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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원명스님의 마음산책

밀린다왕문경(12) 수행의 목적과 염불의 의미

  • 입력 2021.12.01

밀린다팡하 Milindapanha, 나가세나비구경 

 

밀린다왕문경 또는 나가세나비구경이라고 부르는 경전입니다.
기원전 1세기경 서양적인 철학관점 그리고 정복국가의 왕과 인도의 철학과 종교계의 대표격인 스님과의 만남 그리고 대담입니다.
가장 높은 분과 가장 소박한 분의 대화, 서로의 존중과 이해 그리고 진지함으로써 불교의 다양한 핵심을 묻고 답하게 됩니다. 
일년이란 기간동안에 인도의 환경과 인도인들의 사고를 탐색하면서 나름의 접근을 시도해 보았지만 여러 가지 부족함이 많아서 오히려 아쉬움과 후회스러움이 많습니다.
앞으로 더욱 수행하고 정진하는 바탕으로 삼겠습니다.

 

왕은 물었다. 
나가세나 존자여, 그대들은 과거의 괴로움을 버리기 위하여 노력합니까. 
아닙니다. 
그러면 미래의 괴로움을 버리기 위하여 노력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면 현재의 괴로움을 버리기 위하여 노력합니까. 
그렇지도 않습니다. 
만일 그대들이 과거의 괴로움이나 미래의 괴로움이나 또 현재의 괴로움을 버리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 때문에 그처럼 노력합니까. 
장로는 대답했다. 
대왕이여, 우리들은 이 괴로움은 사라지고 저 괴로움은 생기지 말아 주기를 바라는 소원 때문에 노력합니다. 
존자여, 미래의 괴로움은 있습니까. 
없습니다. 
나가세나 존자여, 그대들은 지금 있지도 않는 괴로움을 버리기 위하여 노력한다고 하니 지나치게 슬기롭습니다. 
대왕이여, 그대는 전에 어떤 적이나 원수와 대항자로서 맞선 일이 있었습니까. 
있었습니다. 
그대는, 그때에야 비로소 참호를 파고, 보루(堡壘)를 쌓고, 성문을 달고 망탑을 세우고, 양곡을 실어 오게 하였습니까. 
아닙니다. 그것들은 모두 미리 미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대는 그때에야 비로소 상술을 익히고, 마술을 연습하고, 차술을 훈련하고 궁술을 수련하게 하였습니까. 
아닙니다. 존자여, 그것들을 미리부터 익혀 두게 하였습니다. 
어떤 목적 때문에 그러했습니까. 
장차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대왕이여, 미래의 위험이 지금 존재합니까.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그대는 지금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하여 그런 일을 한다니 지나치게 슬기롭습니다.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대왕이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대는 목이 말랐을때 비로소 물을 마시고 싶다고 하여 우물을 파고 저수지를 만듭니까.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일은 모두 미리부터 준비해 둡니다. 
무엇 때문에 그럽니까. 
장차 목마름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목마름은 지금 존재합니까.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그대는 지금 존재하지도 않는 미래의 목마름에 대비한다니 지나치게 슬기롭습니다. 
다시 한번 비유를 들어주십시오. 
대왕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대는 배가 고팠을 때 비로소 무엇이 먹고 싶다고 하여 밭을 갈고 곡식을 심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일을 미리부터 준비합니다. 
무엇 때문에 그럽니까. 
미래의 공복(空腹)을 막기 위하여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래의 배고픔은 지금 존재합니까. 
아닙니다. 
대왕이여, 그대는 지금 존재하지도 않은 미래의 공복에 대비한다니 지나치게 슬기롭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가세나 존자여.

 

왕은 물었다. 
나가세나 존자여, 그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백년 동안 악행을 했더라도 죽을 때 한 번만 부처님을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천상(天上)에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 고. 나는 그것을 믿지 않습니다. 또 그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한 번 살생(殺生)을 했더라도 지옥에 태어날 것이라’고. 나는 그런 것을 믿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조그마한 돌이라도 배에 싣지 않고 물 위에 뜰 수 있습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대왕이여, 백 개의 수레에 실을 만한 바위라도 배에 싣는다면 물 위에 뜰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물 위에 뜰 수 있습니다. 
대왕이여, 선업(善業)은 마치 그 배와 같이 볼 것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나가세나 존자여.


 

원명스님 (조계사 부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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