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내지 말고 속이지 말며
갈망하지 말고
남의 덕을 가리지도 말며
혼탁과 미혹을 버리고
세상의 온갖 애착에서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나쁜 벗을 멀리하고 탐욕에 빠져 게으른 사람을 가까이 하지 말고, 진리를 아는 고매하고 총명한 친구와 사귀고, 번뇌에 휩쓸리지 말고 번뇌의 불에 타지도 말고, 최고의 목표에 이르기 위해 노력 정진하며 마음의 안일을 물리치고 수행에 게으르지 말며, 용맹 정진하여 몸의 힘과 지혜의 힘을 갖추고 자비와 고요와 동정과 해탈과 기쁨을 적당한 때를 따라 익히고 모든 세상을 저버림 없이 탐욕과 혐오의 헤매임을 버리고 자신의 이익만을 아는 사람은 추하다. 오늘 당장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 그런 벗을 만나길 바란다. <법정스님>
제가 좋아하는 문구들입니다.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단풍의 계절 가을입니다. 시월은 조계사 경내에 국화향기 가득합니다. 늘 익숙한 모든 것에 감사함을 모르고 지내다가 문득문득 계절이 바뀜에 따라 우리네 삶 또한 새롭게 시작하니 변함에 있어 생각하게 됩니다.
얼마 전 지인이 스페인 순례자의 길을 혼자서 출발했습니다.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나의 특별한 성지순례는 어디였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마 봉정암이 아닐까 합니다.
봉정암은 불자가 아니라도 반드시 꼭 가봐야 하는 적멸보궁 중 한 곳입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성지순례를 가는 날에는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며 설렘과 기대와 바램을 갖고 출발합니다. 막상 산행을 시작하니 왜 봉정암, 봉정암 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떤 운동도 좋아하지 않았던 난 관심조차 없던 등산을 단지 봉정암이 설악산에 있다는 이유로 무작정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백담사를 지나 영시암까진 걷기에는 부담이 적었습니다. 무난히 시작한 산행은 1시간 후 잠시 쉬고 난 그때부터 시작이었습니다. 도움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오직 자신만의 외로운 길을 가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셔틀버스를 타고 갈 때까지만 해도 간절히 기도하면 소원성취 할 수 있다는 일념으로 발길을 내딛었습니다. 웅장한 대자연 앞에선 한없이 초라한 모습에 지난 온 발자취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힘겹게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자신의 번뇌에서 벗어나길 소원했습니다. 고생했다 수고했다는 위로의 예불소리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또다시 느끼고 싶은 가슴 따뜻해졌던 어느 여름날 밤이었습니다.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가는 시간들이 수확할 수 있는 씨앗만을 뿌릴 수 있는 삶을 갈망합니다. 그러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다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