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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입력 2021.11.01

 

이제 불교에 입문한 초심 불자로서 질문드립니다. 요즘 조계사에서 사시(?)에 불공을 올리는데 여러 불자님이 마지공양(?)을 올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시불공, 마지공양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예불에 참여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절에서는 예불을 아침저녁으로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느 시간에 동참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까? 불공에 동참하는 마음가짐도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보통 사찰에서 예불(禮佛)은 아침저녁으로 하루 두 번 올립니다. 조석(朝夕) 예불이라고 하는데요. 그러나 낮 시간에 행하는 사시마지(巳時摩旨) 불공 역시 넓은 의미의 예불 의식입니다. 아침 예불이 하루를 여는 의식이고 저녁 예불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식이라고 한다면, 사시마지는 절의 하루 일상 의식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불공 의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석예불과 사시불공은 여건이 허락한다면 어디든지 동참하시면 좋습니다.

 

 

 

초심 불자라고 하시니 기본적인 것부터 설명드립니다. 

먼저, 예불은 부처님을 공경하고 예배하는 의식입니다. 예경의 대상은 불, 법, 승 삼보(三寶)입니다. 불자들이 예불을 올리는 것은 여러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고 더불어 부처님 전에 자신의 업장을 참회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불교가 여러 나라로 전해지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의식의 모습은 다양하게 변했지만, 예불의 정신, 의미만큼은 변함이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불공은 부처님과 보살님들께 여러 공양물을 올리며 기도하는 의식입니다. 특히 재가자들에게는 중요한 신행입니다. 그러나 불공이 단지 공양물을 올리고 복을 구하는 의식만은 아닙니다. 부처님과 보살님들의 공덕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수행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사시불공은 재가자들이 부처님과 승단(僧團)에 공양을 올리는 것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 이 시간, 즉 사시(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에 하루 한 끼 식사를 하셨기 때문에 그에 맞춰 불보살님께 공양을 올리고 예불을 하는 것이지요.

 

 

 

그 당시의 부처님께서는 공양을 받으시면 재가자를 위해 법문(法門)을 베풀어 수행의 길로 이끌어 주셨다고 합니다. 재가자의 물질 공양에 대해 마음의 공양을 주셨던 것이지요. 이처럼 불공은 물질적인 공양만이 아니라 수행의 의미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질문하신 마지는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을 말합니다. ‘공들여 만든 음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절의 공양주(供養主)는 밥을 지은 뒤 제일 잘된 부분을 마지 그릇에 담아 경건하게 불전에 올린다고 합니다. 요즘 조계사의 사시마지 공양에 여러 불자님이 동참하는 것은 이러한 의미의 확장으로, 좋은 공덕을 짓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좋습니다. 이렇게 사시불공이 끝나면 스님들과 불자들은 점심 공양을 합니다. 그래서 점심 공양을 재식(齋食)이라고도 하는데, 재는 삼가다, 정비한다, 청정하고 여법(如法)하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따라서 재식은 부처님 당시부터 전해 온 계율에 따른, 법다운 식사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가끔 절에서 사시불공이 끝나기 전에 공양을 하는 분들을 봅니다. 바른 경우라고 할 수 없습니다. 매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점심 공양은 사시불공이 끝나고 하셔야 합니다. 예전에는 불공을 소원성취를 위한 방법 정도로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스스로가 행복해지는 수행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구하는 바 없는 기도와 발원으로까지 나아간다면 불공의 참된 의미가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물질의 공양과 함께 확고한 신심으로 조석 예불과 사시불공에 동참하시면 좋습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도 부처님 전에 올렸던 공양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대상은 삼보는 물론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음을 아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지요. 언제나 작은 정성의 공양을 생활화하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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