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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입력 2021.12.01

질문 > 조계사 범종루에서 종과 북 등을 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특별한 경험이었는데 이 도구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기도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목탁에 대해서도 알고 싶습니다.

 

범종(梵鐘), 법고(法鼓), 운판(雲版), 목어(木魚)


답변 > 불법(佛法)을 전하고 수행하는데 필요한 도구를 불구(佛具), 또는 법구(法具)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사물(四物)을 들 수 있습니다. 사물은 각각 범종(梵鐘), 법고(法鼓), 운판(雲版), 목어(木魚)를 가리킵니다.

 

범종은 대종(大鐘)이라고 하는데, 보통 예불 때는 아침엔 28번, 저녁엔 33번을 칩니다. 하늘과 지옥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목적이 있습니다. 조석(朝夕)예불과 큰 행사가 있을 때 사용하지만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여 대중을 모을 때도 칩니다. 가끔 사찰의 종을 재미삼아 치는 분들이 있는데, 아무 때나 종을 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법고는 홍고(弘鼓)와 소고(小鼓)로 나뉘는데, 홍고는 범종과 같이 조석예불 때 치기도 하고 큰 행사 때에도 사용합니다. 경전에도 번뇌 망상을 없애는데 북을 쳤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소고는 주로 염불의식에 쓰입니다. 축생(畜生)과 같은 땅위에 사는 짐승들의 어리석음을 제도하기 위해서 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운판은 철이나 청동으로 만들며 구름 모양의 넓은 판으로 되어 있습니다. 판에는 보살상이나 진언(眞言)을 새기기도 합니다. 원래 중국의 선종(禪宗)사찰에서 대중들에게 끼니때를 알리기 위해서 쳤습니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중생을 제도하고 허공을 떠도는 영혼을 제도하기 위해 친다고 합니다.

 

목어는 나무를 깎아 용(龍)이나 잉어 같은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고 속을 파내어 안쪽의 양 면을 나무 막대기로 두들겨 소리를 냅니다. 물속의 중생을 제도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증수교원청규(增修敎苑淸規) 법기문(法器文) 목어조(木魚條)’에는 목어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스승의 가르침을 어기고 계율에 어긋난 일을 한 스님이 죽어 물고기로 태어났답니다. 어느 날 스승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등에 커다란 나무가 난 물고기가 뱃전에 머리를 대고 슬피 울었는데 스승이 물고기의 전생을 살펴보니 자신의 제자였던 것이지요. 스승은 수륙재를 베풀고 물고기를 천도했습니다. 그 날 밤에 제자가 스승의 꿈에 나타나 말했습니다. “저의 등에 난 나무를 깎아 저와 같이 생긴 물고기 형상을 만들어 나무 막대기로 쳐 주십시오. 그 소리는 수행자에게는 좋은 교훈이 될 것이고 물고기들에게는 구원의 인연이 될 것입니다.” 그 후 스승은 이 나무로 목어를 만들어 대중을 경책했습니다.

 

질문하신 목탁(木鐸)은 목어를 간편하게 바꾼 것입니다. 여기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물고기는 언제나 눈을 뜨고 있다고 하여 수행자를 경책하는 도구로 사용합니다. 잠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처럼 수행자는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이 담겨 있습니다. 지금 목탁은 모든 의식 집전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의식구가 되었습니다. 절에서 목탁을 치는 사람을 보통 인례(引禮)라고 하는데 대중을 모으고 집중시키며 의식을 안내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것이 나중에 더 넓은 의미로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나 사표가 된다는 뜻으로도 쓰이고 있지요.

 

이렇게 사물은 사찰에서 아침과 저녁으로 예불(禮佛)을 올릴 때나 중요한 의식을 거행할 때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시방삼세(十方三世)의 일체 생명과 우주 만물(萬物)의 평화를 기원하며 사찰을 청정(淸淨)하게 하고 듣는 이들의 마음을 일깨우는 의식구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소리로써 모든 생명의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부처님께 올리는 소리 공양이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찬불가 음성공양과 같은 의미인 것이지요. 치는 순서는 법고, 목어, 운판, 범종의 순입니다. 

 

조계사는 지금 범종루(梵鐘樓)와 법고를 새롭게 하는 불사(佛事)가 진행 중입니다. 불사가 끝나고 나면 부처님의 불음(佛音)을 전하는 성(聖)스럽고 멋진 공간으로 거듭 날 것입니다. 불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려 봅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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