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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불화산책

부처님오신날, 그날의 기쁨을 기록한 '석가 탄생도'

  • 입력 2022.04.23

     석가탄생도,보선초기,145×109cm

     일본혼가쿠지 本岳寺소장석가탄생도 부분

     아이 석존이 관욕대에 앉아 구룡의 목욕을 받고 있는 모습

우리가 사는 땅에 내려온 석가모니부처님

석가모니부처님은 2500여 년 전 인도 북쪽 카필라 국의 왕자로 태어나셨다. 꽃 피는 어느 봄날 산기를 느낀 어머니 마야 부인은 출산을 위해 카필라 국 동쪽에 있는 친정집 콜리아 국이 있는 데바다하로 길을 나섰다. 친정에서 출산하는 것은, 당시 석가족의 풍습이었고 인도는 지금도 이러한 풍습이 이어지고 있다. 마야 부인은 길을 나선 지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산기를 감지하였다. 해산을 위한 장소로 넓은 평원 지역인 인근의 룸비니 동산이 적합하였기에 이곳 무우나무 아래 임시 출산 처소를 마련하였다. 산기를 직감한 마야 부인이 오른손으로 무우나무의 가지를 잡자 마야 부인의 오른쪽 옆구리로 아기 석존이 탄생하셨다. 무우나무는 근심을 없애주는 나무로 사계절 내내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인도의 기후에서 나무 그늘은 지친 몸을 쉬게 하는 쉼터이니 이곳에서 원기를 회복하고 근심도 풀었을 것이다. 무우나무 가지를 잡자 아기 석존이 태어나셨다는 것은 어머니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탄생하신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고, 옆구리에서 태어나신 것은 석존이 왕족인 크사트리아 신분임을 상징한다. 아기 석존은 태어나자마자 천지인을 한 채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은 후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라고 탄생게를 외치셨다. 아기 석존이 탄생게를 외친 후 관욕대에 앉자 아홉 마리의 용이 정화수를 뿜어 부처님을 목욕시키고 유모는 사천왕이 바친 천으로 아기 부처님을 감싸 안아 마야 부인 앞에 놓인 요람에 누이셨다.


인간 석존의 일생을 기록한 ‘불전도’ 
<석가 탄생도>는 석가모니부처님의 일생 중에 탄생과정을 그린 불화이다. <석가 탄생도>는 <팔상도>의 <비람강생상>에 해당하며 석가모니부처님의 탄생 과정만을 별도로 그린 불화이다. ‘비람’이란 ‘룸비니’를 한자로 표현한 것으로 ‘비람강생’은 석가모니부처님이 룸비니 동산에 내려오셨다는 뜻으로 석존의 탄생을 의미한다. 
<팔상도>는 석존의 일생을 크게 여덟 장면으로 구성하여 보통 8폭이나 2폭으로 각 장면을 나누어 그렸다. 석존의 일생은 조각으로도 많이 조성되었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인도의 산치대탑 탑문에는 기원전 1세기 무렵 조각된 것으로 추정하는 석존의 일생이 부조되어 있다. 이렇게 석가모니부처님의 일생을 그림이나 조각 등으로 표현한 미술을 ‘불전도’라고 한다. 

불전도는 소위 ‘무불상 시대’부터 이루어진 도상으로 매우 일찍부터 형성되었다. 무불상 시대는 부처님을 인간의 모습으로 조각하지 않았던 시기로 석가모니부처님이 열반하신 후 약 500년간을 말한다. 초기 불전도는 현존 유물로 볼 때 조각으로 주로 남아 있으며 가장 오래된 것은 기원전 2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의 불전도는 주로 탑에 부조로 표현되었는데 기원전 2세기~기원후 1세기 사이에 조영된 인도의 바르후트탑, 산치대탑 등의 탑문이나 난간인 난순에 부조로 남아 있다. 이 당시는 석존의 일생을 네 가지 장면으로 압축한 사상도(四相圖) 즉, 탄생·출가·초전법륜·열반의 네 가지 상을 위주로 조각하였으나 4세기 초 인도 굽타 왕조시대에 들어오면 석존의 생애는 여덟 장면으로 확대한 
팔상(八相)의 형식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 내용은 탄생·성도·초전법륜·취
상조복·원후봉밀·사위성신변·33천강하·열반 등으로 ‘성도 후 전법 활동’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있다. 조선 시대 팔상도나 중국, 일본의 팔상도 등, 일반적으로 알려진 팔상의 장면은 도솔내의·비람강생·사문유관·유성출가·설산수도·수하항마·녹원전법·쌍림열반상으로 잉태·탄생·사유·출가·수행·성도·첫 설법·열반 등, ‘성도 전 수행 활동’을 중심으로 구성된 것과 차이를 보인다. 즉, 동아시아지역에서는 석존의 수행과 관련한 생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조성 시기와 장소를 달리하지만, 공통으로 표현된 생애가 ‘탄생상’과 ‘열반상’이라는 점이다. 

석존의 일생에서 탄생상과 열반상이 다른 상과 달리 항상 조성되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기 석존의 탄생 기념사진 <석가 탄생도> 
<석가 탄생도>는 아기 석존의 탄생과정을 그린 불화이다. <석가 탄생도>는 석가모니부처님의 일생을 그린 불화인 팔상도 중에서 <비람강생상>과 내용이 거의 같으며 석존의 탄생과정과 이를 환희로 맞이한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있다. 

우리나라에서 그린 최고 오래된 <석가 탄생도>는 현재 일본 후쿠오카 현에 있는 사찰 혼가쿠지(本岳寺)에 소장되어 있다. 조선 시대 초기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화는 1997년 일본 야마구치 현립미술관에서 열린 ‘고려·조선의 불교미술전’에서 일반에 처음 공개되었지만, 이 불화가 언제, 어떠한 연유로 일본 사찰에 봉안되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못했다. 

이 불화의 크기는 세로 145cm에 가로 109.5cm의 세로로 긴 형태이며 비단 위에 채색으로 그려졌다. 이 불화에는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있어 석존의 탄생과 관련한 일화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무슨 장면인지 파악이 힘들 수 있는데 다행히도 장면마다 금색으로 장면의 내용을 압축한 제목이 쓰여 있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불화에는 서두에서 언급한 아기 석존의 탄생과정과 이를 환희로 맞이한 모습이 빠짐없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혼가쿠지 소장 <석가 탄생도>의 도상은 세조가 1459년 편찬한 『월인석보』에 근거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학계의 판단이다. 이러한 점은 이 불화가 조선 시대 초기에 그려진 것으로 판단하는데 추가적 근거가 되고 있다. 그런데 독일 쾰른 동양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 시대 팔상도인 <유성 출가상>이 2007년 미국 메트로폴리탄에서 전시되면서 이 불화가 혼가쿠지의 <석가 탄생도>와 등장하는 인물의 의복이나 장식, 문양, 건물 형태, 표현 기법 등 모든 면에서 서로 동일한 표현과 기법으로 그려진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때문에 혼가쿠지 <석가 탄생도>가 쾰른 소장 조선 불화와 한 쌍일 것으로 확신하게 되었고 팔상도의 한 장면인 <비람강생상>으로 여겨지며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혼가쿠지에 소장된 조선 초기 불화 <석가 탄생도>는 일본 에도시대 17~19세기 사이에 일본인이 모방작으로 삼아 베껴 그린 것이 18점이 전해지고 있는 도상으로 일본에 전해진 불화 도상 중 가장 많은 모사본을 남기고 있다. 일본에서 석존의 탄생 과정만을 단독으로 그려진 불화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은 석존의 일생 중 탄생에 관한 관심이 크고 이에 대한 신앙이 존재했음을 추정하게 한다. 우리도 현재 부처님오신날을 여타의 석존 일생보다 성대하게 기념하고 모든 불교도가 아기 부처님을 목욕시켜드리는 관욕 의식을 행하고 있는 점으로 볼 때 석존의 탄생을 기억하고 기념하려는 열망이 오래전부터 매우 컸음을 방증하고 있다. 

석가모니부처님은 우리와 함께 이 땅에 살다 가신 역사적 실존 인물이다. 경전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은 자기희생의 공덕을 쌓은 호명보살이 도솔천에 올라가 계시다가 우리와 같은 육신을 가진 ‘고타마 싯다르타’로 태어나셨다고 하였다. 이렇게 석가모니부처님은 우리가 사는 땅에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셨다. 그것도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과 다름없이 길에서 탄생하셨다. 그러나 끊임없는 수행 정진으로 마침내 성도를 이루었다.

부처님 오신 날, 
<석가 탄생도>를 보며 우리 모두 가장 존귀한 존재인 부처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박경귀 (불교조형작가) jogyesa.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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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 (불교조형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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