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지역법회 소통방에는 회원 50여 명이 함께하고 있다. 알뜰폰을 쓰는 몇 명의 노보살님들에게는 단체 메시지를 보내고 직접 전화로 소통하는데, 유독 80대 어르신들이 많고 반면 직장 다니는 50대 젊은 회원들도 타 지역에 비해 많은 편이다.
코로나19 전까지, 교통 편한 부천의 한 식당에서 8년간 법회를 열었다. 법회에는 평소 30명 이상이 동참하고 활기도 넘쳐 분위기가 좋다고 한다. 연등 모연 때는 3~4등의 실적으로 상을 받고는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직격탄의 타격은 예상을 넘어섰다.
“지난 2년간 한 차례도 대면 법회를 못했어요. 80세 이상의 노보살님들이 80%에 달해서 비대면도 어려웠고, 조계사에서 모이는 건 더 힘들었어요. 지역장인 제가 동네별로 찾아다니며 두세 분씩 모시고 함께 밥을 먹는 게 전부였죠.”
소임 4년차인 박영심 지역장은 그렇게라도 노보살님들의 안부를 묻고 만날 수 있는 걸 다행으로 여긴다. 작년 연말 송년법회를 연 것도 그 때문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 해를 넘긴 오랜만의 만남에 28명의 회원들은 눈물겹게 반기고 선물을 주고받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박 지역장은 부천시 지역법회의 대들보인 회원 24~25명을 ‘정예회원’들이라고 부른다. 흔들림 없이 믿어주고 늘 함께할 그들이 있어 든든하다고 한다. 연등 모연부가 오면 스스럼없이 들고 가서 성의껏 채워오고, 축원금은 의무로 알고 보시하는 임원들과 노보살님들. 그들 덕분에 회비 통장은 가난을 모른다. 그렇게 알뜰히 모아서 자체적으로 방생도 가고, 1년에 한 번씩 삼사 순례도 다닌다.
박영심 지역장은 ‘정해진 리더’인 것 같다. 집 근처의 절에서 봉사하는 그에게 한 스님이 “조계사 다니세요.”라면서, ‘법당 뒤에서 기도만’ 하라고 당부했다. 남의 눈에 띄면 필시 봉사하게 될 거라면서……. 그 말씀에 따라 2년여 동안 대웅전 뒤에 숨어서 기도만 했다. 하지만 정해진 순서처럼 부천시 지역법회에 참석한 첫날, 총무를 맡아 4년간 봉사하고, 지역장으로 일한 지 4년째다. 조계사에 다녀온 날이면, 그에게는 ‘지역장님 덕분에 산다’는 다섯 분의 노보살님들께 보고해야 할 일이 있다.
“◯◯보살님 엄마! 오늘 엄마 신중기도 접수하고 왔어요. 걱정하지 마시고, 다음 만날 때 기도비 주시면 돼요.”
양천구 지역법회는 지난 2011년 8월 7일, 목동 정일학원에서 첫 모임을 갖고, ‘양천구 지역모임’이란 이름으로 정식 출범했다. 이날 모임은 양천구 지역 불자들이 조계사 식구들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주지스님과 담당 국장스님 그리고 양천구 지역장(수법행) 및 불자 10여 명이 동참했다.
창립 당시 양천구에는 조계사 불자 650여 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들을 중심으로 매달 한 차례씩, 오목교역 근처의 한 식당에서 기도문 낭독, 찬불가 찬탄, 소참법문 등의 순서로 법회를 진행했다.
현재 양천구 지역법회 회원은 소통방을 기준, 30명 정도다. 평소 약 20명이 법회에 동참하는데, 지난 3월 13일 대면 법회에는 열 명이 참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노보살님들이 참석하지 못한 탓이다.
이혜순 지역장의 바람은 딱 한 가지, 양천구 지역법회 회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좀더 일찍 불교를 만나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하는, 자신과 같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또한 지역법회의 본래 역할이기도 하다.
불자 집안 출신인 이혜순 지역장은 혼인한 뒤 시부모를 따라 교회에 다녔다. 그때는 늘 남의 옷을 입은 듯 불편했다. 그 불편함은 2019년 조계사 일주문에 들어서는 순간, 바람처럼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조계사 신도교육 프로그램대로, 기본교육과 경전반, 불교대학을 수료하고 현재 불교대학원 1학년에 재학 중이다.
뒤늦게 불교를 만나서, 갈 길이 급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때면 ‘홀로’ 앉아 있기를 선택한다.
“금강경 독송이나 공양간 봉사 중에도 몰입이 되는, 명상 같은 그런 시간이 좋아요.”
다른 지역에 살면서도 양천구 지역법회를 위해 봉사해줘서 고맙다며 늘 따뜻하게 대해주는 보살님들께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이혜순 지역장. 그가 남긴 당부는 “각자 한 명씩 손잡고 법회에 꼭 나와달라.”는 말이었다.
2011년 9월, 영등포 지역의 불자들이 첫 모임을 가졌다. 이후 매달 셋째 화요일, 정경자(수선화) 대표를 중심으로 계속된 이 영등포 지역모임은 창립 4년 뒤, 영등포경찰서 법당으로 장소를 옮겨 여법한 정기법회 형식을 갖추었다. 현재는 셋째 수요일, 약 45명의 회원 중 평균 25명 안팎의 불자들이 동참하고 있다.
창립된 지 어느덧 12년, 영등포구 지역법회 회원 중에는 창립 때부터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온 회원들이 있다. 여의도 노보살님 다섯 분과 총무, 그리고 허성란 지역장이다. 특히 허성란 지역장은 창립법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법회에 빠진 적이 없다.
허 지역장은 재무(4년)를 거쳐 6년째 지역장을 맡고 있다. 전체 32명의 지역장 가운데 유일하게 세 번 연임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투철한 봉사정신과 헌신, 하심하는 마음가짐 없이는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허성란 지역장의 조계사 인연은 20여 년. 그간 지장법회(6년), 역사문화박물관(1년), 교육국 접수처(6년) 등에서 봉사하며 보냈다. 여기에 영등포구 지역법회 총무와 지역장까지 합치면, 지난 20여 년의 시간이 얼마나 촘촘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해외여행 한 번 홀가분하게 떠나지 못했다. 특히 6년째 함께하고 있는 지역법회 임원들의 도움이 없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아침에 손자를 유치원에 보내놓고 조계사로 달려오고, 절 일 마치면 차 한 잔 안 마시고 곧바로 집으로 달려갔어요. 20여 년 지켜온 철칙이에요. 집안일과 절 일 중 한 가지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각오죠.”
2년 전 부처님오신날 행사 기간에 큰 사고가 날 뻔했다. 행사용 단 위에서 아래로 굴러떨어졌는데, 바닥이 대리석이었다. 머리를 부딪혔다면 생명이 위험했을 아찔한 순간을 기적처럼 넘기고,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스스로 격려했다.
‘사심 없이 봉사한 가피구나.’
세 번째 임기가 끝나는 올 연말, 허성란 지역장은 기도의 삶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영등포 지역법회와 함께해온 지난 11년, 끊임없이 비우고 내려놓았던 그 마음이 얼마나 영롱해졌는지 궁금하다.
인천시의 전체 인구는 2,950,978명(2022년 2월. 행안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자료)이다. 단순히 인구수만 비교하면 강서구의 5.1배, 영등포구의 7.8배가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인천시 지역법회 회원 수가 강서구 지역법회의 5.1배가 되거나 영등포구의 7.8배가 되는 건 아니다. 지역법회 회원 수는 조계사와의 거리, 해당 지역의 종교, 문화적 환경 등 여러 여건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인천시 지역법회의 소통방에는 36명이 함께 있다. 올 1월 정기법회에는 20명이 동참했는데, 그들 중 10여 명은 꾸준히 참석하는 사람들이다. 강인자 지역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안부도 묻고, 법회 참석을 독려하는 노보살님들이다.
7년 전 인천시 지역법회 회원이 된 강 지역장은 지역법회 운영의 어려움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팬데믹 시국에서 모이는 것 자체의 어려움이고, 둘째는 나이 든 어르신들은 얼굴을 보지 못하는 모임에는 안 나온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가 이 시국의 가장 큰 딜레마다.
조계사불교대학 61학번인 강 지역장은 약 6년 전, 불교 공부를 하려고 조계사를 찾아왔다. 기본교육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서 재작년 초에 불교대학원까지 마쳤다. 다음 단계인 선림원은 지역장 소임을 회향하고 나서 들어갈 계획이다.
“불교 공부하는 동안이 제일 재미있었어요. 함께 공부하는 도반이 생기고, 도반들과 봉사도 하고 수행도 하면서 이게 부처님 인연이구나 싶었어요.”
점점 차분해지고 정서적으로 편안해지는 강 지역장의 변화를 눈치챈 건 강 지역장의 부군이다. 그 변화를 누구보다 크게 반기면서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 절에 가는 날을 미리 챙겨주기도 한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강 지역장의 기도는 “오늘 하루 잘 보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도 오늘처럼 평안하기를…….” 그리고 이어진다.
“할 수 있는 만큼 보시하면서 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