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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가피인연

기도의 힘으로 봉사하고, 봉사로써 소임을 다하다

  • 입력 2021.11.01

 

제26대 조계사 신도회 소임본부(1)

잠시 마스크를 벗고 촬영하였습니다


 

조계사 신도회 소임본부(부회장: 법성화 홍순분)의 주요활동은 법회와 기도, 신행의 공간인 모든 전각을 관리하고, 그곳에서 이뤄지는 일체의 행사를 지원하는 것이다. 기도를 접수하고, 법회와 재일의 관음시식, 제사 보조, 공양물 관리, 불단 및 불기 청소 등,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종교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소임본부가 하는 일이다. 

이번 호에는 소임본부의 11개팀 가운데 먼저 대웅전관리팀, 대웅전천수팀, 성지순례가피팀, 접수지원팀, 지장법회제사팀(이상 가나다순) 등 다섯 개 팀을 차례로 소개한다. 

 

소임본부 홍순분(법성화) 부회장

소임본부 
홍순분(법성화) 부회장

소임본부에서는 11개 팀이 활동하고 있다. 관음전관리팀, 대웅전관리팀, 대웅전천수팀, 불교문화전승팀, 사찰안내팀, 성지순례가피팀, 신행상담팀, 육법공양팀, 의전팀, 접수지원팀, 지장법회제사팀 등인데, 모든 전각을 관리하고 전각의 행사를 지원하는 것이 주된 활동이다. 평소에는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6시까지, 재일 등 큰 행사가 있는 날에는 새벽 6시부터 봉사를 시작한다. 소임본부 대부분의 팀들이 하는 일은 그 강도가 높은 편이다. 그래서 어지간한 신심이 아니고는 오래 버티기가 쉽지 않다. 
제25대 신도회 소임본부장을 거쳐 현재 26대 소임본부를 맡고 있는 홍순분(법성화) 부회장은 팀들 간의 화합과 배려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잔치 집처럼 즐겁고 신나는 분위기의 봉사’를 운영방침의 맨 앞머리에 두고 소임본부를 이끌어가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가장 많은 팀이 소속되어 있는 소임본부로서는 화합과 결속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종로구 사간동에서 태어난 홍 부회장에게 조계사는 고향의 절이지만 어릴 때 가끔 들러본 기억뿐 조계사와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그러던 중 2003년 예전의 공평아트홀에 불화전시를 관람하러 온 길에 조계사 기본교리 홍보 현수막을 보고 등록해서 불교대학과 대학원까지 마쳤다. 
봉사하기로 마음먹은 건, 그 뒤였다. 두 자녀가 취업을 하고 여유가 생기면서 접수처 봉사를 시작했다. 애초에 접수팀장으로 회향하려던 계획은 어긋났지만, 그 시간들이 홍 부회장의 내면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고 한다. 그리고 홍 부회장의 화두는 여전히 ‘좀더 즐겁고 신나게 하는 봉사’인 듯하다.

 

성지순례가피팀 장태순(선재심) 팀장


성지순례가피팀 
장태순(선재심) 팀장

성지순례가피팀(이하 가피팀)은 2012년 초 신행단체 개편 때, 신도회 사무처 소속에서 성지순례를 전담하는 팀으로 독립, 새롭게 출발했다. 성지순례에 관한 전반 업무를 중심으로, 대한불교조계종 신도증 발급과 교무금 수납, 조계사 신도증 신청 접수, 사리탑 및 천진불 공양물 관리, 영가 관욕물품 제작 및 판매, 선원 대중공양(연중 10개 사찰) 등을 맡아왔다. 
현재 팀원 수는 15명, 요일 당번제로 평소에는 매일 두 명의 팀원이 가피팀 사무실을 지킨다. 주말과 공휴일 당번도 있고, 오직 추석과 설, 두 번의 명절에만 문을 닫는다. 코로나19로 인해 작년 1월에 다녀온 ‘주지스님과 함께하는 화엄성중 가피순례’를 끝으로 성지순례는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그 밖의 활동만으로도 당번 팀원들의 하루는 여전히 바쁘다. 
그간 성지순례는 국내 사찰에만 한정하지 않고, 미얀마, 중국, 대만 등 해외로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중단된 성지순례가 다시 시작되면 변화가 있겠지만, 그 전의 순례 일정을 보면 팀 규모의 단체에서 어떻게 그 어마어마한 일들을 소화해냈는지, 놀랄 지경이다. 
보통 한 달에 4회~5회가 기본이고, 두 달에 1회~2회는 1박 2일의 순례 일정이 있고, 연중 3회~4회씩 봉정암을 1박 2일로 다녀왔다. 삼보종찰 순례 또한 밤 11시에 출발해서 무박 2일로 다음날 밤 11시에 귀경하는데, 1년에 한 차례씩 진행했다. 그 밖에 적멸보궁과 갓바위 순례 등도 자료 준비, 홍보, 접수, 섭외, 인솔까지, 이 모든 과정을 오롯이 팀의 임원(팀장, 총무, 재무, 구도부장)과 팀원들만으로 진행한다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다. 팀장과 임원들은 일주일에 하루 이상을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꼬박 길에서 보내야 했다. 
큰아들 대입 입시기도를 계기로 조계사 신도가 된 장태순 팀장은 신도들이 “순례 다녀와서 발원이 이루어졌다.”라면서 고마워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청양법등에서 시작해서 벌써 21년째, 봉사를 접지 못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두 아들이 좋은 일이 생기면 ‘다 어머니 기도 덕분’이라고 버릇처럼 말해요. 손자와 손녀는 유아 수계를 받고, 가족 모두 부처님 제자가 되었어요. 부처님 가피 덕분이죠.”

지장법회제사팀 박수경(지수) 팀장


지장법회제사팀 
박수경(지수) 팀장

지장법회제사팀은 1992년 ‘지장부’로 출범해서 2003년 인로왕법등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지장법회(2006)로 승격되었다가 지장재일봉행팀, 지장재일제사팀을 거쳐 2017년부터 지장법회제사팀(이하 제사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름에 따라 하는 일이 조금씩 달라지긴 했지만, 기본적인 활동은 사십구재, 천도재, 예수재, 각종 재일, 기제사 등을 모실 때 과일을 괴거나 관음시식 주관, 영단 공양물 관리 등, 영가와 관련되어 있다. 물론 설과 추석의 합동차례 봉사도 제사팀의 몫이다. 
팀원들은 극락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30명의 팀원들 가운데 10년~20년 경력의 베테랑 팀원이 15명 정도인데, 그들이 팀을 주도한다. 고참 팀원들이 이처럼 많은 까닭은 지방이나 해외로 이사를 가는 경우를 빼고는 중도에 그만두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장보살의 원력을 실천한다는 자부심과 영가 천도를 돕는 공덕으로 업장을 소멸시켜 지혜를 얻는다는 믿음, 그것이 제사팀의 원동력이다. 
박수경(지수) 팀장은 ‘다 같이’라는 말을 제일 좋아한다. 기본교육(58기)을 마치고 불교대학에서 공부하던 중에 한 도반의 권유로 지장법회(제사팀 전신)에 가입했다. 몇 주간 참석해보고 ‘남편 허락이 필요하겠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남편의 묵묵부답을 ‘허락’으로 읽은 박 팀장은 올해로써 13년째, 영가를 위해 봉사하고 있다. 
박 팀장의 큰딸은 제사팀과 인연 맺게 해준 도반들에게 꼭 밥을 사주라면서, “엄마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분들”이라며 고마워한다. 영가를 모시는 일이니만큼, 제사팀 팀원이라면 금강경을 많이 독송해야 한다는 박 팀장. “우리 팀원들 모두 최고예요!”라는 말에 팀에 대한 자부심이 듬뿍 묻어난다. 

대웅전천수봉사팀 김주홍(상현) 팀장


대웅전천수봉사팀 
김주홍(상현) 팀장

일요법회가 있는 날이면, 대웅전 출입문 밖에 서서 신도들의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로서, 긴 집게를 들었거나 장갑을 끼고 있다. 대웅전천수(千手)봉사팀(이하 천수팀), 그들은 이름 그대로 천 개의 손을 가진 사람들이다. 
천수팀 팀원은 일곱 명, 팀원 수가 가장 적은 팀일 것이다. 팀 가입 제한 나이가 65세 이하로, 다른 팀에 비해 높다. 하지만 평균 나이가 5,60세인 팀원들에게는 쉬운 일만은 아니다. 천수팀 활동이 신발 정리만은 아니다. 헐었거나 값싼 신발을 신고 와서 비싼 신발로 바꿔 신고 가는 얌체족이나, 디자인과 색깔이 비슷해서 모르고 바꿔 신는 사람이 없도록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한다. 화장실 위치 등을 묻는 다양한 질문에 친절히 대답하는 것도 천수팀이 하는 일이다. 
김주홍 팀장은 소임본부의 청일점으로, 유일한 남성 팀장이다. 지난 50년간 타종교인으로 살다가 조계사를 찾은 건 2019년, 신변에 여러 가지 변화가 있던 시기다. 바로 한 해 전, 20년간 모시고 산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그 여파로 삶이 매우 무료하고 허전해진 터였다. 평소 우리 문화에 관심이 컸고, 그 밑바탕인 불교에 호기심이 있었다. 기본교육과정과 불교대학에 입학해서 학생회장까지 맡았다. 대학원 1학년생인 현재, 두 종교의 차이를 ‘의존’과 ‘수행’이라고 이야기한다. 
김 팀장은 자기 자신을 ‘가리는 것 없고, 필요하다고 부르면 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그렇게 시작한 봉사활동이 지금 이곳저곳에 뿌리 내리고 있다. 천수팀과 기본교육 동행도반 외에도, 우정국공원 무료배식 봉사를 해왔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찾아가는 배달배식’이란 이름으로 노숙자 집합소를 찾아다니면서 직접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본인 나이가 너무 많아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 불편해지기 전까지는 봉사하며 사는 것이 노년의 바람이다.

 

대웅전관리팀백진영(무진성) 팀장

대웅전관리팀 
백진영(무진성) 팀장

대웅전관리팀(이하 관리팀)은 청향법등(2001년)에서 출발했다. 대웅전의 마지와 공양물(영단 제외) 관리 및 배분, 불기 닦기와 좌복 관리, 재 진행 보조 등 대웅전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일을 맡고 있다. 매달 음력 27일, 불기 닦는 날에는 정기모임을 갖는다. 
관리팀 팀원은 현재 39명, 6개월 수습을 거친 정식 팀원이다. 하지만 3개월 이상 빠지면 팀원 자격이 사라진다. 55세 이하여야 팀원이 될 수 있다. 관리팀 팀원은 다른 팀에 소속되어 있으면 안 되고, 한 번 그만두면 재입회 할 수 없다는 게 특징이다. 50세~60세가 주류인데, 과반수가 10년 이상 봉사한 고참들이다. 
관리팀 팀장과 임원들의 임기가 사중에서 유일한, 1년이다. 팀의 전통이라고 하나, 그만큼 일이 힘들다는 뜻이다. 활동한 지 5년이 넘어야 총무가 될 수 있고, 총무를 거쳐야만 팀장을 맡을 수 있는 조직 체계도 예사롭지 않다. 
백진영(무진성) 팀장은 2015년 조계사 신도가 되고 나서 곧바로 대웅전관리팀에 가입했다. 총무를 거쳐 올해 팀장이 되었는데, 팀장은 부처님오신날 한 달 전부터 당일까지 매일 나와서 봉사해야 한다. 그런데 그보다 신경 쓰이는 건 떡 나눠주는 일이다. 몇 번씩 받아가는 사람이나 골라서 받아가려는 사람들 때문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제일 ‘고참 보살님’이 그 일을 전담하는데, 나눠주는 데 걸리는 시간만도 2시간~2시간 반이다. 
대중 앞에 서야 하는 일의 특성상 관리팀원들의 큰 고민거리는 옷이다. 사계절에 간절기까지, 연중 다섯 벌이 필요한 데다, 매일 빠느라 옷이 빨리 헤져서 팀원들의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 연중무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추석 전날과 추석날, 설 전날과 설날, 성지순례날만 쉬는, 힘든 상황에서도 도중에 탈락하는 팀원들이 없다는 점이 참 신기하다. 기도의 힘 말고는 설명하기 힘든 일이다.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면 팀원들과 템플스테이 가기로 했다는 백 팀장의 얼굴이 기대로 화사하다.

접수지원팀 신혜숙(여연행) 팀장


접수지원팀 
신혜숙(여연행) 팀장

접수지원팀의 활동은 2005년도부터 시작되었다. 종무소 1층 접수대가 봉사 장소다. 22명의 팀원이 요일별로 담당을 정해서, 일년 365일 중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봉사하고 있다. 기도 접수 및 안내, 기도비 수납, 전화 상담 등등, 종무원을 보조해서 사찰 업무 일부분을 톡톡히 처리한다. 
작년부터 사중에서 음력 초하루와 큰 행사를 앞둔 날에는 전화만 집중해서 받는, 일명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안심당에 설치된 콜센터는 접수지원팀이 전담하는데, 평소의 두 배 인원인 4~5명의 팀원들이 전화에 매달려 하루 종일 안내하고 문의를 받는다. 두 시간 동안 180통의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전화 안 받느냐!”라는 볼멘소리는 수시로 전화선을 타고 넘어온다. “전화, 정말 열심히 받고 있다고 꼭 전해주세요.”라는 신혜숙 팀장의 당부에는 이런 사정이 깔려 있다. 콜센터 일을 마치고 나면 한동안은 아무 소리도 듣고 싶지 않다는 게 팀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한 사람이 하루 평균 100통씩 받을 때도 있다. 
접수지원팀원은 기본적으로 컴퓨터를 쓸 줄 알아야 하고, 기도에 대한 이해와 친절, 신심 등을 두루 갖춰야 한다. 사중의 공지사항을 잘 파악하고 이해하고 있어야 전화로든 대면으로든 오류 없이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팀장은 남편의 권유로 조계사에서 기본교육을 받았다. 불교를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곳을 인터넷으로 검색한 남편이 신 팀장에게 권했고, 부부 모두 경전반까지 수료했다. 불교대학은 남편이 퇴직하면 둘이 손잡고 다니기 위해 미뤄뒀다. 그때까지는 봉사하면서 기다릴 생각이다. 대학원과 대학생인 두 자녀는 그런 부모님 모습에 물들듯 조금씩 불자가 되어가고 있다. 
올해로 접수지원팀 봉사 10년째인 신 팀장은 힘든 일을 꼽아보라는 말에, 전화 문의나 상담을 하고 나서 자신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자책감에 빠진다고 한다. 그럴 때 힘들다면서, 팀원들에게 “건강하고 아프지 마시라.”라는 당부와 더불어 끝으로 “같이 봉사해서 같이 행복합시다.”라는 말을 남겼다.




 

노희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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