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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사색의 뜰

다만 다르다

  • 입력 2021.10.01

답답할 것도 없고 아쉬운 것도 없는 그야말로 교만하기만 한, 무엇이든지 마음먹으면 이루어진다고 믿으며 내 뜻대로만 살아온 삶에 갑자기 나는 피해 갈 줄 알았던 갱년기가 찾아 왔다. 

 


조증과 울증이 번갈아 가며 찾아 왔고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기에 너무 당황하였다. 왜 그렇게 감정의 변화가 잦은지 혼돈 속에 조증일 때는 쇼핑, 울증일 때는 누워서 강아지 안고 있기. 책도 읽을 수가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증은 계속되었다. 

정신을 좀 차리면 나는 누구인가? 왜 이런가? 수도 없이 묻고, 답을 찾느라고 노력하면 답을 찾기도 전에 다시 조울증이 찾아 왔다. 

이런 일을 반복하기를 몇 년이 지났을 즈음 어느 날 동생이 답답하니 절에나 한번 오라고 연락이 왔다. 지금까지 특정한 종교는 없었으나 기독교와 천주교의 영향권 아래 살아왔고 사업하면서 답답하면 무당집을 전전하였는데 절이라니! 그래도 찾아간 절, 아마도 그날이 초하루였나보다. 

마당에 모두 모여서 법회를 하는데 모든 게 생소하기만 했다. 아니 신도를 마당에 세워놓다니! 이런 서비스가 어디에 있을까? 기도 의식도 그렇고 사찰 예절도 모든 게 낯설었다. 그런 나를 동생은 불교 기본교육 등록을 권유하였고 곧바로 접수를 마치고 지역법회도 두어 번 정도 참석한 후 풀리지 않는 나만의 답을 찾으러 스페인 산티아고로 훌쩍 순례길을 떠나게 되었다. 총 700킬로 중 500킬로를 그야말로 럭셔리하게 그러나 충실하게 걷고 또 걸으면서 나 스스로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삶은 뜻대로 안 되면 나를 미워하고 구박하며 스스로 원망하는 삶이었다. 한마디로 내가 나를 함부로 대한 것이다.

 

 

 

순례를 다녀온 후에 기본교육부터 금강경, 천수경, 반야심경 등 불교공부를 하게 되었고 불교대학도 다니던 중 나에게 또다시 위기가 찾아 왔다. 

이런 경전과 믿음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이지? 공부만 한다고 믿음이 생기나? 지금까지의 믿음이란 것은 빌면 이루어진다고 알았었는데 누구한테 빌어야 되는 거지? 이런 의문이 수없이 많이 일어나 동기들에게도 묻고 물었지만 답이 시원하지 않았다. 아마도 나의 신심이 부족해서 못 알아들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도반 반야성 김옥연 언니를 만나서 수도 없이 한 질문을 또 했다. 어떻게 기도하고 자세는 어때야 하며 부처님 법이 믿음과 어떤 관계인지? 그분은 절을 오랫동안 다니면서 얻은 답은 우리의 일상이 모두 부처님 가피였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서서히 믿음이 생기고 굳어지고 하면서 지역장도 맡게 되고 부처님 법과 믿음은 뗄 수 없는 것이라는 나만의 신심이 생기게 되었다.

 

 

 

지금도 우리 절에서는 내가 가장 이력이 짧은 것 같다. 도반 언니를 만나게 된 것이 내 믿음의 터닝포인트가 되어서 지금까지 즐겁게 신행생활을 하게 되었다.

 

 

 

지역장을 하면서 원력이라는 것도 세워보고 종교적으로 사람과 부딪치면서 안 되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지금은 옳다 그르다고 정의하지 않는다. 다만 다르다. 이렇게 생각이 바뀌는 데는 도반들의 힘이 컸다. 불교에 입문하시는 분이 있다면 나의 신행생활을 바탕으로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 지금도 가끔 우울증이 찾아온다. 갑자기 불안하며 무기력해지는 느낌.

그때는 열심히 그야말로 정진하며 염불을 한다. 이제까지 나에게 종교를 갖게 해준 동생과 도반님들께 감사하며 열심히 신행생활을 하려 한다.

 

 

김향중 (청정수, 조계사 지역본부(남부)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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