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영원한 리더, 석가모니부처님
3월은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된다. 새 지도자는 대한민국호의 시동을 켜 국민을 위한 힘찬 항해를 시작할 것이다. 이러한 시기를 맞아 우리를 이끌 참다운 지도자상을 떠올려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는 불교도로서 자연스럽게 석가모니부처님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분은 스스로 성찰과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으며 약자를 위한 이타행과 지혜의 가르침을 전하며 평생을 사셨다. 불교도는 이러한 삶을 살아온 석존을 존경하고 그의 가르침을 따르려 노력한다. 나도 석존의 삶을 나의 삶의 거울로 삼아 왔다. 석존은 내 삶의 방향을 이끌어 준 나의 진정한 리더이다. 석가모니부처님의 형상은 현재도 조각과 그림으로 수없이 많이 조상되고 있다. 우리의 참 리더로 남아주길 원하는 우리의 지극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금강경』에는 진실한 여래의 모습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무릇 존재하는 상(相)은 다 헛되고 망령된 것이니 만약 모든 상이 상이 아님을 보게 되면 곧바로 여래를 보게 된다’고 하였다. 이는 진실한 부처님의 모습은 우리들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불화에 표현된 석가모니부처님의 형상은 우리가 염원하는 우리의 리더상을 담아낸 것은 아닐까?
■석존 32상 80종호, 이상적 인간상 상징
전통적으로 불화 속 석가모니부처님의 형상은 엄격한 기준에 의해 그려졌다. 32상 80종호는 석존의 모습을 그릴 때 적용하는 대표적인 표현 기준 중 하나이다. 32상은 석존의 전체적인 모습에 관한 것이고 80종호는 석존 모습의 세부적인 특징에 대한 것이다. 32상 80종호에 대해서는 아함부 경전이나 한역경 등, 많은 경전에서 언급되어 있다. 경전마다 그 내용이 약간씩 차이가 있고 그림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도 있어서 불화에 그대로 묘사되지 않았지만, 머리 모양이나 얼굴형상, 신체빛깔 등 많은 부분이 이 기준에 따라 그려졌다. 그러나 32상은 처음부터 확립된 것은 아니었다. 고대인도에서 전륜성왕을 32상 80종호를 갖춘 자로 여기는 등, 민간 속의 이상적인 인물상을 석존과 비교하고, 불교의 전파과정에서 지역의 위대한 인물상을 수용하는 등, 점차 추가되는 과정을 거치며 확립되었다. 즉, 32상 80종호는 우리의 염원 때문에 만들어진 이상적인 인간상이자 우리가 염원하는 석존의 모습이다.
선정인, 항마촉지인, 설법인, 시무외인, 여원인, 2015, 박경귀 작, 각 30x15cm
■석존의 다섯 가지 손가짐, 그의 위대한 삶의 궤적
부처님의 다양한 손 모양 혹은 손가짐을 수인(手印)이라고 한다. 여기서 인(印)은 범어 무드라의 번역어로 상징적 동작을 의미한다. 따라서 수인(手印)은 상징적인 손 모양을 말한다. 석가모니부처님의 수인은 ‘석존 5대 근본 수인’으로 대표되고 있다. 선정인, 항마촉지인, 전법륜인, 시무외인, 여원인이 석존의 5대 근본 수인이다.
선정인(禪定印)은 삼마지인(三摩地印) 또는 등지인(等持印)으로 부르기도 하며 석존이 선정에 든 모습을 상징한다.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은 석가모니부처님의 고유한 수인으로 지지인(指地印) 혹은 촉지인(觸地印)으로 불리기도 한다. 석존은 성도 직전 대지 신의 증명을 받아 마왕을 굴복시키며 마침내 성도에 이르게 되는데 이 수인은 성도를 이룬 석존을 상징하고 있다. 전법륜인(轉法輪印)도 석존의 고유한 수인 중 하나로 석존께서 성도 후 사르나트(녹야원)에서 첫 설법을 할 때 가졌던 수인이다. 대승법륜인(大乘法輪印)으로 불리기도 하며 석존의 첫 설법과 가르침을 상징하고 있다. 시무외인(施無畏印)은 우리가 두려움에 빠질 때 이를 없애주는 석존의 자비를 상징하는 수인이다. 여원인(與願印)은 여인(與印)이라고도 하며 우리의 소원과 바램을 모두 들어주는 석존의 자비를 상징하는 수인이다.
석가모니부처님은 샤카 집안의 마야부인을 어머니로 룸비니 동산에서 이 세상에 태어났다. 어린 시절 성문 밖에서 생로병사의 삶을 보고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해 사색하게 되었고 29세에 이를 깨닫기 위해 출가하였다. 그는 6년간 혹독한 수행을 하였지만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그는 그동안 해왔던 고행의 수행 방식을 버리고 고행으로 허약해진 몸을 추스른 후 보리수 아래 앉아 자신을 스스로 되돌아보며 선정에 들었다. 그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 속에서 참다운 깨달음의 의미를 알아차리게 되었고 마왕의 방해를 물리치며 마침내 35세에 성도를 이루었다. 이때의 모습을 상징하는 수인이 선정인과 항마촉지인이다. 성도를 이룬 석존은 곧바로 사르나트로 가 함께 수행했던 다섯 제자 앞에 전법륜인을 취하며 자신이 깨달은 중중무진연기의 화엄 세계를 설파하는 첫 설법을 하였다. 이후 45년간 우리들의 바람에 귀 기울이고 우리들의 고통을 해결하여 주며 평생을 이타행으로 살다 80세에 열반하였다. 이타행으로 평생을 살아온 석존의 모습을 상징한 수인이 바로 시무외인과 여원인이다. 결론적으로 석존 5대 근본 수인은 석가모니부처님의 위대한 삶의 궤적을 대표하는 것이고, 우리가 염원하는 참다운 지도자의 모습과 우리가 지향하는 삶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석존 삶의 궤적을 닮은 참 리더를 소망하며
불교에서는 누구나 부처님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를 스스로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성품과 능력을 갖춘 존재라 여긴다. 석존도 자기 스스로 성찰과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석존의 선정인과 항마촉지인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꼭 거쳐야만 하는 성찰과 수행을 상징하고 있다. 석존의 성도는 우리도 석존처럼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석존은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모두 수행의 과정을 거쳐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었다. 모든 존재를 존귀하게 대하는 평등의 가치관이자 민주적 리더쉽이라 할 수 있다.
석존은 깨달음을 얻은 후 그가 깨달은 진리의 세계를 전하기 위해 곧바로 자신의 다섯 제자를 찾아갔다. 그는 첫 설법에서 설파한 거미줄처럼 겹겹이 중첩되고 연결된 우리들의 삶과 세상의 이치를 곳곳을 찾아다니며 모두에게 보여주려 하였다. 전법륜인은 중중무진의 연기적 화엄 세상과 그 의미를 우리에게 전하려는 석존의 강한 전법 의지를 상징하고 있다. 석존은 어두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길을 잃어 헤매는 우리에게 광명으로 길을 비추어 주려 하였다.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고 이끌어가는 화합의 가치관이자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쉽이다.
석존은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한 부처님이다. 이러한 모습을 한 석존을 색신불 혹은, 화신불이라 한다. 우리를 고통에서 구제하기 위해 스스로 우리와 함께 세상에 머무른 부처님이라는 의미이다. 석존은 평생을 우리의 바람과 고통 소리에 귀 기울여 주고 이를 해소하여 주며 살았다. 시무외인과 여원인은 석존의 이러한 이타적 삶을 상징하고 있다. 우리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우리의 바람에 귀 기울여 주는 이타행의 삶은 우리의 참다운 삶의 자세를 제시하여 주었다. 석존의 이타적 삶은 공공의 이익과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익의 가치관이자 약자를 배려하는 자애의 리더쉽이다.
석존 5대 근본 수인은 석존의 위대한 삶의 궤적이자 평등과 화합 그리고 공익의 가치관을 가진 석존의 성품과 리더쉽을 상징한다.
대한민국호에 선승한 국민을 앞으로 5년 간 이끌 새 리더가 이러한 성품과 리더쉽을 보여줄 수 있길 소망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