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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질문 >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매번 올해는 잘 살고자 계획도 세워보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불자는 한 해를 시작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면 좋습니까? 또 어떤 계획을 세우는 것이 불자다운지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답변 > 2022년, 임인년 한 해를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기대에 부풀고 신선합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하얀 눈 위를 걷는 설레임도 있지요. 그러나 어떤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두려움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작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좋은 계획 세우셨나요? 혹시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고 아예 계획도 없고, 시작도 안 하시는 것은 아니겠지요? 이왕이면 용기를 가지고 올 한 해를 살아보시지요. 저는 ‘부처님 가르침을 일상의 삶 속에서 실현해나가는 한 해’가 되도록 마음을 내시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법화경>에 종불구생(從佛求生)이란 말씀이 있습니다. 불자란 부처님에 의해 새로운 삶을 부여받은 사람입니다. 사실 부처님과의 만남은 우리 인생의 최고의 인연이자 최고의 만남입니다. <열반경>에서 부처님께 마지막 공양을 올렸던 대장장이 춘다는 부처님과의 만남을 ‘우담바라 꽃을 얻음과 같고 눈먼 거북이가 바다 위의 나무토막을 만난 것과 같은 기쁨이 있다’고 찬탄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부처님의 가르침은 우리의 인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큰 이익과 행복으로 우리를 변화시킵니다.
새해의 좋은 계획을 세우는 방법에 앞서, 먼저 우리는 출발을 잘해야 합니다. 출발을 잘해야 하는 이유는 처음에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도 한참을 가고 나면 큰 차이로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삼조(三祖) 승찬(僧燦)스님은 <신심명>에서 ‘터럭 같은 처음의 차이가 결국 천지(天地)의 차이로 벌어지는 것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한 해를 바르게 시작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우선 발심(發心)입니다. 어른들 말씀에 사람은 뜻을 세워야 하고 수행자는 원력(願力)을 세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무엇인가를 하고자 할 때는 먼저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하고자 하는 일의 내용과 질이 달라집니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발심은 첫 출발의 힘찬 시동을 거는 일입니다.
인도 샨티데바 스님의 <입보리행론(入菩提行論)>에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수천의 생을 반복한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드물다.
그러니 지금 후회 없이 사랑하라.
사랑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여러분들은 무엇을 발심하시렵니까? 작은 것이라도 나의 행복과 주변 인연들을 위해 마음을 내보십시오. 발심하면 못해 낼 일이 없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에너지가 개발될 것입니다.
발심하고 난 다음에는 마음먹은 것을 실현하기 위한 정진(精進)입니다. 우리가 마음먹고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꾸준하게 노력해야 합니다. 세상의 모든 위대한 가치는, 노력 없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부처님도 깨달음을 얻기 위해 6년간의 피나는 수행을 하셨습니다. 운동선수가 대회에 나가 우승하기 위해서 합숙 훈련도 하고 어려운 지옥 훈련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운동도 그러하거늘 인생의 행복을 위해 그만한 노력도 안 해서야 되겠습니까? 좀 더 행복해지고 싶으신가요? 정진하셔야 합니다.
발심하고 정진하는 것은 목표를 확실히 세우며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됩니다. 수시로 뜻을 세우고 노력하는 것은 불자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지요. 또 많은 것을 성취하게 하는 기쁨도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과 함께하는 한 해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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