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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전스님의 새로운 신행이야기
질문> 불교의 생명, 평화, 환경 같은 문제와 우리 주변의 경제, 개발 등의 문제를 놓고 서로 입장이 다르면 갈등할 때도 있고 대립할 때도 있습니다. 생명과 환경을 소중히 하자는 의견에는 동감이지만 경제발전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서로 주장이 맞설 때 불자로서 바른 입장은 어떤 것일까요?
답변> 환경, 생명 등과 경제문제에 대해서 불교의 입장은, 인간과 환경과의 인과법(因果法)적 관계, 서로 공생(共生)하고 공존(共存)하는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자연과 환경의 개발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지요. 하지만 말씀처럼 개발하는 쪽의 입장은 경제의 논리로 그 불가피성을 주장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경제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국가나 지역의 경제발전은 좋은 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여 그 혜택이 국민 모두에게 돌려질 수 있다면 누가 감히 ‘토’를 달겠습니까? 문제는 경제발전의 내용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지난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이 점이 너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맹목적으로 발전만이 최고의 선(善)이 되어버렸죠.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하루 세끼 밥만 먹어도 떵떵거렸다고 합니다.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굶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너무 먹어서 비만을 걱정하고, 살을 빼는 산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지요. 한 해에 먹다 버리는 음식이 10조(兆)를 상회하고, 다시 그 버린 음식을 처리하는 비용이 그만큼 들어간다고 하니 입이 벌어질 판입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자가용은 이제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집에 TV나 냉장고가 있다고 자랑하지 않습니다. 개인용 컴퓨터, 휴대전화는 일상의 한 부분처럼 쓰여집니다. 물질뿐이 아닙니다. 주 5일 근무의 확대와 정착으로 많은 여가(餘暇) 시간이 생겼습니다. 해외여행을 소풍가듯 했었지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다들 어렵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욕심 때문은 아닐까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도 부족하지 않은데 다른 동네 아파트값이 오르면 좌불안석(坐不安席)입니다. 자가용도 좀 더 큰 차를 찾습니다. 사용하기 불편함이 없는 휴대전화기는 구형이라고 천대받고 버려집니다. 조금 과장됐지만, 이것이 우리 사회의 한 단면입니다. 눈부신(?) 경제발전의 모습이지요. 이제는 좀 다른 방향에서 ‘발전’을 모색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부터는 좀 천천히 가도 되지 않을까요? 가끔은 좌우도 돌아보면서 이웃들도 생각해야 합니다. 함께하는 사회, 먼 훗날을 내다보는 시각이 필요하지요.
경제발전이라는 것은 결국 잘 살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부자가 되는 것을 좋아합니다. 바르게 번 돈으로 바르게 쓴다면 재산은 많을수록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렇게도 생각해 보죠. 재산의 종류는 많습니다. 동산, 부동산과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재산도 있습니다. 누구나 사유재산을 가질 수는 있지만 햇빛, 공기, 맑은 물 같은 자연환경의 재산은 다 같이 누려야 합니다. 우리 세대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에게 돈을 들여 영어 공부나 유학을 보낼 줄 알면서 좋은 환경을 물려주는데 소홀한 것은 어리석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우리 불자들은, 사람과 자연환경의 ‘조화와 균형’을 생각해야 합니다. 조화와 균형의 붕괴는 자연재해라는 재앙으로 우리에게 돌아옵니다. 인과법은 철저합니다. 그래서 환경의 개발이 지나친 경제 논리만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생명과 환경을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이지요.
현대 문명인이라고 자처하는 우리의 삶이, 혹시 주변의 수많은 생명을 이기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고 희생시키지 않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자본과 경제 논리만의 관점에서 벗어나 여러 가치를 존중해야 이 문제의, 해결의 실마리가 보입니다.
생명, 환경문제와 경제발전의 관계 설정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화두(話頭)입니다. 서로의 목표가 다르다 보니 이 문제에 대한 의견도 분분합니다. 저는 가끔 우리 자신이 자기 생각의 반대편에 있는 분들에게 너무 인색하고 공격적이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언제나 나의 생각이 옳을 수만은 없습니다. 항상 나 아닌 다른 분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는 노력도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남전스님 (조계사 선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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