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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질문 > 신행 활동을 위해 절에 다니면서 불자로서 삶의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많습니다. 불교에 관한 교육을 받고는 더욱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어떤 것이 불자다운 삶인지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답변 > 불자(佛子)들의 삶의 자세는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나 비(非)종교인들과 어떻게 달라야 할까요? 사람들은 세상 대다수의 종교가 가르치는 것이 비슷하기 때문에 불자들의 삶의 자세라고 하여 구태여 다를 필요가 있냐고 하겠지만, 불자는 삶의 모습이 분명히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자의 기준이라고 할까요? 일상의 삶 속에서 지니고 있어야 할 불자의 자세, 마음가짐을 몇 가지 제시해 봅니다.
첫째, 불자는 불자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야 합니다. 가끔 절에 다니면서도 불자임을 숨기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불자임을 내세우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합니다. 불자라고 불이익을 주는 조직이나 사회가 잘못된 것이지 불자라고 밝히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예전에 불교신문(佛敎新聞)에 눈이 번쩍 뜨이는 광고를 본 적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변호사 개업을 하는 전직 판사였습니다. 광고 첫 문장이 ‘저는 불자로서~’로 시작되었는데, 광고를 보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변호사 개업 광고는 주요 일간지에만 하는 줄 알았는데 불교계 신문을 택한 것도 그렇고, 또한 불자임을 당당히 밝히는 그분의 태도가 자랑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선 중요한 것은 불자라는 자기 확신입니다. 불자 선언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불자임을 떳떳이 밝히는 것이 불자로서의 시작입니다. 백천만겁(百千萬劫)에도 만나기 어려운(難遭遇) 부처님 법을 만났으니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둘째는 인연(因緣)의 의미를 존중하는 불자의 모습입니다. 불교는 인과법(因果法)의 가르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생들의 삶의 모습은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로 표현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인연을 짓고 나쁜 인연이 만들어지는 원인을 없애는 생활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부부의 사이가 아주 나빠지면, 대부분은 서로의 잘못으로 돌리면서 다투게 되지요. 왜 저런 사람을 만나서 고생일까? 전생(前生)에 무슨 악연을 지었을까?
그러나 불자라면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결과를 자기의 잘못으로 돌리면서 참회(懺悔)하는 자세로 이 상황이 더 나쁘게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설령 지금의 현실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내가 지었던 많은 잘못이 지금의 결과로 나타난다고 생각하고, 지금의 이 상황을 좋은 원인이 되도록 바꾸기 위한 정진의 삶을 사는 것이 불자의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는 불자로서의 신행생활(信行生活)을 꾸준히 하는 것입니다. 불자라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지(受持)하고 독송(讀誦)하는 생활을 삶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야지요. 생각해 보면 하루 24시간 중에 비어 있는 시간이 아주 많습니다. 가령 현대인들은 차를 타고 다니는 시간이 꽤 됩니다. 자동차나 버스, 전철 등에서도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수지, 독송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쉬는 시간, 차 마시는 시간 등을 이용하면 생활 속에서 부처님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신행생활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한번 시도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일단 시작하면 꾸준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는 불자는 보시(普施)가 생활화 되어야 합니다. 남을 위해 베푸는 삶은 부처님 가르침의 근간(根幹)입니다. 항상 주변의 이웃들을 살피며 보시하는 생활 습관을 만듭시다. 우리들의 작은 보시는 생각보다 훨씬 큰 영향으로 나타납니다.
일상생활을 떠나서 따로 불법(佛法)을 찾는 것은 파도를 떠나서 물을 구하는 것과 같아서 구하면 구할수록 멀어진다고 했습니다. 불자는 일상의 생활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되어야 합니다. 종교인과 비종교인 사이에 차이가 별로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삶입니다. 특히 우리 불자들이 그래서는 안 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역시 불자는 다르구나’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포교(布敎)와 전법(傳法)은 저절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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