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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보 칼럼
어느 여행길의 부처님 가피
저는 진달래와 벚꽃 피는 고향산 아래 마을에서 진실한 불자의 부모님 딸로 자랐습니다. 집 뒤로 조금 올라가면 조그만한 암자에 비구니 스님께서 계셨습니다. 어머니는 특별한 음식을 만들면 스님께 갔다드려라 하며 저에게 쥐어주면 좋아라 하고 뛰어 갔지요.
커서는 서울로 올라와 불자 집안 남편과 결혼하며 남매를 두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저는 항상 집 근처 절에 가서 기도하고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이곳저곳 먼 사찰까지 기도하러 가곤 하다가 우연히 친구와 조계사를 가게되어 철야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인연으로 아이들 고등학교 때에는 더 열심히 다녔습니다. 퇴근 후 가면 법당문이 닫혀서 법당 앞뜰에서 입고 있던 코트를 벗어 깔고 108배를 하고 돌아왔습니다.
아들이 군대를 최전방인 연천 28사단으로 갔는데 면회도 안되고 전화도 어렵게 전달되는 전방부대라 저는 아들이 걱정되고 보고싶어 매일 같이 부처님께 기도했습니다.
간절히 기도하는 중에 한 스님께서 군법당으로 위문을 가라고 해서 대형난로와 초코파이, 과일과 손난로 등을 준비하여 승용차 한 대, 봉고차 한 대로 아들친구들과 갔습니다. 부대를 가는데 단속을 몇 번이나 받았는지 모릅니다.
무사히 그 추운 전방부대에 도착하여 군법당에서 아들 같은 군인들과 꿈같은 법회를 마치고 대통령 빽도 안된다는 면회를 부처님 빽으로 가졌습니다. 아들은 무사히 제대하고 졸업 후 체육교사로 직장에 잘 다니고 있습니다.
어느날 남편 회사에서 직원들이 문경으로 여행을 가는 길에 따라갔습니다. 이산저산 등산하는 직원들과 달리 저는 따로 만나기로 하고 혼자서 혜국사에 가기로 했습니다. 이정표만 보고 찾아가는데, 가도 가도 절은 안보이고…. 갑자기 무서워서 ‘관세음보살’을 외치면서 한참을 올라가니 먼 곳에 혜국사가 보이는 겁니다. 깊은 산속에서 저는 마음으로 ‘부처님 감사합니다’하고 외쳤습니다. 다리가 후덜거리고 무릅이 굽혀지지 않아 도저히 절을 할 수 없을 거 같았습니다. ‘법당에 들어가 삼배만 하게 해주세요’, 속으로 비니 갑자기 뚝 하면서 다리가 꺾이고 스물한배 절을 올렸습니다. 그렇게 다녀온 후 출가한 딸은 임신을 했고 아들도 불자 집안과 사돈을 맺었습니다. 지역법회를 겨우 한 번만 한 지역장이지만, 아들 결혼식에 조계사에서 화환도 보내주셔서 흐뭇했습니다. 너무 감사하고, 고마워서 저는 가는 곳마다 필요한 사람이 되어 욕심부리지 않고 베풀면서 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지역장을 맡아 주변 분들을 포교해서 조계사로 데려오면 보람되었습니다. 마포지역을 위해서 지역분들이 많이 오시게 열심히 노력해서 다음 지역장에게 물려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가족들도 단합하여 아들딸 내외 손녀손자까지 조계사에 시간 되는대로 들려서 기도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조계사에 출근시켜주는 남편에게도 너무 감사하지요.
제게 남은 숙제가 있다면 마포지역 법회를 활성화 하는 것입니다. 부처님, 숙제를 깔끔하게 마무리하도록 도와주세요. 부처님 감사합니다.
김명숙 (대지행, 마포지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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