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영(원불화) 문화본부 부회장 겸 맑은소리합창단 단장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신도회의 활동이 위축된 지 어느덧 2년째. 사중 법회가 축소되고 특히 문화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문화본부 소속 팀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 연습을 쉬는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팀원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실정이다.
문화본부 부회장과 맑은소리합창단 단장을 겸하고 있는 윤지영 부회장은 “공연이 없고 연습도 못하다 보니, 팀원끼리의 유대감과 소속감이 약해졌다”라면서, 신도회 전체 본부를 통틀어서 문화본부가 느끼는 위기의식이 가장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맑은소리합창단은 1976년 5월 창단된 ‘보음합창단’의 맥을 잇는 여성(어머니)합창단으로, 2017년 11월 맑은소리합창단으로 재창단했다.
윤지영 단장이 이끄는 이 합창단은 30여 명의 여성 단원이 여성3부(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로 음성공양을 올리고 있으며, 입단은 만 60세 이하, 회향은 만 67세가 원칙이다. 매주 수요일(오전 10시~12시) 안심당 지하 합창단실에서 이종만 선생의 지도를 받고 있다.
2019년 1월 단장을 맡을 때부터 윤 단장은 ‘단원 100명 채우기’를 목표로 삼았다. 집안일 하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하지만 요즘 코로나19의 혹독한 여파를 절실하게 체감하는 중이다. 한동안 50여 명까지 늘던 상승세가 작년부터 꺾여 2년째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단장은 스물여덟 새댁 시절, 옆집 할머니에게 이끌려 동네 절에 나가기 시작했다. 인사동을 오가던 길에 조계사 법당에서 기도하는 보살님들 모습을 보고 반해 기본교육을 받았고, 불교대학을 마치고는 포교사(23기)가 되었다. 현재 선림원 졸업반으로 오는 2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윤 단장은 기본교육 수강 중에 어머니합창단에 들어갔다. 더불어 송파구 지역법회에 가입, 총무(3년)를 거쳐 송파구 지역장으로 2년간 봉사했다. 그 즈음 맑은소리합창단이 재창단해서 음성공양을 시작했고, 송파구 지역장 임기를 마친 윤 단장은 그 즉시 맑은소리합창단 단장을 맡아 단원 확보에 온 힘을 기울였다. 목표에 대한 조바심 때문인지 몸과 마음에 병이 찾아왔다.
그런데 그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병증이 깨끗이 사라졌다.
그때의 가피가 합창단 활동을 하는 내내 자신과 함께했고, 또한 자신을 지혜와 자비의 길, 보시의 길로 이끌고 있음을 느낀다. 마치 법회 때, 10년 전에 어머니합창단이 녹음한 삼귀의, 사홍서원을 들을 때처럼…….
“저희 합창단은 가장 오랫동안 조계사를 지켜온, 어머니 같은 존재예요. 예전 어머니합창단처럼 중요한 법회에서 음성공양 올릴 수 있도록, 실력 있고 여법한 합창단으로 발돋움하고 싶어요.”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선명하게 안다는 듯, 윤 단장은 한껏 마음을 추스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향무용단 최유경(성명) 팀장
향무용단(팀장: 성명 최유경, 안무지도: 정연희)은 올해로 창립한 지 만 20년째다. 한국무용으로 춤 공양을 올리고, 부처님 말씀을 춤으로 승화시켜 포교하는 춤 공연단이다. 2002년 연희단 형식으로 출범해서, 그해 5월 봉축마당 무대에 ‘궁중검무’를 첫 작품으로 올렸다.
초기의 팀원들은 대부분 한국무용 초보자들이어서, 공연 일정이 잡히면 ‘죽어라고’ 연습했다. 정기 연습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일주일에 두 차례(화•금 오전 10시~오후 3시)였지만, 공연을 앞두고는 거의 매일 강도 높게 춤 연습을 하면서 지냈다.
첫 무대의 반응이 좋아 국화꽃축제, 송년회 등 줄줄이 공연이 이어졌고, 그러는 동안 20대였던 초보 팀원들이 어느덧 50대를 바라보는, 프로 버금가는 무용수가 되었다.
향무용단 역시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할 수 없었다. 2020년에는 연습실을 거의 열지 못했고, 2021년도 많이 다르지 않았다. 단원 수 늘리는 일은 최유경 팀장에게 중요한 숙제로 남았다. 무용단 입단은 만 60세 이하가 원칙이지만, 나이와 체력보다 더 중요한 건 신심과 열정이다. 부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담기지 않은 춤은 그저 율동일 뿐, 갸륵한 공양은 되지 못한다.
최 팀장은 6년 전, 무용단에 가입할 때 한국무용을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한다. 몸치인 데다가 운동이 싫었지만 무용이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태부터 타종교를 믿었던 최 팀장은 시어머니 심부름 덕분에 불교와 인연이 닿았다. 인등과 초를 대신 켜달라는 시어머니 부탁을 받고 몇 번 절에 드나들었는데, 불교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시어머니의 격려로 조계사에서 기본교육과 불교대학을 마쳤고, 용산지역법회 한 도반의 권유로 무용단에 입단해서 올 1월 단장을 맡았다.
“춤을 추면서 얻는 게 많아요. 몸이 건강해지고 스트레스가 풀려 삶에 활력이 생겨요. 춤 공양을 올리면서 신심이 더 깊어지고, 조계사 신도임에 무한한 자부심과 가피를 느껴요.”
§민요팀 이승은(여래심) 팀장
2011년경 “조계사에 ‘우리 가락’을 하는 단체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민요동아리’가 만들어졌다. 경기민요 소리꾼인 여래심 이승은 명창이 사중에 건의해서 이루어진 일이다.
하지만 동아리 개설 첫날, 홍보가 부족했는지 동아리 지원서를 낸 사람은 딱 두 명뿐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민요동아리는 2017년 포교본부 소속의 ‘민요팀’으로 정식 출범했다. 사중 행사를 통해 입소문이 난 덕분에 팀원 수가 한때 40여 명에 달했고, 현재 20여 명이 적을 두고 있다.
민요팀의 단골 무대는 부처님오신날 행사, 야경 템플스테이, 국화축제 등이다. 남부구치소 및 서울구치소 공연과 타 사찰 초청에도 적극적으로 응하고 있다.
민요팀의 특징은 나이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목소리가 더 곰삭고 구성진 소리가 나서 유리하다. 국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수시로 문을 열어놓고 있다. 초보자도 일 년 정도만 팀에서 배우고 익히면 무대에 설 수 있다고 한다.
이승은 팀장은 지난 2020년 전주대사습놀이 민요부 장원, 2021년 7월 (사)한국국악협회 경기민요 분과위원장 당선 등의 경사를 맞이했다. 조계사에 어린이국악반을 만들어 어릴 때부터 국악 발성으로 기본기를 다질 수 있게 돕고 싶다는 이 팀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면 제일 먼저 민요팀 창립 10주년 기념공연을 손꼽고 있다.
민요팀 연습시간은 매주 월요일(오후 3시~5시, 안심당 지하 합창단실)인데, 한오백년을 비롯해서 축원 덕담 비나리, 회심곡 등이 언제 어디서든 자신 있게 부를 수 있는 팀의 레퍼토리다. 이 팀장은 요즘 ‘조계사창부타령’ 노랫말을 쓰고 있다. 전문 예술인보다 조계사 불자의 재능기부 무대를 더 장려하는 사중에 감사와 성취감을 느낀다. 하루빨리 ‘효잔치’ 등, 신명 나는 무대가 조계사 앞마당에 세워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연등공방팀 임현진(성심화) 팀장
연등공방팀은 2010년 조계사 전통등연구소로 창립되어 현재 28명의 팀원이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팀원 15명 정도가 매일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공방에 나와서 함께 전통등을 만들고 있다.
등 제작 공정은 여러 사람이 손발을 맞춰야 하는 공동작업이다. 모임 인원을 제한하는 방역지침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조금 불편하지만 오히려 만들어야 할 등의 개수가 늘어서, 전에는 화·목요일에만 열던 공방 문을 요즘은 일주일 내내 매일(오전 10시~오후 4시) 열고 있다.
등은 먼저 골조를 만들고, 한지로 배접하고,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히는 것이 순서인데,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직접 손으로 만든다.
12월부터 부처님오신날 직전까지, 연등공방팀이 가장 바쁜 시기다. 요즘은 봉축기간에 일주문 옆에 비치할 예정인 룸비니동산 장식용 등을 만들고 있다. 대웅전 대등(3개)과 내부등(240개), 총 243개 등을 만들어 음력 3월 15일에 새로 올릴 준비로 분주하다.
현재 전통등연구소 가입 신청자들이 대기 중이다. 공방 자체 교육을 수료해야만 등 제작에 동참할 수 있는데, 자체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014년에 정식 팀원이 된 임현진 팀장은, 불교대학 재학 때 등 만들기 봉사를 하다가 연등공방과 인연이 되었다. 기본교육과 불교대학은 초발심 때 득달같이 마쳤고, 자신을 더 사랑해야 한다는 걸 불교 공부를 통해 한 번 더 깨달았다.
임 팀장은 요즘 늦은 시간까지 등을 만드느라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고요하고 행복하다. 특히 멋진 팀원들과 나누는 대화가 즐겁다. 소녀 같은 심성의 팀원들은 대화 내용도 맑고 경건하다. 등 만드는 데에 집중하는 사이에 마음은 벌써 힐링이 된다. 지금처럼만, 내일도 오늘만 같기를, 임 팀장이 팀원들에게 당부하는 마음이다.
§풍물팀 이명화(보행원) 팀장
풍물팀은 2013년 5월 15일 ‘조계사풍물단’으로 창립했다.
풍물은 농경민족의 전통놀이로, 모를 심거나 추수를 할 때 노동의 고단함을 달래주고 힘을 돋우기 위해 놀던 놀이다. 꽹과리가 앞장서고, 장구, 북, 징, 태평소, 소고 등의 농악기가 뒤따르면서 흥겹게 놀이판을 벌인다.
풍물팀으로 이름이 바뀐 건 사중에서 신행단체 이름을 ‘~팀’으로 통일할 때의 일이다. 가입 연령은 만 65세 이하가 원칙이다. 현재 30여 명의 팀원 중에는 직장인이 70%, 남녀 비율은 반반이다. 50대~60대가 주를 이루며, 1년~6년차 팀원이 많다.
자체적으로 기초강습반(3개월, 10주 과정, 화·목 저녁 7시~9시)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급반(3개월)과 꽹과리반(3개월) 순서로 심화과정을 열어 인재를 키우고 있다. 전체 연습은 금요일 저녁(7시~8시 반) 백주년기념관 지하에서 실시한다.
풍물팀은 부처님오신날 관련 행사와 인사동 불교문화마당 및 호기놀이, 동지, 송구영신(보신각 타종식) 등의 행사에 동참한다. 제등행렬처럼 큰 규모의 행사에는 50여 명이 연희에 나서는데, 꽹과리 5~6명, 장구와 북은 10명, 징은 4명, 소고 등은 인원 제한이 없다.
이명화 팀장은 2013년 창단 이래 6년간 줄곧 팀장을 맡았고, 기초강습반 1기 때부터 수강생을 가르치고 있다. 수료생 대부분이 풍물팀에 가입하므로, 팀원 확보에 큰 도움이 된다. 주말에는 어린이법회에서 재능 기부로 풍물을 가르치고 있다.
이 팀장 부부는 불교대학과 대학원, 포교사자격증(9기) 취득까지 함께했고, 딸도 뒤를 이어 불교대학에서 공부했다. 아들 또한 불교 군종병으로 병역을 마쳤다. 자칭 ‘한 우물 깊이 파는 성격’답게 풍물에 꽂혀 국악실기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한 이 팀장은, 틈이 날 때면 임실 필봉전수관에 내려가 풍물 연습에 집중한다.
이 팀장은 풍물팀원들과 함께 꿈꿔온 창립 10주년 기념 단독 공연을 준비하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회화나무합창단 복기동(진여성) 팀장
회화나무합창단은 2007년 3월 25일에 창단된 실버 합창단이다. 찬불가를 불러 치매도 예방하고, 도반들과 절에서 만나 즐겁게 시간을 보내자는 소박한 동기에서 출발했다. 60세 이상의 노보살님들로 구성되어 한때 300명의 팀원 수를 자랑했던 이 합창단은 현재는 80명~100명의 팀원이 연습에 동참한다.
복기동 팀장은 합창단이 첫 음성공양 올리던 때의 감동과 떨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대웅전에서 처음 음성공양을 올리는데, 어찌나 감격스럽고 떨렸는지 몰라요. 나이를 탓하고 체념하면서 합창단 가입을 포기했던 기억이 떠올라 목이 메었어요.”
그 때부터 매달 넷째와 다섯째 일요법회에서 음성공양을 올렸다. 삼귀의, 청법가 등의 의식곡은 신도들과 함께 부르고, 찬탄곡 한 곡만 회화나무합창단이 공양 올렸다.
2017년 4월, 제1회 정기공연 때는 단원 128명이 고운 연주복을 입고 무대에 섰다. 지팡이를 짚거나 의자에 앉은 채 노래하는 부모님을 보고 객석의 자녀들은 눈물을 훔쳤다. 그런 자식 모습에 무대 위 부모님도 눈물을 닦느라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17년이 흐르는 동안, 사중의 봉축무대를 비롯해서 절 밖 종로구민회관 무대에도 서보고, 노인복지관 등에서 봉사활동도 했다. 점점 자신감도 생겼다고 한다.
복기동 팀장은 요즘도 108배쯤은 거뜬히 해낸다. 며칠 전 떨어지는 물건에 발등을 찍히기 전까지만 해도 신중기도 3일, 철야기도, 다라니기도 등, 아침 10시부터 2시, 6시 다라니기도까지 마치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웅전 자리 다툼을 피해 여름 내내 회화나무 아래에서 108배를 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복기동 팀장은 조계사 부처님의 가피에 대해 늘 이야기한다. 35년 전 조계사에 처음 나와 스스로 3년간 탑을 청소한 이야기, 3천배로 손자 손녀를 얻고, 합창단 회비를 모아 불사에 보시한 이야기 등등. 그 많은 이야기는 결국 부처님 가피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지금, 팀원 중에 91세 어르신이 가장 나이가 많고, 90세가 네 명이며, 70대는 젊은 축에 속한다는, 회화나무합창단이 주는 힐링의 삶을 가피라고 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