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조계사 뉴스

조계사보 칼럼

[연재완료]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 입력 2022.09.28
질문> 불교에 종단이 많이 있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처음 신행을 하는 불자들은 종단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사실 잘 모릅니다. 또 어떤 종단의 사찰을 선택해서 신행 생활을 해야 하는지 어렵게 느껴집니다. 종단이 다르면 여러 가지가 달라서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는데요.

 

답변 > 먼저 간단하게 종단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우리나라에는 대표적인 불교 종단인 조계종(曹溪宗)을 비롯해서 많은 불교 종단이 있습니다. <불교종단협의회>에 등록된 30여 개의 종단과 그 정도 숫자의 등록이 되지 않은 종단까지 합하면 약 80여 개를 상회하는 종단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 중 많이 알려진 종단으로는 조계종, 태고종(太古宗), 천태종(天台宗), 진각종(眞覺宗), 관음종(觀音宗), 총지종(摠持宗), 법화종(法華宗), 원효종(元曉宗), 보문종(普門宗)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조계종을 비롯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근대 시기에 생겨난 종단들입니다.
 
같은 종파(宗派)의 가르침을 수행하는 집단을 이름해서 종단(宗團)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종파라는 용어를 먼저 이해하면 좋을 듯 합니다. 한국불교의 종파는 역사적인 측면에서 중국 불교의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중국의 불교는 인도의 불교처럼 일정한 시기를 두고 차례대로 교리(敎理)나 사상(思想)이 발전한 것이 아니라 인도에서 발전한 대승(大乘)불교와 부파(部派)불교의 경전들이 뒤섞여 유입되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과연 어느 경전의 가르침이 불교의 본질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죠. 이와 같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그 당시의 훌륭한 고승(高僧) 대덕(大德) 스님들에 의해 불교 교학의 사상적 체계가 세워지는데 그에 따라 성립된 것이 중국 불교의 종파입니다.

이 종파들은 나름대로 경전 해석을 바탕으로 교단의 조직을 세우고 수행의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천태종, 화엄종(華嚴宗), 삼론종(三論宗), 법상종(法相宗), 율종(律宗) 등의 종파가 생겼습니다. 이러한 중국 불교의 종파가 한국과 일본에도 커다란 영향을 준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래 된 시기는 남방이나 다른 지역에서 직접 들어왔을 가능성도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삼국시대로 보는 것이 유력합니다. 우리나라 불교는 대부분 교학과 사상을 중국을 통해서 들여왔지만 나름대로 독창성과 주체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불교를 단지 외래 종교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민족의 주체적인 종교로 승화시킨 것입니다. 

그중 한국불교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통불교(通佛敎)라는 전통을 들 수 있는데, 통불교란 서로 다른 교학의 사상을 정리하고 융합시키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통을 세운 대표적인 분이 신라의 원효(元曉) 스님 같은 분이지요. 스님은 화쟁(和諍)의 논리로 중국 종파불교의 한계를 극복합니다. 이러한 전통은 고려의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 스님이나 보조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스님, 조선의 서산대사(西山大師) 휴정(休靜) 스님에게 이어져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불교가 통불교의 전통으로 선(禪)과 교(敎), 염불(念佛), 진언(眞言) 수행을 함께 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불교에 처음 입문한 불자들은 신행 활동의 공간으로 절을 선택합니다. 가급적 좋은 절을 찾으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절이 속해 있는 소속 종단을 보고 선택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한 불자님처럼, 절 이름 앞에 붙어 있는 종단의 이름이 하도 여러 가지여서 혼란스럽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가끔 언론 등에 보도되는 잘못된 포교를 하는 사찰을 보면, 시대마다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종교가 있긴 했습니다만, 버젓이 불교와 종단의 이름을 띠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각 종단은 소속 사찰과 종도(宗徒)들의 관리에 더욱 힘써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찰을 선택하는 불자님들이 정법(正法)을 행하는 종단이 어떤 곳인지, 어느 사찰이 불교의 가르침을 바르게 행하고 있는지 등을 잘 살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좀 더 공부하고 바른 안목을 지닐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항상 필요다고 생각합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저작권자 © 미디어조계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