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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사색의 뜰

또 다시 새해를 맞이하며

  • 입력 2022.01.28

또 다시 새해를 맞이하며, 대학원 졸업과 함께 기본교육의 문을 두드리던 때부터 시작하여 조계사에서의 5년이 불쑥 불쑥 떠오른다.

여고 불교반 때 고등학교 불교학생회에 소속되어 조계사에 다닌 기억이 있고, 극락전 뒤 후문쪽 지하에 사무실이 있었던 것 같으나, 그때의 조계사 모습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부처님의 미소를 가지고 싶은 마음과 제대로 불교 공부를 해보고자, 조계사 기본교육의 문을 두드렸었다. 사실 불교대학에 들어 갈려고 했는데 기본 교육을 마쳐야 한다고 해서….

 

안심당에서의 기본 교육 첫날 삼귀의를 하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낮선 한글 반야심경도 화면을 보고 할래야 보이지도 않고, 도저히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마침 부처님오신날이 있는 때라 기본 교육생들은 여러 행사에 동참할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혼자 씩씩하게 잘 참여하였지만 광화문 점등식에는 친구와 함께 하기도 했다.

의무 봉사였던 만발 공양간에서 봉사라는 것을 처음 해보았고, 엄청난 양의 반찬을 대충 간을 보는 듯 무심하게 간장을 쏟아 붓고 박박 치대며 맛있는 나물 반찬을 맛 보이시는 공양간 보살님들과 선배 봉사자들의 모습은, 주부인 나에게도 마냥 신기하기만 했었다.

 

3월에 개강하는 불교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꼬박 1년을 기다리며, 기초 교리반 반야천수경 그리고 금강경등 경전반을 수강했다. 두 강좌를 오전 오후에 겹쳐 공부하기도 했다.

수계와 법명도 받고 신도증도 받고, 95기 도반들 5명이 함께, 주간반에 가자는 것을, 내가 우겨서 불교대학 야간반에 입학하며 62학번이 되었다. 

다섯 명 중 내가 제일 막내였는데, 아무 불평없이 내 뜻대로 야간반에 입학해 주시고 또 내가 불대 회장이 되었을 때 도와주시고, 조용히 응원해 주시고 염려해 주시고, 모든 것을 나에게 맞춰 주신 네 명의 도반님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도반들과 함께 하는 불교대학과 대학원 생활은 그야말로 신행(信行)의 장이었다.

공부는 기본이고 여러 신행활동과 봉사활동은 나를 자동으로 수행하게 만들었다. 어느 도반이, 불교 대학에 다니면 큰 소원 한가지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불교대학에 들어왔다고 하였고, 본인은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했다.

정말이야! 그럼 나는? 하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두 딸에게, 서른살이 되면 모두 분가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었는데 큰 딸이 서른을 앞둔 재작년 12월에 취업이 되어 직장 근처로 분가를 하면서 일찍이 분가한 작은 딸과 함께 둘 다 분가를 하게 된 것이다. 

나도 소원이 하나 이뤄졌었네 하고는 웃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한가지 더 이뤄진 듯 하다.

 

불교대학 시절 철야수련회, 부처님오신날 8천 명분의 배식과 질서유지, 삼천배 철야정진 그리고 경주로의 성지순례 겸 졸업여행은 불교대학이 전담하는 큰 행사였고 사중의 여러 신행활동과 월 2회 만발 공양간 봉사를 비롯한 봉사활동과 상월선원 용맹정진 등의 성공적인 회향은 62, 63학번 도반들의 온전한 협조 덕분이다.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그러나 한 가지, 코로나 최초 유행 초기에 불교대학 졸업식을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올해 대학원 졸업식은 꼭 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반 전체가 졸업 가운에 맞출 흰색 스카프도 미리 준비해 두었다.

대학을 입학할 때 야간반이 59명이었는데 현재 대학원 졸업하는 우리반은 28명이다. 여러 가지 영향이 있을테지만 코로나 영향이 가장 컸으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활동하였던 불기 2563년(2019년) 불교대학 1년 활동 사진으로 5분짜리 동영상을 만들어 기본 교육생들에게 불교대학 홍보차 보여주고 있다.

불교대학만의 여러 행사들과 부처님 오신날 연등 만들기, 대웅전 등 달기, 연등 행렬, 한복 입고 금박 공양, 성지 순례와 생명 살림 법회 등 2년간 멈췄던 행사들이 화면에는 모두 있다.

그리고 만발 공양간 배식대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도반들, 숨소리도 죽이고 조용히 보고 있던 교육생들이 동지 새알심 만들 때, 앞치마를 입은 남전 스님이 나타날 때는 순간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매번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다. 그 때는 버거웠는데 지금은 너무나 그리운 장면들이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꾸준하게 조계사 기본교육을 수강하고자 오는 교육생들을 보면 정말로 뭐라 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마울 따름이다. 물론 그만큼 조계사를 믿고 오시리라 생각한다. 

 

요즘 기본 교육에 젊은 사람들이 생각 외로 많이 온다. 한 분은, 본인은 기본 교육을 예전에 받았는데 어느날 세례를 받은 딸이 불교를 알고 싶다고 하여 같이 수강하게 되었다며 본인도 와서 보고 젊은이들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고 하신다. 앞으로 어찌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두 기수는 2~30대가 전체의 30%를 넘겼었다.

암튼 젊은이든 연세가 많은 어르신이든 모두 모두 조계사 불교 기본교육을 통하여 나도 부처님같이 되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며, 봉사자인 우리들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나는 기본교육생들에게 그리고 지인들에게 종종 말한다. 조계사는 너무 좋다고, 기도도 많이 해서 좋고, 마음껏 복을 지을수 있는 곳이고, 교통도 좋아 언제든지 오고 싶을 때 올 수 있고, 주변에 먹거리도 너무 많고, 가 볼 곳도 많고, 그리고 시간 보낼 수 있는 곳도 많고 등등 사실이니까, 암튼 정말 좋다.

 

행복한 마음 가득 안고, 부처님께 기도한다.

 

지혜와 자비 가득하신 부처님!

또 다시 내게 온 새해에는 교육봉사팀에서 조계사를 찾아오는 기본교육생들에게 더 나은 만족을 줄 수 있도록, 선림원에서 참선 수행으로 깨달음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무엇보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며, 언제든지 부처님을 편하게 만날 수 있고 또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마음껏 만날 수 있도록, 부처님께서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발원합니다.

 

 

도영숙 (보명화, 교육봉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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