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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질문> 사찰에서 큰 행사나 법회를 열 때 정치인들이 자주 참여합니다. 대부분은 너무 형식적이거나 의례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좋아 보이지는 않는데요,
꼭 정치인들이 참여해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스님들도 정치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불교와 정치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답변> 정치(政治)란 말을 사전적인 의미로 이해할 때는 권력, 정권, 선거 같은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우리 삶의 실제적인 모든 분야를 다스리는 행위라고 이해합니다. 어떤 분들은 ‘경제는 경제논리’ , ‘문화는 문화의 논리’ 가 있다고 말씀합니다. 그러나 경제와 문화 자체는 정치와 밀접한 관계를 갖기 때문에 꼭 그렇게만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의 생활영역 어디에서든 정치의 영향은 매우 크기 때문에 정치가 올바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곧 나와 우리들에게 미칩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민주적인 정치의 역사가 짧은 경우는 더욱 그렇지요.
정치인이나 정치 지도자들은 정치를 주도해 가는 인물들입니다. 그래서 올바른 가치관에 의해 정치적 행위를 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만족스럽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오죽했으면 ‘정치(인)는 삼류’라는 비난을 받겠습니까? 그러나 그 책임이 꼭 그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선택에 의해 그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질문하신 것처럼 절 집에서 행사를 치르다 보면 정치인들이 자주 왕래 합니다,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의미를 잘 알기 때문에 주민의 민원이나 불편함을 해소하는 정치적 행위라면 나무랄 일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단순히 표를 의식하는 행위라면 비판받아 마땅하겠지요. 그보다 좀 더 중요한 점은 오히려 행사를 주관하는 스님들이나 불자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행사의 성격상 굳이 참여가 필요 없는 정치인들을 부를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들이 개인적인 자격으로 종교적 행사에 참여했다면 모르지만 말입니다.
부처님 당시의 교단에서 출가 수행자들의 정치 참여는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훌륭한 정치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번 강조하셨지요. 그 중 <열반경> 등에 나오는 베살리 밧지족에 관한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최후의 안거를 베살리 교외에서 보내셨는데 당시 마가다국이 베살리를 공격하기 위해 자문을 청했을 때 말씀하신 내용이 칠불쇠법(七不衰法)이라고 알려져 전해 오고 있습니다. 베살리의 밧지족이 자주 회의를 열어 중의(衆意)를 존중하는 공론(公論)의 정치를 행하고 부모와 어른을 공경하며 법과 도덕, 정의를 지키는 민족이기에 결코 쇠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현대사회에서도 시사(時事) 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신도님들과 차담(茶啖)을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치를 비롯한 사회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법문 중에도 그럴 때가 있지요.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政敎分離)의 원칙이 있습니다만 중생을 제도하는 것이 목표인 불교와 스님들이 중생의 삶의 태도와 가치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닙니다. 그러다보니 가끔은 출가자들도 정치적인(?) 입장을 표명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특정한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의 여론이 대변되지 못하고 왜곡된다면 상황에 맞는 정치적인 요구와 발언은 언제라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는 정치인들, 도덕성이 결여된 정치인들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합니다. 다만 스님들의 정치적인 발언은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으로서 제시되어야 하고 불자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비판을 가할 수 있는 입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른 중생교화와 중생제도를 위한 정치적 지도는 언제나 필요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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