독하기(5명~6명), 약 나눠주기(3명), 기록(1명), 간식 준비(2명~3명)에 필요한 인원이다. 그래서 약사의료팀은 50명 정도의 봉사자가 있어야 무리가 없다. 젊은 팀원을 확보하는 것이 팀의 시급한 과제다.
심재화 팀장은 요즘 앉은자리가 가시방석이다. 인터뷰 도중에도 “활동도 안 하면서 사무실만 차지하고 있기가 미안하다.”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의료봉사를 못하는 대신 팀원들에게 문화재지킴이활동과 행복나눔가피봉사단 봉사 지원, 불우이웃돕기 회비 납부 등에 동참하라고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어요.”
약사의료팀의 정기법회는 약사재일 오후 1시, 20여 명이 팀원들이 동참한다. 심재화 팀장은 조계사 마당에서 고무줄놀이를 하면서 자랐다고 한다. 여덟 살 때 종로구 경운동에 살았는데, 조계사 마당에서 회화나무에 고무줄을 묶어 놓고 친구들과 뛰어놀았다. 벌써 70년 전의 이야기다. 예전 신도번호가 3천 번대였다고 한다.
심 팀장은 의료봉사 덕분에 약사여래의 가피를 입었다고 생각한다. 사고로 7미터를 추락해서 하반신을 다쳤을 때, 꿈에 누군가가 얼음물을 목부터 꼬리뼈까지 흐르게 부어줬는데, 그 뒤에 허리를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봉사는 남을 받드는 일’이라는 심재화 팀장은 쓰레기를 주울 때도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자리나눔팀 김가은(보리화) 팀장
지난 2012년 10월 25일, 교계 최초로 일자리나눔터가 조계사에 ‘일자리나눔팀’이란 이름으로 개설되어 문을 열었다. ‘지역사회의 일자리 나눔’을 위해 마련된 이 사무실은 안심당 지하 1층에 자리를 잡았고, 매일 상담자 두 명이 상근(오전 10시~오후 4시)하고 있다.
이 팀의 가장 중요한 행사는 봄가을 채용박람회 개최다. 종로구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2013년부터 시작해서 2019년까지, 봄가을에 채용박람회를 열어 일자리를 찾는 사람과 일할 사람을 찾는 업체를 연결해주고 있다. 초창기에는 인사동 부근의 사무실과 가게 등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구인업체를 확보했지만, 3년 정도가 지나자 고용노동부 등에서 미리 연락을 하는 등, 자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눈에 띌 만한 성과도 냈다. 구인업체(종로구 관내 6곳, 불교 업체 6곳), 사회적기업(5곳), 교육 분야 등을 확보하고 있는 것도 지난 10년간의 활동이 어떠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김가은 팀장은 일자리나눔팀 초창기부터 팀장으로 일해왔다. 지장회에서 2년간 봉사하고 마무리할 때 주지스님이 하신 “영가를 위해 그만큼 일했으니, 이제는 산 사람을 위해 일하라”라는 말씀을 따랐다고 한다. “종교계에서는 처음이었는데, 어떤 교회에서 본따 갔다는 말을 들었어요.”
일자리나눔팀은 현재 총 9명의 팀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 달에 네 번, 요일제로 봉사하고, 팀장은 일주일에 3일간은 사무실을 지켜야 한다.
김가은 팀장은 일자리나눔팀의 역할을 굳이 ‘일자리 나눔’으로만 묶어두고 싶어하지 않는다. 지난 10년간, 절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위로와 휴식, 마음의 안정을 찾아주기도 했고, 상담하러 들렀다가 봉사자가 된 경우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선순환을 이끄는 것도 중요한 포교라고 생각한다. 그저 ‘귀 기울여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은 큰 위안을 얻는다.
김가은 팀장은 모태신앙인으로, 아들을 위해 기도하러 왔다가 조계사 신도가 되었다. 지장법회 제사를 담당했다가 회장 소임을 살 때는 새벽에 나와서 저녁 7시에 들어갔다. ‘367일 봉사했다’는 말이 그 뜻이다. 그렇게 봉사한 만큼 아쉬움은 없다는 김 팀장은 ‘유리알같이 맑고 공부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며 팀원들에 대한 찬사를 감추지 않는다.
장애인전법팀(원심회) 김철환(도현) 팀장
장애인전법팀(이하 원심회)은 1988년 강남포교원에서 불교수어 강좌를 시작으로 청각장애인 불자를 위한 수어 법회를 처음 연 단체로, 현재는 불자수어통역사와 불자 농인이 함께하는 불교계의 대표적인 단체로 발전했다.
현재 이 팀에는 비장애인까지 포함해서 50여 명의 팀원이 활동하고 있다.
원심회 활동 중에 가장 큰 핵심은 ‘일요법회’다. 수어가 가능한 일반인과 청각장애인이 동참하고 있어서 더 의미가 크다.
원심회는 올봄에 불교방송(BBS)과 ‘장애인 포교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보도물에 수어 통역 넣기,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 수 늘리기 등의 업무협약 내용은 올가을 프로그램 개편 때 적용하기로 했다. 그나마 원심회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철환 팀장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공인 수어통역사는 1,500여 명인데 비해 불자수어통역사는 20여 명에 불과하고, 8명이 원심회 회원이다. 불교계 장애인 포교의 안타까운 민낯이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원심회 수어통역사들은 방송, 국회, 병원, 관공서, 사찰 등 수어 통역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도움을 준다. 1990년 원심회에서 수어와 점자를 배운 김 팀장도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김철환 팀장은 “장애인 포교는 장애인이 이끄는 게 맞다”라고 이야기한다. 올해 계획 중에 ‘사람을 키우고 싶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불교조계종 농아인 포교사는 아직도 전국에 딱 한 명(전 원심회 팀장)뿐이다.
김철환 팀장은 불교계의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으며, 불교수어 정립과 재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타종교 장애인들과 교류를 시도하고 있는데, 천주교 측과는 구두로 합의가 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 천주교에서 첫 청각장애인 신부가 탄생했다. 김 팀장은 그 신부로 인해 천주교인 장애인들의 자부심이 커졌고, 장애인에 관한 인식과 전교 방법 등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노희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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