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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님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입력 2022.07.28
질문> 사찰 템플스테이에 참석했다가 새벽에 대중 울력(?)을 했습니다. 이른 아침에 여러 스님과 함께 싸리비로 절 마당을 청소하면서 들었던 말씀과 기억이 참 좋았는데, 울력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습니다. 

 

답변> 절에서 수련회나 사찰체험 프로그램, 혹은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면서 설문 조사를 진행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불자님의 질문처럼 아침에 절 마당을 여러 대중(大衆)이 함께 청소하는 울력이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는 말씀을 많이 합니다.
 
사실 울력은 청소하는 것을 포함해서 절에서 스님들이 하는 모든 노동을 의미합니다. 논 갈고 밭매는 농사의 일 뿐만 아니라 땔감을 마련하고 축대를 쌓는 일, 김장하고 빨래하며 청소하는 것까지를 모두 포함해서 울력이라고 하지요. 흔히 쓰는 울력이라는 말은 운력을 발음하는 대로 표기한 것입니다. 한문으로 운력(雲力)이라고 쓰는데, 대중이 구름같이 모였다는 뜻입니다. 일반인에게는 청소와 같은 의미로 알려졌지만, 스님들에게 운력은 수행 방법 중 하나입니다.

출가한 수행자들은 부처님 당시에는 직접적인 노동을 하지 않았답니다. 뿐만 아니라 율장(律藏)에는 일체 노동과 생산 활동을 금지하는 계율도 여러 곳에서 보입니다. 이것은 출가자들이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재가자들의 보시에 의존했던 그 당시의 생활방식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세속적인 모든 일과 단절했기 때문에 굳이 출가자들에게 노동을 권하지 않았겠지요.
 
그러나 중국으로 불교가 전해지면서 노동은 출가 승단(僧團)의 중요한 생활방식이 됩니다. 오히려 노동하지 않는 것을 큰 부끄러움으로 여길 정도로 노동은 곧 수행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중국의 여러 사회, 경제적 요소의 영향이 있었습니다. 인도와 중국에서 스님들의 생활방식은 주어진 사회적 환경과 지역에 따라 모습이 달랐던 것이지요. 유교적 전통이 강한 중국에서 직업을 갖지 않는다는 비판, 또 무엇보다도 일하지 않는다는 비난에 대응하는 측면도 고려되었을 것입니다. 인도에 비해 중국은 부지런한 행위를 미덕(美德)으로 생각하는 전통과 일하면서 스스로 생존하는 생활방식의 지역이었습니다. 

더구나 중국의 여러 왕조(王朝) 가운데는 불교를 탄압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3무1종(三武一宗)의 법란(法亂)이라고 전해지는데, 일하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불교를 탄압했습니다. 아마도 사찰과 스님들은 자급자족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계율도 중요하지만, 환경에 맞게 수행 정진하는 것이 더 중요했지요. 그러면서 노동은 자연스럽게 수행의 연속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또한 울력이 수행의 한 방법으로 인식되어 진 것은 중국 당나라 백장회해(百丈懷海) 선사(禪師)의 영향도 컸습니다. 백장 스님은 90세의 나이에도 다른 대중들처럼 운력을 했답니다. 이것을 안타깝게 여긴 한 제자가 그만두게 하려고 스님의 농기구를 숨겨버렸습니다. 백장 스님은 농기구를 찾다가 보이지 않자 하루를 굶습니다. 거기서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를 먹지 않는다’ 는 <일일불작(一日不作) 일일불식(一日不食)>의 가르침이 나왔습니다. 백장 스님은 수행자들의 생활 규범과 조직, 운영 등을 체계화했는데, 그중에는 전 대중들이 힘을 합쳐 노동이나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선(禪) 수행과 농사일을 병행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선원의 청규(淸規)를 제정합니다. <백장청규>라고 불리는 이 규약에 따라 중국의 선원에서는 참선과 노동을 똑같은 수행으로 여겼습니다. 울력도 중요한 수행의 일과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이렇게 중국에서 확립된 백장청규의 정신은 한국불교에서 선농일치(禪農一致)의 정신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나라의 절 집에서도 노동, 즉 울력은 수행의 한 분야로 중요하게 여깁니다. 절의 대중 울력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맡은 소임에 따라 일을 하게 됩니다. 스님들은 지금도 울력을 수행으로 삼아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을 전통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재가의 불자들도 스님들과 함께 사찰의 큰 행사나 일손이 필요한 곳에는 힘을 보탭니다. 우리 조계사의 경우만 해도 만발공양 봉사 등 여러 가지 사찰의 일은 신도님들의 도움 없이는 운영하기 어렵습니다. 사부대중 전원 참여의 울력 정신이 조계사에서도 여전히 지켜지고 있는 것이지요.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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