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회가 열리는 날이면 성동경찰서 법당이 비좁을 만큼, 30~40명의 불자들로 북적이던 때가 있었다. 김나연 총무가 처음 참석했던 2014년 무렵의 성동구 지역법회 풍경이었다. 이후에는 이런저런 내부의 어려움과 코로나19 등이 겹치면서 현재 10여 명(정회원 41명)이 법회에 동참하고 있다.
김 총무는 현재 활동하는 회원들을 ‘소수 정예’라고 부른다. 성격들이 조용하고 큰소리 한 번 내는 일은 없지만, 사중 봉사에는 적극 동참한다. 인원이 적은 걸 뻔히 알기 때문에 봉사를 서로 미루지 않는다.
지역장 자리가 비어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성동구 지역법회가 무탈하게 흘러갈 수 있는 건 삼직이 있기 때문이다. 김나연 총무와 한경순 재무, 조순례 교무의 화합과 헌신 덕분이다. 김 총무는 궂은일을 ‘자기 일처럼’ 도맡아 해결해주는 두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여러 차례 표현했다.
올해 1월 ‘아무것도 모르는 채’ 소임을 맡았다는 김 총무는 현재 조계사포교사팀 총무부장과 BTN 염불봉사회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찍이 조계사 염불봉사팀에 가입해서 염불 수행을 통해 염불에 몰입하면 온갖 번뇌 망상이 사라지는 순간을 여러 번 체험했다.
어릴 때 김 총무는 아만심이 하늘을 찌르는 외골수였다. 전교 일등을 놓치지 않던, 수녀를 꿈꾸던 소녀가 불자가 된 사연은 자못 길다. 원인 모르는 병에 걸린 어린 아들을 살리고자 15년간 가족과 떨어져 절에서 살면서 부처님께 매달렸다. 남편과 아들을 감동시킨 그 모성애와 불심 덕분에 아들은 건강을 되찾았고, 지금은 학교 교사가 되어 김 총무 부부에게 효도하고 있다.
염불 봉사로 욕심이 다 부질없음을 깨달았지만 유일하게 내려놓지 않은 바람이 있다. 노후에 작은 기도처를 마련해서 염불행자로 살면서 부처님께 받은 가피를 일체 모든 존재에게 회향하는 것이다. 부처님 같은 남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송파구 지역법회는 뭔가 가진 게 많아 보인다. 회원도 많고, 법회 외의 활동도 매우 풍성하다. 그리고 카톡방과 SNS, 유튜브 동영상 등 다채롭고 재밌는 소스들이 넘친다. 대부분 김정미 지역장의 손길을 거친 것들이다.
첫째 금요일(오전 11시)에 열리는 법회에 지난달에는 30여 명이 동참했다. 한 달 전에 정리한 카톡방에는 50여 명이 함께하고 있고, 문자로 연락하는 회원까지 합치면 모두 180명이 조금 넘는다. 초창기부터 활동해온 회원들이 대부분이며, 정기법회 외에 5월 어버이날 기념행사, 8월 창립 기념법회, 송년법회 등을 곁들여 ‘이벤트 같은 법회’를 지향하고 있다.
김정미 지역장은 행사 때마다 회원들 사진을 찍어 소통방에 올리고, 노래에 맞춰 간단한 율동을 넣은 동영상을 제작해서 다음 법회 때 함께 맞춰 보는 등, 소소한 재미와 행복을 추구한다.
“가끔 ‘나는 이런 법회에 참석하고 싶은가?’라고 자문해봐요. 재미가 없으면 법회에 나오기 싫을 것이고, 회원들도 같은 마음이겠죠.”
작년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이 아주 심각할 때 한두 번 빼고는 대부분 대면 법회를 했다. 법회를 안 하는 게 아쉽다는 회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작년 12월부터 법회 때마다 좋은 일에 쓸 기금을 모으고 있다. 법회 직전에 작은 규모의 바자를 열고, 안 쓰는 물건을 가져다가 판매한다. 지역장이 먼저 시작한 지 불과 서너 번 만에 벌써 20여 만 원을 모았고, 동참자가 늘고 있다.
창립 초기에 가입해서 11년째 활동 중인 김정미 지역장은 지금 본인이 서 있는 자리를 건물의 11층에 비유한다. 불교 공부도 그렇고 그간 맡은 소임도 그렇고, 맨 아래부터 시작해서 한 계단씩 올라 지금의 자리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김 지역장은 자신이 만든 ‘송파와 함께라면 행복 가득’이라는 글귀처럼, 송파구 지역법회로 인해 회원들이 ‘지금, 여기에서’ 더 행복해지기를 기도한다.
법회 창립 초기에는 연꽃마을 주간보호센터 법당을 사용할 수 있어서 장소 걱정이 없었다. 연꽃마을 청소와 설거지 봉사 등 지역활동도 함께 하면서 보낸 초기 5년은 비교적 안정된 시기였다. 하지만 연꽃마을 주간보호센터가 건물을 짓고 먼 곳으로 이사를 가자 이곳저곳, 법회 장소를 찾아서 옮겨 다녀야 했다. 법회 장소는 아직도 용인시 지역법회의 과제로 남아 있다.
용인시 지역 회원은 60대~80대가 주축이다. 60여 명의 회원 가운데 15명 정도가 법회에 동참하는데, 김윤희 지역장은 20명으로 늘리는 걸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사람 모으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것을 법회 때마다 절감하고 있다.
일찍이 어머니를 떠나보내서인지, 김 지역장은 요즘 부쩍 노보살님들 생각이 많이 난다. 그분들에게서 느꼈던 모정, 연륜과 지혜, 불심을 배울 수 있어서 늘 감사의 마음이 앞선다.
“법회를 마치고 나면 하모니카를 연주해주던 하모니카보살님, 부채에 그림을 그려서 나눠주던 그림보살님, 직접 기른 텃밭 상추를 뜯어다가 공양해주던 노보살님 등, 그 보석 같은 분들이 못 나오시는 게 무척 안타까워요.”
특히 홀몸어르신들의 경우, 따뜻하고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점심공양을 함께 하고 차담까지 나눈 다음 귀가하도록, 세세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4년간 총무 소임을 살고, 지역장 소임 4년차인 김 지역장이 2012년, 아들 대학입시기도를 위해 처음 찾아간 절이 조계사였다. 아들은 상향 지원한 대학에 합격해서 좋은 회사에 입사했다. 조계사에 다니면서 둘째 아이 낳고 생긴 우울감이 줄어들고, 마음이 평온해져서 미움과 갈등이 없어졌다. 지역법회를 이끌면서부터 성격이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바뀌는 등, 정신적으로 크게 성장했고, 얼굴빛도 밝아졌다는 걸 스스로도 느낀다.
청소를 좋아해서 한 번쯤 새벽녘 조계사 앞마당을 깔끔하게 비질하고 싶다는 김 지역장. 그 색다른 바람이 이루어져, 빗질 자국이 정갈한 그곳에서 푸른 새벽을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