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저는 불교기본교육을 마치고 <천수경>과 <반야심경> 강의를 들었습니다. 불교 경전 공부를 체계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는데요. 초심 불자에게 팔만대장경이라고 말하는 부처님 가르침은, 양도 많고 내용도 어렵게 느껴집니다. 초기 경전인 <아함경>부터 순서대로 공부하라고 말씀하시기도 하고, 〈금강경〉이나 〈법화경〉이 가장 좋다고도 하는데, 약간 혼란스럽습니다. 어떤 공부 방법이 좋은지 조언을 부탁합니다.
답변> 불교 경전 공부를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이해하고, 신행 생활을 하는 것은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경전을 보고 읽고, 이해하는 것은 기초를 튼튼히 하는 방법이니까요. 그러나 질문하신 것처럼 경전 공부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 팔만사천법문이니 하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전의 양이 워낙 많다 보니 초심자들은 우선 기가 질리고 맙니다. 가까스로 용기를 내어 덤벼들더라도, 어떤 경전을 읽어야 하는지, 어떤 순서가 좋은지, 그 많은 경전을 어떻게 볼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더구나 양이 방대한 만큼 내용도 다양해서 갈피잡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팔만대장경은 경남 합천 해인사에 보관되어있는 고려(高麗) 고종(高宗) 시대에 완성된 고려대장경을 가리킵니다. 경판의 수가 80,000장이 넘는데 여기서 팔만대장경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일반적으로 불교의 경전이라고 하면 보통 경, 율, 논의 삼장(三藏)을 의미합니다. 부처님 말씀이라고 전해지는 경장(經藏), 출가 승단의 여러 생활 규범을 모아 놓은 율장(律藏), 경장과 율장에 대한 해석과 연구 내용이 모여진 논장(論藏)을 삼장이라고 합니다.
흔히 말하는 경전은 엄밀하게 얘기하면 경장을 지칭하는 것이고, 실제로 재가(在家) 불자들이 부처님 말씀을 공부한다고 하면 이 경장을 공부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도 이러한 방대한 양의 불교 경전 공부와 이해의 어려운 점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의 노력이 줄기차게 시도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 수나라 때 천태지의(天台智顗) 스님에 의한 오시교판(五時敎判)입니다.
오시교판이란 부처님의 일생을 다섯 부분으로 나누고 각각 그 수준에 맞게 설법했다는 전제 아래 방대한 경전을 화엄(華嚴), 아함(阿含), 방등(方等), 반야(般若), 법화열반(法華涅槃)의 시기로 나눈 것입니다. 천태 스님은 화엄의 시기는 초전법륜(初轉法輪) 이전의 21일간의 교설, 아함은 초전법륜 이후 12년간의 교설, 방등은 아함 이후 8년간의 교설, 반야는 이후 21년간의 교설, 법화는 마지막 8년간의 교설이라고 하며 <법화경>이야말로 부처님 최고 최후의 가르침이라고 주장하면서 <법화경>을 소의(所依) 경전으로 하는 천태종(天台宗)을 개창(開倉)합니다. 이 방법은 그 당시 중국의 시대 상황에서는 대단히 뛰어난 판단이고 종파 성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중국 천태 스님의 주장일 뿐입니다. 중국에서는 종파마다 자기들의 우수함을 주장하는 방법으로 소의 경전을 널리 알리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최고의 가르침은 자기 종파의 소의 경전이라고 주장하는 속성이 있었지요. 경전마다 우수하다고 말하는 것은 이렇게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중국 불교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에서도 경전 공부를 할 때 이 방법을 쓰기도 하지만 불교의 역사적인 관점에서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방법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정확하게 이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불교학자들의 견해입니다.
저는 경전 공부를 어떤 틀을 가지고 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평소에 많이 접하고 읽는 경전을 중심으로 공부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특히 일상의 기도 때마다 읽는 〈천수경〉, 〈반야심경〉의 공부는 필수적으로 하시고 〈금강경〉이나 〈법화경〉 같은 경전을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체계적인 불교 공부를 원한다면 <아함경>에 나와 있는 경전 중 〈법구경〉이나 〈숫타니파타〉 같은 초기 경전을 먼저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관심과 필요에 따라 경전을 읽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런 것이 오랫동안 경전 공부를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