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지역법회 명금주(보현행)지역장
고양시 지역법회는 자랑할 것이 많다. 명금주 지역장은 법회 장소를 그 첫 번째로 꼽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까지 지역법회가 열렸던 곳,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큰법당(5층)이다. 공간이 넓고, 피아노 등 법회에 필요한 법구들을 두루 갖추고 있어서 법회 장소로는 최상이다.
둘째는 법회 참석자 수가 많고, 병원 인근의 주민들도 동참한다는 점이다. ‘지역 포교’라는, 지역법회 설립 취지에도 잘 들어맞는다.
평균 60명 정도가 참석하는 정기법회(셋째 일요일 오후 2시)는 참가자 수에서는 32개 지역법회 중에서 첫째나 둘째 손가락에 꼽힌다. 더욱이 부부나 부녀 등, 가족 단위 참석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매우 고무적인 분위기다. 이 지역법회는 임원 수만 해도 20명이나 된다. 법회 때 찬불가까지 여법하게 부르는 것을 지켜본 주지스님이 “자체 합창단 만들어봐라”라고 권하셨을 정도로, 법회 규모가 무척 크다. 생명살림방생기도 때는 버스 다섯 대가 고양시 지역법회 불자들을 꽉 채우고 출발한다.
5년 전 조계사 가족이 되어, 지역법회 동장과 총무, 불교대학 공부를 겸하면서 우울증을 떨쳐낸 명금주 지역장은 고양시 지역법회의 여러 성과를 ‘전임 지역장과 담당스님 덕분’으로 돌린다. 작년 연말에는 알뜰히 모은 회비로 송년법회와 불우이웃돕기에 나섰다. 송년법회는 바자, 퀴즈대회, 행운권 추첨 등으로 흥겹게, 불우이웃돕기는 따뜻하게 치렀다. 동국대병원 환우와 스님의 치료비를 지원하고, 회원들의 집안 대소사도 한 번 더 살폈다.
성격 좋은 것으로 소문난 명금주 지역장은 불교를 믿고부터 시기심과 질투, 욕심이 없어졌고 가족이 더 화목해졌다고 한다. 두 아들이 기도해달라고 부탁하는 일도 생겼다. 덕분에 본래 웃음이 많은데 더 잘 웃게 되었다. 슬프지만 뿌듯한 일도 있다. 지병을 앓던 한 회원을 문병과 시다림으로 정성껏 보냈는데, 유족인 두 딸과 남편이 법회의 새 가족이 된 일이다. 떡 보시도 하고 셋이 나란히 법회에 참석하는 그 가족을 볼 때면, 지역장 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서대문구 지역법회 신숙영(허향)지역장
서대문구 지역법회는 코로나19 전부터 조계사불교대학 강의실에서 법회를 열었다. 둘째 일요일 오전 11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법회를 열어도 어쩔 수 없이, 참석자는 전보다 적다. 지역법회 참석률에는 집이 조계사에서 가깝다는 것이 오히려 단점이 되는 것 같다. 언제든 금방 갈 수 있으니, 지역법회 참석이 그다지 간절하지 않은 것이다. 신숙영 지역장이 안타까워하는 점인 동시에, 새 회원 확보가 어려운 점과도 서로 통한다.
“생명살림방생기도는 버스 3대가 꽉 차는데, 지역법회 참석률은 왜 낮을까요? 인재다 싶은 회원이 있어서 눈여겨보면 이미 사중 단체에서 봉사하는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다행히 회원들 대부분이 열성적이다. 재무를 비롯해서 신 지역장과 오랫동안 함께해온 임원들이 그이의 뒤를 든든히 받쳐준다. 회원들 간의 유달리 끈끈한 유대감은 매월 한 차례(마지막 주 일요일)씩 만나는 사찰 순례의 영향이 적지 않다. 작년 봄부터 승용차 2대~3대로 나눠 시작한 사찰 순례는 그간 여섯 번, 반응이 뜨겁다. 그 기운을 받아서 50명까지 회원을 늘리고자 하는 게 요즘 신 지역장이 그리는 큰 그림이다.
어린이청소년지원팀 활동 8년 중 팀장 2년, 지역법회 총무 1년에 이어 7년째 지역장 활동 중이지만, 신 지역장은 작은 점포의 사장이기도 하다. 오전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예약제로 운영하면서, 조계사 봉사와 병행하고 있다. 부처님 법이 ‘내 옷’처럼 편하기에 몸의 고달픔쯤은 별것 아니라는 듯, 신숙영 지역장의 얼굴에는 봄기운이 따사롭다.
용산구 지역법회 강유경(진승현)지역장
작년 9월부터 둘째 수요일(오전 10시 반)에 다시 대면법회를 시작한 용산구 지역법회(지역장 강유경). 20명~25명 정도가 동참하지만, 용산경찰서 법당 시절에 비하면 약 10명의 자리가 빈 셈이다.
문자 안내 46명, 카톡방 소통 32명 중 그 정도가 참석하는 건 ‘보통’임을 알아가는 강유경 지역장은 작년 10월 부촉장을 받은 새내기다. 그리고 가장 젊은 지역장으로, 노보살 회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지역장으로서 처음 법회에 참석한 날, 따뜻하게 눈인사를 건네면서 반갑게 맞아주시던 일이 기억나요. 정말 편안했어요.”
60대 중후반에서부터 70대 어르신들이 많은 용산구 회원들 사이에서 강 지역장은 나이 찬 손녀딸 또래다. 무슨 일을 하든 그저 이쁘고 기특해 보일 뿐이다. 지역장으로서 처음 한 일은 법회 참석 권유 전화였다. 얼굴 모르는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를 풀어가야 할지, 고민이 많았던 일이 기억난다.
강 지역장은 불교에 귀의한 지 2년, 특이하게 아버지가 개신교인, 어머니가 불자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두 종교를 접했으나 어느 한쪽에 마음을 두지는 못했다. 그러던 2년 전, 언니가 “자신이 좋아하는 종교를 찾아가자”라고 건의했다. 언니와 함께 조계사를 택했고, 기본교육과정과 자원봉사자교육을 마치고 관음전 봉사를 시작했다. 지역법회를 안내받고 생각했다. 같이 하는 기도가 더 좋은 점은 무엇일까? 그것이 화두였다.
시도해보고 싶은 일이 생겼다. 회원들의 재능을 활용해서 지역법회 후에 ‘힐링’ 시간을 갖는 것이다. 미술놀이치료처럼 심신 치유, 치매 예방 등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고 지금도 회화와 불화를 공부하고 있는 자신이 먼저 시도해볼까 생각 중이다. 따뜻한 그림, 치유되는 그림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생각이 불교를 만나 활짝 필 날이 머잖은 듯하다.
은평구 지역법회 홍종란(사자월)지역장
은평구 지역법회는 총 32개의 지역 중에서 유일하게 자체 법당을 갖추고 있다. 2020년 11월, 28평의 공간을 보시(옥정원 보살) 받아. 2021년 9월 관세음보살 점안식을 봉행했다. 페인트 칠 등의 인테리어는 한 달간 홍종란 지역장과 회원들이 직접 했고, 전기공사는 홍 지역장의 아들이 도왔다. 관세음보살상은 이미영 고문이 모셨다.
절하는 공간과 입식 좌석을 앞뒤로 배치한 법당은 최대한 60명까지 한꺼번에 모일 수 있다. 주방시설과 화장실까지 완벽히 갖춘 자신들만의 전용 법당이 문을 열던 날, 회원들은 ‘최고의 복’이라며 많이 울었다. 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누군가 알고 보시해준 덕분에 돈 주고 산 물건이 거의 없는, 신기한 불사였다.
개원한 법당에서는 아직 정기법회(둘째 토요일 11시)를 열진 못했다. 매주 월요일(10시 반) 차담 모임과 매주 목요일(오후 2시 반) 다라니기도(21독) 등 소모임은 갖고 있다. 자체 법당을 마련하고 봉사와 신행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는 그 힘은 6년째 이어진 성지순례에서 비롯된다고, 회원들은 짐작한다. 2016년 12월부터 매달 한 번씩 다니는 성지순례는 신청자가 늘 넘친다. 그래서 선착순으로 받되 회원에게 우선권을 준다. 그 높은 경쟁률이 회원 수를 늘리는 데 한몫 하고 있다.
두 개의 봉사조(각 6명)는 둘째와 넷째 목요일 오전, 신사복지관에서 반찬 조리, 설거지, 청소 등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불단의 공양미는 석 달씩 한데 모아서 불우이웃돕기에 쓰고, 가래떡을 만들어 회원들과 나눈다.
소임 4년 차인 홍종란 지역장은 개신교가 모태신앙이다. 1997년 약속 때문에 조계사에 들렀다가 신도회 사무실에서 봉사를 시작했고, 2011년 기본교육을 받으면서 지역법회 식구로 자리 잡았다. 세 시간 이상 잠을 자보는 게 소원일 만큼 하루가 짧고 고되지만, 회원들의 웃음소리에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져 조금씩 더 건강해지는 중이다.
종로구 지역법회 안현미(여연화)지역장
종로구 지역법회는 거리로는 조계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불자들 모임이다. ‘종로’라는 지역의 긴 역사와 전통만큼이나 회원들도 주로 70대 이상의 노년층이고, ‘60년’ 이상 종로에서 살아온 토박이가 많다. 조계사가 ‘동네 절’인 이 노보살님들은 이웃집 마실 다니듯 걸어서 새벽예불에 동참하는 게 습관이 되었을 것이다.
종로구 지역법회는 회원 수가 월등히 많다. 안현미 지역장이 소임을 맡고 나서 처음 받아 본 회원 명단에는 250여 명이 적혀 있었다. 다른 지역의 두세 배쯤이었으나, 법회 참석자는 오히려 적었다. 법회 장소인 서울지방경찰청 법당이 갖고 있는 최상의 조건도 별 도움이 되진 못했다.
법회 활성화를 위한 또 한 가지 시도로, 얼마 전 안 지역장과 임원들은 법회 요일을 둘째 번 월요일(오후 2시)로 확정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내린 결정이다. 그런 과정에서 임원들 간의 결속력이 한결 더 단단해졌다. 최고 연장자인 총무를 멘토로 삼아 뭉친 삼직과 네 명의 동장이 안 지역장을 든든하게 지원하고 있다. “자랑할 건 노보살님들과 임원진밖에 없다”라는 안 지역장의 말에 공감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노보살님들은 제가 무엇을 하든 무조건 ‘우리 지역장 최고!’라며 이뻐하시고, 임원들은 똘똘 뭉쳐 분위기를 띄워요. 이처럼 좋은 인연을 잘 이어가는 것도 지역법회가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해요.”
안현미 지역장은 효자동 집에서 조계사까지 걸어다니면서,두 아들의 입시기도로 신심을 키웠다. 그리고 70대 중후반까지 설악산 봉정암 기도를 다녔던 친정어머니를 떠올리며, ‘건강’과 ‘보시 능력 증장’을 발원하고 있다. 지역법회, 아니 불교가 어떻게 해야 젊은 층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지, 답을 찾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서려 한다.
중구 지역법회 이강섭(범행)지역장
중구 지역법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전에는 동국대학교 법당 정각원에서 법회를 열었다. 평소 약 80명의 회원 중에서 30여 명이 법회에 참석하는, 평범한 규모의 지역 조직이다.
소임 4년 차인 이강섭 지역장은 총 32명의 지역장 중에서 딱 두 명뿐인 남성이다. 법회 회원 대부분이 보살님들인 상황에서 불편한 점이 있을 것 같지만, 의외로 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좋고 나쁘고는 마음먹기에 달렸죠.”
다만 법회 안내차 전화를 걸 때, 여성인 상대방이 불편해지면 어쩌나 조심스러운 건 인지상정이라고 한다. 전화 메시지와 채팅방을 통해 알리고, 40여 명에게는 일일이 전화를 걸어 참석을 권하는 게 지역장인 그가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강섭 지역장은 2012년 기본교육을 마치고, 중구 지역법회의 총무(1년)와 재무(4년)를 거쳐 지역장을 연임하고 있다. 지역장을 맡자마자 닥친 코로나19로 지역법회 활동이 위축된 것을 가장 안타까워한다.
개신교 집안에서 태어나 조금 늦게 불교를 만났지만, 그 과정이 물 흐르듯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 어머니 쾌유 기도를 하던 중, 눈을 뜨는 순간 오색찬란한 빛이 보여 ‘아, 무엇인가 있구나’ 하고 느꼈다. 그 경험은 ‘노후 밑천은 불교 공부’임을 깨닫게 해줬다. 불교를 알고 나서 삶에 대한 조급함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해결되었고, 여유롭고 편안해졌다.
이 지역장은 지역법회를 일컬어 “조계사가 중구지역 신도들에게 반야용선 같은 배 한 척 빌려준 것”이라고 말한다. 그 배에 불자들을 태워서 피안까지 잘 모셔다드리는 것이 지역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조계사에는 행사나 법회에 힘이 되어주고, 교리를 모르는 노보살님들에게는 부처님 말씀을 배우는 데 도움을 주는 그런 지역장이 되고 싶어한다.
파주시 지역법회 이복순(성정수)지역장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파주시 지역법회 회원들의 기도는 늘 한 가지, 지역법회 활성화다. 도시와 농촌의 경계 지역답게 직장인, 농사 짓는 사람, 퇴직자 등, 회원들 성향이 다양해서 법회 요일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 어려운 결정을 잘 이해하고 법회 동참하는 회원들에 대해 한결같이 고마워하는 이복순 지역장의 마음이 느껴진다.
“회원이 30명 정도였는데 코로나19 이후 더 줄었어요, 조계사까지 거리가 먼 데다가, 농사 일손을 놓고 와야 하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모든 회원이 귀하고 감사해요.”
파주시 지역법회는 셋째 일요일(오전 11시)에 열린다. 파주경찰서 법당이 본래 법회 장소인데, 공간이 좁아서 그간 이 지역장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작년 1년간, 거리가 먼 조계사까지 나오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던 회원들이 그저 고맙다. “법회 나오면 재밌다”라거나 “법회 쉬면 절대로 안 돼요”라는 말에는 불끈 힘도 난다. 올해 정식 출범한 임원진(8명)이 한마음으로 ‘법회 장소 마련’을 발원으로 세운 것도, 서로 마음이 통한다는 증거다.
이복순 지역장은 2020년 여름, 5개월간의 관음전 봉사를 회향하고 지역법회 활동을 시작했다. 작년 1월 지역장 부촉을 받고 뜻을 품었지만, 여러 형편상 자리 잡는 데 1년이나 걸렸고 지금도 조금은 어렵다. 그럴 때마다 임원들의 협조와 노보살님들의 따뜻한 격려가 버팀목이 된다. 다행히 축원이 늘어가고 시비는 사라져, 기도의 가피임을 느끼고 있다.
5년째 금강경 기도 중인 이 지역장은 불교를 배우고 싶어 멀리 조계사까지 찾아왔고, 그 첫날 그만 대웅전 삼존불께 첫눈에 반했다. 기본교육을 받고 관음전 봉사를 하던 중, 그해 추석 놀랄 일이 일어났다. 대웅전과 관음전, 두 법당의 마지를 혼자 올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몇 달 뒤, 파주시 지역법회 지역장으로 부촉되었다. 그저 ‘부처님 감사합니다’가 말버릇이 된 그의 기도는 여전히 ‘파주시 지역법회 활성화’를 맨 앞에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