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신도회 조직 중에 서울 등 수도권 전 지역을 방위별로 다섯 개(동부, 서부, 남부, 북부, 중부) 지역으로 나누어 활동하는 지역본부가 있다. 그 다섯 개의 지역본부마다 5~7개씩 구역별 모임이 결성되어 현재는 총 32개의 ‘우리동네 조계사’ 지역법회가 움직이고 있다.
2011년 7월부터 하나 둘 지역별로 모임을 시작해서 코로나19로 침체기에 접어들기 직전까지, 집 가까운 곳에서 도반과 함께 법회 보고 차담을 나누는 등, 신행의 터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호부터 지역본부를 차례로 소개고자 한다. 먼저 지역본부 북부(강북·노원·도봉·동대문·성북·중랑구 지역법회) 김계영(자비심) 부회장과 여섯 지역장을 만남으로써 그 첫걸음을 뗀다.
‘우리동네 조계사’는 지역법회의 다른 이름이다. ‘우리 동네로 직접 찾아가는 작은 조계사’라는 뜻이 그 이름에 잘 담겨 있다. 일상의 올바른 신행생활과 지역 신도들끼리의 유대를 강화하는 작은 모임으로서, ‘우리 동네’ 즉 주거지 가까운 곳에 있다는 뜻이다.
지역본부 북부는 행정구역상 강북구, 노원구, 도봉구, 동대문구, 성북구, 중랑구 등이 포함된 지역이다. 지리적으로 도봉산, 용마산, 매봉산, 삼각산, 봉화산 등 산이 많아서 크고 오래된 절이 가까이에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동네 조계사’ 도반들이 더 소중하고 귀한 이유이기도 하다.
북부에는 여섯 개의 지역법회가 있다. 강북지역, 노원지역, 도봉지역, 동대문지역, 성북지역, 중랑지역 등인데, 각각 한 명의 지역장과 삼직(총무, 교무, 재무), 총 네 명의 임원이 지역법회를 함께 이끈다.
김계영 부회장은 강서구 지역장과 도봉구 지역장으로 활동했으며, 제25대 신도회 사무처에서 교육문화부장을 지냈다. 늘 활기가 넘치고 적극적이어서 주변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기본교육을 받던 초발심 때에는 매일 1천 배씩 절을 했다는 김 부회장은, “일찍 죽지 않으려면 절에서 살아야 한다”라는 말을 듣고 자랐을 만큼 약골이었던 자신이 그만큼 건강해진 것을 ‘가피’로 받아들인다.
김 부회장에게 지역장 활동은 당당한 삶을 선사했다. 자신의 삶이 만족스러워 들여다보니, 그 깊은 곳에 어느새 남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바람은 각 지역법회 회원들이 늘어나고, 북부 지역이 나날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강북구 지역법회는 그간 매달 둘째 목요일(오전 10시 반) 강북경찰서 법당에서 모셔왔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불교대학 강의실에서 법회를 여는데, 15~20명이 참석하고 있어 예전과 큰 차이는 없다. 작년에 7~8회나 법회를 열었을 정도로 동참 의지가 뜨거운데, 그 비결은 젊은 임원과 회원들이 박순화 지역장을 도우면서 똘똘 뭉치기 때문이란다.
박순화 지역장의 지역법회에 대한 자부심은 비할 데 없이 크다. 조계사 불자라는 자긍심과 소속감이 생기고, 배우는 것도 많다는 것이다.
“절에 나오지 못해도 지역법회에서 법문을 들을 수 있잖아요. 가까이 사는 도반들과 서로 애경사도 챙겨주고 차담도 나누면서 가족처럼 지내요. 기도도 더 열심히 하게 되니 일석삼조가 아니겠어요?”
강북구 주변에 절이 많지만 공부하기에 조계사보다 더 좋은 절은 없다는 박 지역장의 지역법회 도반들에 대한 자랑이 심상치 않다. 재능 보시를 할 만큼의 재주꾼도 많다는 것이다. 한 달에 한 번씩 나가는 강북구노인회관 배식 봉사는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좋은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장을 맡고부터 더 열심히 공부하고 기도하게 되더라는 박 지역장. 그의 가장 큰 새해 발원이 ‘지역법회 활성화’임을, 말로 듣지 않고도 짐작할 수 있었다.
지역법회 창립 초기에 지역에서의 신행활동과 더불어 봉사나 기여 등의 대사회적 활동을 권장한 바 있다. 지역사회에서 조계사 불자들이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고 한편으로 비불자들에게 부처님법을 알리고자 함이었다.
노원구 지역법회의 홍파장애인복지관 장애인 목욕봉사는 그런 취지에서 출발했다. 2015년 즈음에 시작해서 코로나19로 중단되기 전까지, 매주 한 차례씩 6~7명의 봉사자들이 꾸준히 동참해왔다는 건 대단히 놀랄 만한 일이다.
노원구 지역법회는 2018년부터 불교대학 강의실(둘째 일요일 오후 2시)에서 열리고 있다. 법회 날 즈음이면 이희자 지역장의 휴대폰은 쉴 틈이 없다. 네 번 정도 법회 공지 메시지를 보내고, 한 명 한 명에게 일일이 전화 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너 번의 단체 메시지보다 한 통의 전화가 효과적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때로는 백여 명의 회원들에게 전화를 돌릴 만큼, 이 지역장의 열성은 회원들 사이에도 유명하다.
연임 중인 이희자 지역장은 스스로 ‘노보살님들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라고 믿는다. 가장 신나는 일은 50~60대 젊은(?) 직장인 불자들이 많은 것이고, 그들에게서 “지역장님 전화 때문에 나왔다.”라는 말을 들을 때다. 불교가, 부처님이, 절이 ‘그냥’ 좋다는 이희자 지역장은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면 제일 먼저 지역법회 도반들과 성지순례를 다녀올 생각이다.
이 지역장은 몇 년 전, 아들이 고속도로에서 대형사고를 당하고도 기적처럼 무사했던 일을 겪으면서, 기도의 힘과 부처님의 가피를 새삼 깨달았다. 2022년 새해 벽두에 노원구 지역법회 식구가 두 명이나 늘었다며,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행복하게 웃는다.
도봉경찰서 법당에서 법회를 모셨던 도봉구 지역법회는 코로나19 이후 매달 첫째 토요일, 불교대학 3층 강의실로 법회 장소를 바꿨다. 조계사 신도로서, 도봉구 지역법회 회원 명단에 들어 있는 인원은 55명, 그들 전체에게 법회 안내 문자메시지를 보내지만 법회 동참 인원은 25명 안팎이다.
오권탁 도봉구 지역장은 포교사 합격 축하 꽃다발을 건네면서 “지역장 맡으세요.”라고 권한 담당 스님의 한마디에 여러 번 고사하다가 지역장을 맡았다. 전체 32개 지역에서 단 두 명뿐인 남자 지역장으로서, 불편한 점이 없지 않다. 특히 전화 통화보다는 문자메시지로 소통해야 하거나 조심해야 할 점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고 보람을 느낄 때가 더 많다고 한다.
“저희 법회에는 동두천, 의정부 등 먼 데 사는 분들이 있어요. 기도 끝나고 혼자 공양하려면 멋쩍고 그럴 때, 함께 밥 먹고 차담도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지역법회라는 연결고리로 우연히 마주치면 서로 반기고 즐거워하세요.”
기본교육 마치고 오계를 받던 날, 오권탁 지역장은 하루에 서너 갑씩 피우던 담배와 술 등, 부정적인 습관 다섯 가지를 단번에 끊었다. 불교를 공부함에도 목숨 걸 각오 없이는 안 한다는 확고한 성격이기에, 이번 생은 불교를 만나기 전이 전생이고 불교를 만난 뒤가 현생이라고 한다. 기본교육부터 불교대학원 졸업을 앞둔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지각조차 하지 않은 것도 그런 맥락이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지역법회 노보살님들을 모시고 사찰 순례를 다니는 일이다.
작년 12월 9일(목, 오전 11시) 불교대학 제1강의실에서 열린 동대문구 지역법회에는 69명의 회원이 동참했다. 동대문구 지역법회 총 회원은 약 200명. 유경숙 지역장은 매번 법회 때면 전 회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건 기본이고, 직접 전화 통화도 한다. 몇 명에게 직접 전화를 돌렸느냐에 따라 법회 참석자 수가 달라진다고 한다.
법회 동참자가 많은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편견 없이 웃으면서 대하려고 노력해요.”라고 대답한다. 굳이 팁이라면, ‘재밌고 즐겁게’ 이끄는 것이다. 합동 생일파티도 열고 정성껏 선물도 마련해서 나눠주는 등, 소소하지만 감동을 주는 일들을 말한다. 그런 시간이 쌓이면 하나 둘, 친구나 이웃을 데려오는 회원들이 생긴다. 지역장 취임 초기에 10~20명이던 법회 동참자 수가 몇 배로 늘어나고, 부처님오신날 연등 모연금이 전체 지역법회 중에서 3년째 가장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회원들에게서 듬뿍 받는 사랑을 유 지역장은 자주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안부를 묻고 절 소식을 알리는 것으로 보답한다. 코로나19 전보다 오히려 회원이 늘고 법회 참석자도 많아진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지난 2015년, 20년 넘게 운영해온 사업체를 접으면서 그는 남은 시간을 봉사하며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불교 공부를 하려고 찾아온 조계사에서 기본교육, 불교대학과 대학원, 올해 선림원 졸업까지, 오롯이 공부에 매진했던 그 7년이 가장 행복했다고 한다. 그리고 부처님 가까이에서 봉사할 수 있는 지금은, 더욱 감사하다.
타고난 인복과 넘치는 끼를 아낌없이 발휘하면서 앞으로 펼쳐나갈 유경숙 지역장의 시간이 은근히 기다려진다.
성북구 지역법회는 매달 첫째 토요일(오전 11시)에 관음전 3층에서 법회를 연다. 약 50명의 회원이 카톡방에서 소통하고, 법회 동참은 40명을 넘나든다.
남다른 건 가족팀이 많다는 것이다. 열성적인 부부 4~5팀과 시어머니와 며느리 팀, 지역법회에서 만나 사돈이 된 사돈 팀도 있다. 일곱 살짜리 한서진과 새벽에 만발식당에 들러 아침공양할 엄청난 양의 쌀을 씻어놓고 출근하는 미담의 주인공도 법회 회원이다.
2019년부터 성북구 지역법회를 이끌어온 서정매 지역장은 이런 가족적인 분위기를 자랑스러워한다. 게다가 전임 지역장이 현 지역장을 돕는, 1대 전임 지역장 때부터 내려온 아름다운 전통이 있어 화목한 법회 분위기만큼은 여느 단체도 따라오기 힘들 것 같다.
서정매 지역장은 8년 전쯤 성북구 지역법회와 인연을 맺었다. 불교대학 동기의 권유였다. 3년간 ‘관불의식’ 봉사를 하면서 봉사에 대한 마음이 확고해져 정식으로 자원봉사자교육도 받았다. 종로노인복지관과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 등에서 배식 봉사를 하는 동안 ‘부처님을 빛내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 지금은 그 마음이 더 단단해졌다.
13년 전 친정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진 일을 계기로 서 지역장은 성숙한 불자로 다시 태어났다. 귀의하는 마음이 깊어졌고 기도는 간절해졌다. 그때 만난 한 ‘선지식’이 “큰 절에 가서 공부해라.”라고 권했다. 그렇게 조계사에서 남편과 함께 불교대학과 대학원 공부를 마쳤고, 시절인연은 그를 성북구 지역법회 지역장으로 이끌었다. 이제 좋은 후임 지역장감을 찾아내 잘 이끌고 시봉할 일만 남았다.
요즘 ‘가피’에 대해 생각한다. 어머니를 위한 기도가 결국 자신을 돌아보고 알아보도록 만든 가피였고, 어려운 수술을 앞두고 겪었던 작년의 일들도 부처님께 맡기는 마음을 더욱 깊어지게 했음을 깨달았다. 세 번이나 수술이 미뤄졌을 때의 좌절은 힘든 수술 없이 약으로 치료하게 된 작은 기적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서정매 지역장의 바람은 복 많이 짓는 삶이다.
코로나19로 편히 만날 수 없는 기간에도 중랑구 ‘우리동네 조계사’ 가족은 조금 덜 불편했다. 교통편이 좋은 상봉동 한복판에 최정희 지역장의 사업장이 있기 때문이다. 40여 명이 모인 카톡방에는 주요 공지만 올리고, 법회 참석 등 구체적인 건 최 지역장 방식에 따라 직접 전화 통화로 해결하거나 여덟 명의 임원이 모여 결정한다. 그럴 때 요긴한 곳이 최 지역장의 사업장이다. 물론 방역수칙을 지키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저희 지역법회는 단합으로는 최고, 일등입니다. 전임 지역장 세 분이 앞장서서 ‘최정희 돕자’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시니 일하기가 정말 편해요.”
단합이 잘 되는 건 동장(4명)과 삼직(3명), 지역장 등, 여덟 명이 똘똘 뭉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 지역장은 동장 때부터 ‘오지랖’으로 유명했다. 성지순례 가는 날이면 직접 지은 찰밥에다 겉절이까지, 보통 50~60명분을 손수 준비했다. 법회 때(셋째 일요일, 오전 11시)는 중랑경찰서 법당까지 간식을 날라야 마음이 편했다. 이런 따뜻한 분위기 덕분에 한 번 몸담으면 웬만해서는 그만두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작년에는 연말 불우이웃돕기 사업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해마다 시행하기로 했다.
“예상보다 많은 회원이 큰 돈을 모아주셔서 좀 놀랐어요. 치매로 고생하는 노보살님께 전달해드렸어요. 지난 1년간 대웅전 열체크 봉사도 하고 지역법회에서 오래 활동하셨는데…….”
중랑구 지역법회는 일 년에 세 차례, 회원들에게 선물을 주는 게 전통이다. 설에는 가래떡, 추석과 부처님오신날에는 목도리나 작은 선물을 나눠 갖는다. 선물비는 회비 아낀 돈과 보시금으로 충당한다.
최 지역장은 6년 전 의료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2년간 누워 지냈다. 그리고 2년은 지팡이를 짚고 불교대학에 다녔다. 지금 불편하게라도 걷는 그를 보고 주변에서는 기적이라고 하지만 본인은 ‘가피’라고 믿는다. 이제 한 가지 남은 바람은 ‘좋은 후임 지역장’을 만나 멋지게 회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