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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가피인연

좋은 인연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우리 절

  • 입력 2022.03.01

제26대 조계사 신도회 지역본부 남부지역 

 

지역본부의 남부지역에는 일곱 개 지역법회가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강남구를 비롯해서 관악구, 구로구, 금천구, 동작구, 서초구, 안양시의 지역법회로, 서울과 경기 지역의 일부가 포함된다. 지역본부 남부지역은 현재 김향중(청정수) 부회장을 중심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지혜롭게 이겨내면서 지역법회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지역본부 김향중(청정수) 남부 부회장


청정수 김향중 부회장의 소임은 남부지역의 일곱 개 지역법회를 총괄하는 것이다. 8년 전 공식적인 조계사 불자가 되고부터 지금까지, 김 부회장은 줄곧 지역법회 활동에 정성을 쏟아왔다. 서초구 지역장을 거쳐 2021년 1월 지역본부 남부 부회장으로 부촉받는 동안,  ‘우리동네 조계사’의 취지가 ‘지역 포교’에 있음을 더 확실히 깨달았다. 
김 부회장은 지역 포교의 첫걸음을 ‘재미있게 사람 모으기’라고 생각한다. 법회에 사람이 모여야 힘이 생기고, 그 결집된 힘으로 비로소 지역 포교에 나설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역 포교와 지역법회 활성화가 서로 필요 충분 조건이 되는 이유다.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김 부회장의 목표가 바로 그 두 가지인데,  ‘재미있게’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김 부회장은 그간의 지역법회 활동에서 얻은 소중한 팁으로, 전임 지역장들의 지역법회 동참을 강하게 권한다. 전임 지역장의 법회 참석 여부가 지역법회 활성화에 큰 영향을 준다고 확신한다. 

 관악구 지역법회 최희원(혜인화) 지역장

 

관악구 최희원 지역장이 개설한 지역법회 카톡방에는 40여 명의 회원이 함께하고 있다. 평소 법회에는 20명 정도가 동참하는데, 늘 화목하고 가족처럼 서로 안부를 챙기는 분위기라고 한다.  
관악구 지역법회는 본디 관악경찰서 법당에서 매달 셋째 목요일(오전 11시)에 열렸었다. 법회를 마치고 나서 함께 점심공양도 하고 차담까지 나눈 뒤에야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을 만큼, 회원들 간의 정이 도타웠다고 한다. 그런데 비대면 법회를 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올해 초 신년하례식에는 최 지역장을 비롯해서 총무, 교무 등의 임원과 회원, 총 11명이 동참해서 아쉬움을 남겼다. 
관악구 지역법회 회원은 60대와 70대가 주를 이룬다. 그 연령대 정서에 맞게 설과 추석 등 명절에는 참기름, 떡국떡, 달걀 등 실용적인 것들을 회원들에게 선물한다. 비록 작지만 임원들의 정성이 듬뿍 담겨 있어 회원들이 굉장히 기뻐한다.   
최 지역장은 불교를 만난 지는 꽤 오래지만, 조계사 인연은 길지 않다. 삼성동 사무실 근처의 한 경찰서 법당에서 조계사 지역법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참석한 것이 인연이 되었다. 첫 지역법회의 감동을 지금도 기억한다.
“경찰서 법당도 신기했고, 조계사 스님이 직접 법문과 기도를 하시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끈끈한 소속감과 더불어 특별한 느낌이었어요. 그것이 지역법회의 힘인 것 같아요.”
최 지역장의 올해 목표는 지역법회 노보살님들께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해드리는 것이다. 전화로 보시를 권하는 등 늘 부탁만 드리는 형편이어서 죄송한 마음뿐이다. 감사의 마음을 그렇게나마 표현하고 싶다고 한다.

 
 구로구 지역법회 고민정(혜원명) 지역장

 

지난 2000년 5월, 공석이 된 전임자의 뒤를 이어 혜원명 고민정 지역장이 구로구 지역법회 새 지역장 소임을 맡았다. 당시 고 지역장은 부촉장을 받으면서 마음속으로 원을 세웠다.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고 귀하게 모시겠습니다.”
만 2년이 다 된 지금도 그 마음은 식지 않고 더 따뜻해지고 있다. 고 지역장의 하루는 구로구 불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아침 축원으로 열린다. 부군 또한 부인의 활동을 지지하는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사업 번창과 건강 등이 기도 공덕의 가피임을 확신하는 데서 우러난 신심의 발현이다. 고 지역장은 기도 때마다 보시금을 모아 어려운 곳에 회향한다. 
구로구 지역법회는 신심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화엄성중기도 동참자 중에는 구로구 불자들이 가장 많아서 눈에 잘 띈다. 연등 모연이나 생명살림기도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다른 지역장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고민정 지역장은 타고난 성격이 적극적이고 밝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고, 끝이 보일 때까지 파고 또 판다. 새 회원 명단이 들어오면 직접 전화를 걸고, 법회에 참석할 마음이 생길 때까지 끈기 있게 전화를 돌린다. 덕분에 구로구 지역법회 회원들의 법회 참석률은 다른 법회에 비해 월등히 높다. 지역장이 일일이 전화를 돌리고 안 돌리고에 따라 참석자 수가 적지 않게 달라진다는 게 경험에서 얻은 지혜이다. “60여 명 회원들에게 공지하면 40명 정도가 법회에 참석해요. 안부도 여쭐 겸, 노보살님들께는 직접 제 손으로 전화를 드려요. 오히려 코로나19 이전, 구로경찰서 법당 때보다 회원이 늘었어요.”
안부 전화를 더 자주 드린 덕분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올해부터 둘째 금요일 오후 1시 반으로 법회 시간을 바꾸는데, 이 또한 좋은 조짐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 노보살님들을 부모님같이 잘 섬기고, 가족처럼 잘 챙기겠다.”라는 고민정 지역장의 다짐이 그를 더 강하게 지지하고 싶도록 만든다.

 금천구 지역법회 임채연(정담행) 지역장

 

코로나19로 인한 여러 변화 가운데 가장 걱정되는 것은 젊은 불자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금천구 지역법회 임채연 지역장도 그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콕 집어서 그 원인이 밝혀진 바가 없어 대책을 찾기도 쉽지 않으니, 더욱 그렇다.
금천구 지역법회는 코로나19 전에는 금천경찰서 법당에서 법회를 가졌다. 셋째 수요일(오전 10시 반)에서 현재는 둘째 또는 셋째 수요일(오후 1시 반)로, 상황에 따라 바꾸어 진행하고 있다. 현재 회원 수(30여 명)에 비해 법회 참석 비율이 적은 건, 거리상의 이유일 것으로 추정한다. 70대나 80대 노보살님들에게는 금천경찰서가 조계사보다 접근성이 더 좋은 건 사실이다. 직접 얼굴을 볼 수 없는 비대면 시간이 길어지면서 특히 연로한 회원들의 소속감이 낮아지고 있다. 얼굴을 자주 보고 정도 들었어야 한 번이라도 더 법회에 참석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임 지역장도 지역법회를 통해 조계사 불자가 되었다. 스스로 ‘시절인연’이라 하듯, 지역법회에 참석한 첫날, 처음 본 담당스님이 “총무하세요!”라며 임 지역장을 콕 집어 말했다. 그렇게 시작해서 총무(한 달)를 거쳐 지역장이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소임 초기에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끌렸으나, 시간이 흘러 ‘나눔과 보시’의 삶을 꿈꾸면서부터는 오히려 보람을 느끼고 있다, ‘지역장 맡기를 잘했다’라고 가끔은 생각할 만큼…….
이제 임 지역장의 바람은 단 하나다. ‘금천구 지역법회 활성화’, 그것이 바람의 시작이고 끝이다. 

 동작구 지역법회 이연화(자운성) 지역장

 

동작구 지역법회 회원은 직장인과 고령자가 반반이다. 직장인은 주로 젊은 편이고, 고령자는 80대가 많다. 둘째 주 일요일(오후 2시)에 법회를 여는데, 노보살님들이 중심이 되고 젊은이들은 자연스레 어르신들을 보조하며 궂은일을 도맡는다. 동작구 지역법회가 조용하고 화기애애하며, 서로 배려하는 분위기인 까닭이 그것이다.  
젊은 회원이 많은 동작구는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활동이 위축되고 봉사 인력 부족으로 애를 먹는 다른 지역법회에게는 부러움이 대상이다. 평일 봉사자 조달의 어려움만 없다면, 동작구 지역법회는 바람직하고 희망적인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연화 지역장이 소통하는 회원은 45명, 지난 1월의 대면 법회에는 25명이 동참했다. 이 지역장은 어르신 회원들에게는 전화로 자주 안부를 묻고, 가족처럼 집안 대소사를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염불봉사단 활동과 불교대학 봉사부장 시절의 경험에서 많은 도움을 받는다.
성지순례를 다니다 보니 어느덧 조계사와 인연이 되었다는 이연화 지역장은 친구들에게 ‘절순이’로 불린다. 만나면 늘 ‘절 얘기’만 하고, 절에 자주 다니기 때문이다. 꿈도 꼭 ‘절에서 쌀 씻는 꿈’이나 불상, 불단을 밝히는 촛불 등의 꿈을 꾼다. 그에게 불교는 ‘맑고 청정하여 한 손으로 받으면 다른 한 손으로 나누는’ 것이다.
5년 전 기본교육과정을 시작으로, ‘마지막 공부’로 여기는 선림원 진학을 앞둔 요즘, 간화선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또 하나의 시작이 될 것 같다.  
“공부를 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 자신을 알게 되었고, 내 안의 나를 참회할 수 있었어요.”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어 더는 이루고 싶은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봉사와 명상’으로 회향하는 노후를 꿈꾼다. 좋은 인연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삶이 되기를…….

 서초구 지역법회 정종란(대자심) 지역장

  
서초구 지역법회가 올해부터 셋째 토요일에서 셋째 금요일(오전 10시 30분)로 바뀐다. 법회 참석 여부 확인차 전화하면, ‘주말이라서’, 또는 ‘주말에는 집안 경조사가 있어서’ 참석 못한다는 대답들이 많았다. 금요일로 바꿔 단 한 명이라도 더 동참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서초구 지역법회 정종란 지역장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조계사 소식을 문자로 알리고, 한 명 한 명과 직접 통화하면서 법회 참석 여부를 확인한다. 그뿐 아니라, 법회가 끝나면 감사 문자도 보낸다. 
“현재 법회에 나오는 사람은 15명 안팎이에요. 정회원 25명을 확보해서, 그들이 번갈아서 법회에 20명 정도 참석하는 것, 그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정 지역장은 임기 초기에 “법회 참석인원이 6~7명”이라고 들었다. 70대와 80대 노보살님들이 많은 상황에서 어떤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저 꾸준히 조계사 소식을 문자로 알리고, 법회 전과 후에 문자로 인사를 드렸다. 그러자 작은 변화들이 생겼다. 
지역법회 창립회원인 네 명의 노보살(보현행, 연화덕, 보리성, 이문자)님이 호법신장처럼 등장했다. 점심공양비와 찻값을 꼭 당신들이 계산했다. 회비는 아껴서 더 좋은 일에 써야 한다며……. 법회 창립 때부터 하루도 빠진 적이 없다는 보현행 보살은 초기에는 저녁밥까지 먹고서야 겨우 헤어졌다며, 이렇게 재밌는 법회에 왜 안 나오는지 도통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정 지역장은 법회의 네 기둥과 같은 그분들께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산다. 그렇게 믿어주고 도와주는 이들이 생겨나면서 참석 인원도 두 배 이상 늘었다. 
정 지역장은 조계사 정초 칠일기도 천도재에 반해 조계사 불자가 되었다. 입재기간을 포함해서 초기 몇 년간은 사분정근을 고수했다.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면서, 새벽기도 후 바로 집에 가서 시부모 아침 차려드리고, 점심상 차려놓고 다시 절로 돌아와 사시기도와 2시기도를 올렸다. 
놀라운 일이 생겼다. 마흔 넘은 아들이 불자 며느리와 결혼하더니, 마흔이 된 며느리가 손자를 낳아 어느새 네 살이 되었다. ‘12년을 하루 같이 조계사 마당에서’ 기도한, 정 지역장이 받은 가피가 아닐 수 없다. 

 안양시 지역법회 임애자(법연성) 지역장
  
안양, 안산, 군포, 수원 등의 지역을 두루 품고 있는 안양시 지역법회는 해당 지역이 매우 넓다는 게 특징이다. 코로나19 발생 전에는 접근성 좋은 군포경찰서 법당에서 넷째 일요일(오후 2시)에 법회가 열렸다. 대략 13~15명이 동참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임원진이 바뀌면서 인수인계가 매끄럽지 않았고, 법회 장소를 조계사로 옮기자 동참자가 조금 줄었다. 조계사가 훨씬 멀기 때문에 건강이 안 좋은 노보살님들이 참석하지 못한 것 같다.  
임 지역장이 넘겨받은 회원 명단에는 90여 명이 있다. 일일이 전화를 걸어 법회 참석을 독려한다고 해도, 고령자(70대와 80대)가 많은 만큼 새 회원이 들어오지 않는 한, 아쉽게도 동참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7년 전 기본교육 강의를 듣기 위해, 남편과 사는 보령에서 첫차(6시 40분)로 용산역에 도착, 1호선으로 갈아타고 종각역까지 오는 등, 세 시간이 꼬박 걸리는 길을 오갔다. 그렇게 지난 2월 불교대학원을 마쳤고, 지금은 선림원 개강을 기다리고 있다. 
임 지역장은 5년 전, 안양시 지역법회에 처음 동참했다. 전교 1등만 했던 무남독녀 외동딸의 첫 부임 학교와 집이 안산 근처였고, 군포경찰서와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0년 11월경, 기도 도중에 ‘지역장 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앞뒤 없이 떠올랐다.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전 지역장과 통화하면서 무심히 물어봤고 법사스님에게까지 알려져 지역장을 맡게 되었다. 
임 지역장에 따르면, 안양시 지역법회는 9~10명의 핵심 회원들이 중심 역할을 하면서 2021년 6~7번의 대면 법회를 진행했다. 열 명 안팎이 동참하지만, 정예 회원들로 회비 납부 등 지역법회 운영에 큰 힘이 되고 있다. 
그이는 요즘 불교 공부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경전반의 금강경과 법화경 강의가 귀에 쏙쏙 들어와 하루 15시간씩 공부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공부할 수 있는 조계사가 나날이 좋아진다고 한다. 어느덧 모든 이를 위해 기도하게 되었다는 임 지역장의 내일 모습이 기다려진다. 


 

노희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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