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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완료] 불화산책

<미륵하생경 변상도>, 다시 부처님이 오시길 갈망하다

  • 입력 2022.12.05

미륵하생경변상도, 고려 14세기 경, 일본 지은원 소장


‘미륵’_우리를 사랑과 연민으로 감싸주는 부처님 

‘미륵(彌勒)’은 범어 ‘마이트레야(Maitreya, 산스크리트어 ‘maitrı’)’의 음역이다. 어원의 뜻이 ‘자비로운’이어서 ‘중생을 깊이 사랑하고 연민으로 대하는 존자’라는 의미로 해석되어 한역으로 자씨(慈氏), 자존(慈尊)이라 칭하기도 한다. 미륵은 ‘미륵보살’, 혹은 ‘미륵불’로 불리고 있는데 미륵이 자신의 정토인 도솔천에 있을 때는 보살로 계시고 우리가 사는 땅의 용화수 아래에서 정각을 이루신 다음에는 부처의 반열에 계시기 때문이다. 

 

‘미륵’을 가장 먼저 언급한 경전은 기원전 3세기 무렵에 성립되어 현존 가장 오래된 불전으로 알려진 『경집(經集, 숫타니파타 Suttanipata)』으로, 이 경전에서 미륵은 파바리(Bavari, 波婆梨)의 16 제자 중의 한 명인 메티야(Metteya)라는 실존 인물로 등장한다. 이외에도 미륵 불화 도상의 원류인 『불설미륵하생경(佛說彌勒下生經)』, 『불설미륵대성불경(佛說彌勒大成佛經)』, 『불설관미륵보살상생도솔천경(佛說觀彌勒菩薩上生兜率天經)』 등 ‘미륵삼부경’을 포함하여 50여 종의 경전에 기록이 남아 있다.

 

미륵은 미래불로 석가모니불이 구제할 수 없었던 중생들을 남김없이 구제한다는 대승적 자비 사상을 근거로 출현하였다. 미래불 사상은 페르시아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여겨지기도 하는데 미륵을 조로아스터교의 구세주 사오시안트 신에서 연관된 것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조로아스터 교에 의하면 구세주 사오시안트는 미륵처럼 말법 시대에 나타나 모든 죄악을 제거하고 낙원을 건설하는 신으로, 알렉산더가 북인도를 침략했을 때 이 신앙이 불교와 접촉하며 미래불 사상이 인도에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륵 신앙’, 다시 부처님을 보고 싶은

간절한 염원의 발현 

‘미륵삼부경’에 의하면 미륵은 인도 바라나시 국의 바라문 집안에서 태어나 석가모니 부처님의 교화로 수행 정진하자 석가모니 부처님으로부터 성불 수기를 받았다. 미륵은 수기를 받은 후 보살이 되어 현재는 도솔천에서 천인(天人)들에게 설법하고 계시며, 인간의 수명이 차차 늘어 8만 세가 될 때 이 사바세계에 다시 태어나 화림원(華林園)의 용화수(龍華樹) 아래에서 성불한 후 3회의 설법을 펼쳐서 272억 인의 중생을 교화하는 미래불이다. 즉, 미륵은 현재는 보살이며 미래에 우리의 부처님이다. 

 

미륵 신앙은 보살이자 부처님이신 미륵에 대한 신앙으로 미륵 상생 신앙과 미륵 하생 신앙이 있다. ‘상생 신앙’은 미륵보살을 신앙하는 것으로 천인들을 교화하고 있는 미륵보살이 우리 곁으로 내려오길 간절히 기원하였지만 유한한 삶으로 더는 기다릴 수 없어 도솔천에 왕생하여 미륵보살을 친견하길 바라는 신앙이다. ‘하생 신앙’은 미륵부처님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내려오길 간절히 원하는 신앙이다. 미륵보살은 석존 입멸 후 56억 7천만 년을 지나 다시 이 사바세계에 용화수 아래에서 성도 후 설법을 열게 되는데 이때 미륵불의 용화삼회 법회에 참석하기만 하면 미륵부처님의 자비로 모두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고려 <미륵하생경 변상도>, 

다시 부처님 오시길 갈망하다

미륵이 도솔천에서 미륵보살로 설법하는 장면을 묘사한 불화를 <미륵상생경 변상도>라 하고 용화수 아래에서 설법하는 미륵부처님을 묘사한 불화를 <미륵하생경 변상도>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그려진 현존하는 <미륵하생경 변상도>는 고려 시대의 것이 3점 남아 있으나 모두 일본에서 소장하고 있다. 가장 오래된 것은 1294년에 조성되었고 현재 일본 묘만지(妙滿寺)에 소장되어 있다. 나머지 2점은 지은원(知恩院, 14세기경 조성)과 친왕원(親王院, 1350 조성)이 소장하고 있으며 도상이 서로 매우 유사한 것으로 볼 때 가장 이른 시기 조성된 묘만지(妙滿寺) 본이 모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륵하생경 변상도>는 미륵보살이 도솔천에서 사바세계(염부제)로 내려와 용화수 아래에서 성불하신 미륵부처님이 중생을 위해 설법하는 장면과 풍요로운 사바세계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이 불화의 도상은 특히, 『불설미륵하생경』의 내용을 충실히 묘사하고 있다. 이렇게 경전의 내용을 불화로 그린 것을 ‘경 변상도’라고 부른다. 고려 시대 조성한 3점의 불화도 경의 내용을 변상한 ‘경 변상도’이며 『불설미륵하생경』의 내용을 중심으로 변상하였다. 

 

지은원 소장 불화를 중심으로 경의 내용과 불화의 장면을 비교하며 살펴보면, 화면은 크게 상단과 하단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화면의 윗부분에는 미륵부처님이 용화수 아래서 설법하는 장면이 있고 아래는 미륵하생지(彌勒下生地)인 염부제(사바세계, 우리가 사는 세계를 상징)의 여러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세부 장면을 살펴보면, 먼저 화면 상단 중앙에 의자좌를 하고 앉아 있는 미륵부처님의 모습이 부처님의 일반적 형상과 같은데, 아래의 경의 내용에도 32상 80종호를 갖춘 부처님의 형상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미륵보살은 32상(相)과 80종호(種好)로써 그 몸을 장엄해 몸이 황금빛이 되리라.…”

 

다음으로 화면의 중간 부분을 보면 머리를 깎고 있는 귀족상의 남녀가 있다. 미륵불의 부모님의 모습이며 부모님에 대한 설명도 아래와 같이 경전에 자세히 설명되고 있다. 경의 내용에서 주목되는 점은 미륵부처님이 석가모니 부처님과 같이 어머니의 옆구리에서 출생하였다는 언급이다.

 

“…그때 저 왕에게 수범마(修梵摩)라는 대신이 있는데, 왕이 어릴 때부터 같이 좋아하는 사이라 왕이 매우 사랑하면서도 존경하는가 하면, 또 얼굴이 단정하여 크지도 작지도 않고 살찌거나 여위지도 않고, 희지도 검지도 않고, 늙지도 젊지도 않다. 이때 수범마의 아내 범마월(梵摩越)이란 여인도 역시 여인 중에 가장 뛰어나고 미묘하여 천제(天帝)의 후비와 같은가 하면, 입에서는 우발레 꽃(優鉢羅華)과 연꽃의 향내가 나고, 몸에서는 전단 향(檀香)의 향내가 나는 등 부인으로서의 여든네 가지의 태도가 영원히 다시는 없으며, 또 병이나 어지러운 생각도 없으리라. 그때 미륵보살이 도솔천에서 그 부모의 늙지도 젊지도 않음을 보고 곧 내려와서 오른쪽 옆구리로부터 출생하리니….”

 

미륵 부처님의 어머니 범마월의 모습


미륵 부처님의 아버지 수범마의 모습

마지막으로 화면의 오른쪽 아랫부분에 농사짓는 모습이 있다. 농민들은 즐겁게 추수하고 있고 그 위로는 농민이 추수하는 땅속에서 갖은 보석이 나오고 있다. 미륵보살이 사바세계에 하생하여 미륵부처님으로 주재하자 이곳은 풍요로운 세계가 되었다. 이러한 사바세계의 장면도 아래와 같이 경전에 자세히 설명되고 있다. 


“남섬부주 안에 곡식이 풍부하고 백성이 모두 성하고 모든 값진 보물이 많고, 마을끼리 서로 가까워 닭 울음소리가 마주 들리며, 이때엔 나쁜 꽃이나 과일나무의 시들고 더러운 것도 저절로 소멸하는 반면 그 밖의 감미로운 과일나무로서 향기롭고 좋은 것만이 다 땅에 자라난다.”

농민들이 추수하는 땅속에서 갖은 보석이 나오는 등 미륵부처님이 하생하여 풍요로운 삶의 모습


미륵 신앙은 석가모니 부처님과 같이 지혜롭고 자비로운 부처님을 다시 만나고 싶은 우리들의 간절한 마음의 발현이라 할 수 있겠다. 미륵부처님이 우리 곁에 오시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현실의 고통이 컸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현재, 우리는 다시 부처님 오시길 갈망하고 있는가?


 

박경귀 (불교조형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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