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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질문> 저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늘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원만하지 못한 성격이 저한테도 영향을 줍니다. 집착도 강한 편입니다. 제 성격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고치고 싶은데, 좋은 수행 방법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답변> 흔히 살면서 지나치게 주변의 경계나 인연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자기 생각에 어떤 모습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불교에서는 이런 것을 상(相)이라고 표현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는데요. 자기뿐만이 아니라 남에 대해서도 그렇지요. 그런데 사실 내 마음속에 그려지고 있는 여러 모습은, 늘 현실의 그것과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내가 바라는 부모의 모습, 자식의 모습, 남편과 부인의 모습, 친구나 동료의 모습은 실제의 모습과 차이가 납니다. 그 차이가 크면 클수록 실망도 하고, 그런 생각을 했던 자기가 싫어지고, 괜히 상대방을 미워하는 마음의 병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런 원인은 두 가지로 볼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자기나 상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입니다. 이 문제는 먼저 자신과 상대에 대한 지나친 기대치를 낮춘다면 해결될 수 있습니다. 쉽게 표현하면 나는 소중하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존재도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지요. 자아(自我)를 높이 설정해 놓으면 현실의 모습과 괴리되는 부분은 미워하고 싫어하게 됩니다. 일단 이 허상(虛像)부터 버려야 합니다.
또 하나의 원인은 자기가 중심을 세우지 못하고 그때그때의 상황에 떠밀려 다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삶의 주인공인 자신을 망각하고 외부 경계나 여러 사람과의 이런저런 인연에 집착하면 마음이 떠돌아다닙니다. 마음이 자신 안에 머무르지 않고 떠돌아다닌다면 바른 삶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중심이 서지 못한 마음은 자신을 해치고 스스로 공격하고 상처를 입히기 때문이지요. 그럴 때마다 얼른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노력과 수행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가끔 혼동하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스스로 혼동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주변에서 오는 정보의 홍수에 떠밀려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는 역시 돌아가 의지할 곳이 필요합니다. 돌아가 의지한다는 의미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삶의 의지나 에너지를 충전 받는다는 뜻입니다. 돌아갈 곳은 어디일까요? 불자(佛子)에게는 삼보(三寶)가 돌아가 의지할 곳이고, 자기 자신이 돌아갈 곳입니다. 우리가 정말로 있는 힘을 다해 집중해야 할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과 마음입니다.
질문하신 불자님의 문제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선은 절 수행입니다. 또 하나는 〈금강경(金剛經)〉 등의 경전 공부를 권해 드립니다. 절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하심(下心)의 뜻이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의 아만(我慢)과 이기심(利己心)을 꺾는데 절 만한 수행이 없습니다. 엎드려 절하면서 자신이 세상의 많은 구성원 중 하나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덧붙여 우리 중생들의 그릇된 모습인 ‘상(相)’을 타파하는 가르침이 강조되어있는 〈금강경〉을 공부하시면 아주 좋겠습니다. 경전을 독송하는 것에만 그치지 말고 그 뜻과 내용을 알기 쉽고 재밌게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하시면 더욱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누가 나를 칭찬한다고 해서 내 인생이 크게 바뀌거나 보탬이 되지 않습니다. 또 나를 헐뜯고 비난한다고 해서 내 인생의 근본이 흔들리는 것은 아닙니다. 불법(佛法)은 원칙이고 세상은 변칙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자기 삶의 원칙을 삼으면, 그때그때 일어나는 변칙의 삶이나 다른 사람들과 일어나는 관계의 불편함은 얼마든지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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