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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사색의 뜰

지금의 제 모습이 부처님 가피입니다

  • 입력 2022.04.23

아들하고 크게 싸우고 속상한 마음에 무작정 버스를 탔습니다. 무심히 흘러가는 창밖을 보다 보이는 절 앞에 내렸습니다. 조계종 총본산 조계사였습니다. 그날이 마침 초파일이라 종일 앉아만 있다가 집으로 갔습니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지 20년, 조계사는 절박한 마음으로 눈가에 눈물을 흘리면서 찾은 곳입니다. 

그 후로 생각 없이 오로지 대웅전 앞마당에 왔다가 그냥 집에 오곤 하였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8년 전에야 이런 마음이 믿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체계적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 불교기본교육에 등록을 하고 교무 소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사중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6년 전 의료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2년간 누워만 있었습니다. 겨우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을 때 다시 공부를 하기 위해 불교대학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함께한 불교대학 62기 토요반 도반님들을 평생 잊지 못합니다. 2년간 지팡이를 집고 힘겹게라도 걸어서 불교대학을 다니는데 참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힘들다고 가방 들어주시는 분, 손잡고 같이 걸어주시는 분, 졸업여행 때는 걷지 못하는 저를 휠체어에 태워서 곳곳으로 사찰 순례를 했던 도반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잊지 못합니다. 너무 감사하고 이런 것이 부처님 가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역에서 봉사를 맡게 되었을 때도 지역불자님께서 모든 봉사를 저 대신 해주셨습니다. 도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눈물만 났습니다. 지금도 지역법회에서 마음 따뜻한 보살님 덕분에 봉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분들 덕에 더욱 열심히 부처님 전에 기도하고 건강도 좋아지고 밝은 모습으로 봉사를 하고 있답니다. 힘들기도 하지만 항상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절에 가는 것을 반대하던 우리집 거사님도 저의 이런 모습에 변했습니다. 2년 동안 지역장회의, 지역법회 등 저를 차에 모시고(?) 다닙니다. 이 또한 부처님 가피가 아닐까요? 물론 힘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럴 땐 천수경, 신묘장구대다라니 독송을 밤 세워 들으며 약해지는 마음을 달래곤 합니다. 

주변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서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발길 가는 데로 손길 가는 데로 보시를 시작했습니다. 또 연말이면 각 단체에 소소하게나마 니트를 보시 하고 있습니다.

지나고 보니 주위에 너무도 좋은 분이 많이 계십니다. 요즘 전 참 행복한 사람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처님 가피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받은 많은 도움에 한 사람 한 사람 보답해 드려야 할 텐데 막막한 기분도 듭니다. 그래서 더욱 부처님 전에 모든 분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기도를 할 수 있는 지금의 제 모습이 부처님 가피입니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최정희 (일심행, 중랑구 지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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